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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 노르웨이로 가는 좀 특이한 경로

▲ 아담한 덴마크 최북쪽 프레데릭하운 역
ⓒ 강병구
오르후스와 레고 랜드를 끝으로 나의 덴마크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덴마크를 좀 더 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노르웨이로 이동해야 했다.

사실 북유럽 여행 루트로, 덴마크에서 노르웨이로 가는 것은 별로 일반적이지 않다. 중부유럽에서 북유럽으로 올라오는 형태라면 덴마크에서 스웨덴으로 갔다가 스웨덴 여행 후 노르웨이를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나처럼 러시아 등 북부에서 북유럽 여행을 시작했다면 덴마크를 오기 전에 노르웨이를 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헌데 내가 핀란드에서 스웨덴 그리고 덴마크를 먼저 갔다가 노르웨이로 향하는, 돌아가는 루트를 선택하게 된 것은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국가대표팀의 노르웨이 평가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 북유럽과 교류가 많은, 무역항 프레데릭하운의 모습
ⓒ 강병구
2006 독일 월드컵이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최종 평가 상대 중 하나로 선택된 노르웨이 전이 6월 1일 노르웨이 오슬로에 예정되어 있었다. 아직 월드컵 경기 티켓을 못 구해, 독일에 가도 경기를 볼 수 있을지 모를 상황에서 평가전이라도 반드시 보고 싶었다. 그래서 무리함을 무릅쓰고, 스웨덴에서 평가전 소식을 들은 후 날짜를 맞추기 위해 덴마크로 먼저 향했던 것이다.

덴마크에서 노르웨이로 직접 가는 방법은 배편이다. 노르웨이의 오슬로나, 라르비크로 가는 배편이 덴마크의 북쪽 항구인 프레데릭하운에서 운행한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스웨덴의 예테보리로 가는 것이었다. 유레일패스 등으로 할인 받을 수는 있지만, 여하튼 장거리 페리 이동은 필요 이상의 교통비를 지출해야 하기에, 프레데릭하운에서 배편으로 가장 짧은 노선을 선택했다.

2시간 별로 있는 배편을 타고 덴마크에서 스웨덴 예테보리로 가는 데는 3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녁이 다 된 예테보리에선, 전에 묶었던 유스호스텔로 향했다. 그곳에서 일 박을 한 후, 5월 29일 오전 일찍 노르웨이 오슬로로 떠났다.

▲ 오슬로로 가는 기차 안에서 본 노르웨이 풍경
ⓒ 강병구
베르겐으로 가는 고난의 연속

점심쯤 도착한 오슬로는, 우선 베르겐으로 가기 위한 환승지였다. 우선 베르겐에서 시작되는 송네피오르드를 보기 위하여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 관광은 뒤로 미뤘다. 간단한 저녁과 6월 1일 경기가 있을 경기장 위치만 확인하고 베르겐으로 가는 야간열차를 탔다.

저녁 9시쯤 출발한 열차는 다음날 아침 6시경에 베르겐에 도착했는데, 그간 타온 야간열차와 다른 점은 침대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침대칸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매우 비싼 가격으로, 내가 가지고 있던 유레일 유스패스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 베르겐으로 이동하는 야간 열차에서 본 노르웨이 풍경
ⓒ 강병구
할 수 없이 일반좌석에 몸을 싣고, 밤새 꼬박 달리는 열차를 탔다. 그런데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이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동하는 것 같았다. 이후의 다른 야간열차 이동도 예약이 늦어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간이 침대칸을 이용했었는데, 노르웨이에서 만큼은 예외였다. 이런 이동이 당연하다는 듯 귀마개와 눈가리개가 자리마다 마련되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30일 오전 5시 50분에 도착한 베르겐에선 찌뿌둥한 몸으로 당장 잠을 자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다. 하지만 숙소 예약이 안 되어 있기도 한 데다가, 이른 시간 숙소들이 문을 열어줄리도 만무하기에 어쩔 수 없이 베르겐 탐방을 시작해야했다.

그림 같은 도시 베르겐

▲ 오전 6시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햇살 아래 베르겐 역
ⓒ 강병구
해가 유난히 긴 북구의 여름은, 아침 6시에도 대낮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해가 쨍쨍하다 못해 눈 뜨기가 힘들 정도의 날씨였다. 그리고 보니 북유럽 여행을 시작한 뒤 이렇게 좋은 날씨는 처음인 듯하다.

▲ 세계문화유산인 브뤼겐의 모습
ⓒ 강병구
시간과 상관없이 해는 벌써 중천이지만, 여행서에서 알려준 베르겐의 볼거리는 이른 시간으로 거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마땅히 아침을 먹을 만한 곳도 없어서 가게들이 문 열기를 기다리며, 무작정 베르겐 시내를 돌아다녔다.

