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동영 전 의장은 30일 "(대)운하는 삽질하던 시대의 개념"이라며 이명박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맹비판했다. 이 전 시장은 "공격하기는 쉽다"며 대운하를 위한 별도의 토론회 필요성을 주장했다. 발언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나왔지만, 공교롭게도 공격을 주고 받는 모양새가 됐다.

두 사람을 비롯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원희룡 의원, 권영길·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등은 이날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7' 개막총회에 참석했다.

모두 '헤드 테이블'에 앉았고, 이 전 시장과 정 전 의장은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한 좌석을 건너 뛴 채 앉은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전날(29일)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에서의 전운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서먹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정동영 "사람의 DNA는 안 바뀐다"

▲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동영 전 의장과 이명박 전 시장의 설전은 행사가 끝난 뒤에 벌어졌다. 정 전 의장은 행사를 마치고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런데 와보면 정신이 번쩍 난다"며 "국회 특위에 방송특위 융합에 관한 법률 등이 10년째 잠자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하면 어느 시절에 미디어 빅뱅의 선진국이 되겠느냐"고 자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기술과 인프라가 준비돼 있다. 준비 안된 게 뭐냐, 아날로그 정치다"면서 거듭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이번 대선에서 아날로그 정치와 디지털 정치의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대)운하 파는 거야말로 대표적인, 아날로그도 아니다. 아날로그 이전에 삽질하던 시대의 개념"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정 전 의장은 또 "어떻게 삽질해서 국민을 먹여 살리나.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서 이미 디지털 복판으로 가고 있다"며 "그것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에 나라의 운명을 맡겨서는 21세기 한국의 르네상스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시 이명박 전 시장을 겨냥, "사람의 DNA는 안 바뀐다. 20, 25살 때 뭘 생각하고 살았느냐는 평생 간다"며 "60·70년대를 영광의 시대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의 생각 DNA는 21세기가 와도 60·70년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전 시장의) 최근 발상법과 철학, 사고방식이 삐죽삐죽 나오는데, 그것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고 거듭 이 전 시장을 공격했다.

그러면서도 정 전 의장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화두를 범여권의 대통합 문제로 옮겨갔다. 그는 "통합을 해야 한 번 (한나라당과 경쟁을) 해볼 것 아니냐"면서 "우리가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서 그 다음 시대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하나가 되는 수밖에 없다"고 대통합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통합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국민들이 아직 삽질하는 사람들의 얘기만 듣고 있는 형국인데, 이것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가 과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명박 "청계천 복원할 때도 똑같은 경험"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정 전 의장보다 먼저 행사장을 나선 이명박 전 시장 역시 기자와 만나 전날(29일)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에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한반도 대운하'를 집중 공격당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전 시장은 "우리가 (대운하에 대해) 좀 더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공격하고 비판하는 것은 쉽다. '환경 파괴다, 물이 나빠진다'는 것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설명을 전문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토론회(정책비전대회)를 통해서 알리기는 힘들다.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청계천 복원할 때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운하가 환경파괴를 불러올 것'이라