시의 북쪽 끝 쪽 항구까지 걸어가며 인상적이게 본 첫 번째 볼거리는 오래된 상점가였다. 연어 대구 등의 어류와 공산품 무역으로 오래전부터 유명한 도시였던 베르겐에는, 아주 오래된 무역상점가 거리가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한 400년쯤 되었다는, 이 브뤼겐이란 이름의 상점들은 지금도 여러 기념품과 물건들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고도 한다.

항구에는 노르웨이의 대서양 해변을 따라 그림 같은 피오르드를 보여줄 크루즈호가 정박해있었다. 베르겐에서 시작하는 피오르드 여행은 내가 가려는 내륙의 송네피오르드뿐 아니라, 긴 노르웨이 해안선을 따라 북극까지 올라가는 호화로운 루트도 있다. 그 크루즈호의 출발점이 바로 베르겐이다.

▲ 베르겐 어시장의 명물 연어샌드위치
ⓒ 강병구
항구를 대충 둘러보고 다시 시내 중심가로 왔다. 시청 앞 해변에는 베르겐에서 자랑하는 어시장이 막 장을 열려고 준비 중이었다. 질 좋은 해산물이 가득한 이 어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연어샌드위치이다. 큰 연어 덩어리를 빵 사이에 가득 넣어 두툼하고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가 어시장 좌판에 가득이 올려져 '제발 사주세요' 하는 유혹을 하고 있었다.

아침도 못 먹은지라 그 유혹은 참기 어려워 하나를 집어 들었다. 보이는 식감 이상의 맛이 입속에 가득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이었다. 가격도 노르웨이 물가를 생각하면 저렴하였다(시장 바로 옆 맥도날드 빅맥 가격과 비슷했다).

끼니도 때웠겠다, 베르겐의 절경을 보러 어시장에서 바로 근처에 있는 플뢰위엔 산을 오르기로 했다. 베르겐 시내와 함께 있는 플뢰위엔 산은 산악지형에 계단식으로 들어선 베르겐의 동화 같은 마을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올라가는 방법은 어시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등산로를 통해 올라갈 수도 있고, 케이블카를 이용해 올라갈 수도 있다.

▲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베르겐의 명물 어시장
ⓒ 강병구
나는 올라가는 것은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하고 편도표만 끊었다. 해발 320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기에 올라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나를 비롯한 관광객들이 가득한 케이블카로 한 5분간 올라가니 정상에 닿았다.

산 자체는 밋밋했지만, 산에서 내려다보는 베르겐의 풍경은 정말 일품이었다. 항구와 바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집들과 사람들이 어울린 동화의 도시 같은 분위기였다. 케이블카 정류장엔 다들 나 같은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어서 서로 사진을 부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나도 부담 없이 사진을 부탁하고 찍어주었다.

참, 보기에 좋은 베르겐의 모습이, 열차에서 꼬박 앉아서 오는 좀 고달픈 여정이었지만, 정말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했다. 베르겐이 이 정도인데 내일 보게 될 그 유명한 송네피오르드는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 플뢰위엔 산에서 내려다 본 베르겐의 풍경
ⓒ 강병구

[여행팁 23] 오슬로와 베르겐에서

▲ 베르겐에서 묵은 민박집
스웨덴에서 오슬로가기: 스톡홀름에서도 갈 수 있지만, 예테보리에서 가는 편이 좋은 점도 있다. 특히 열차편이 여유가 있어서 예약하지 않아도 시간만 되면 바로 오슬로 행 열차를 탈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 창이 넓은 왼쪽 자리에 앉아 오슬로로 가면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오슬로와 베르겐에서 인터넷하기: 한글 인터넷이 가능한 곳을 북유럽에서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한데 오슬로 역 가장 위층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주인에게 이야기하면 한글 사용이 가능하다. 또 베르겐에서도 어시장 바로 근처 맥도날드 뒤편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한글사용이 가능한 인터넷 카페가 있다.

베르겐의 숙소: 숙소가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관광객이 많은 곳이어서 숙소 잡는 일이 쉽지 않다. 성수기 현지에 와서 숙소를 잡을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건강에 이롭다. 베르겐의 숙소들은 대부분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고, 베르겐 여행 안내소에 연락을 하면 이외의 숙소도 예약이 가능하다.

필자가 묵었던 숙소는 민박형태의 일반 가정집이었다. 예약된 숙소가 없어서 이곳으로 안내받기도 했지만, 노르웨이 일반 주택의 모습을 보는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 강병구

덧붙이는 글 | 지난 2006년 4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했습니다. 약 3개월간의 즐거운 여행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다음 기사는 6월 8일(금요일)에 이어집니다.


태그:#북유럽, #노르웨이, #베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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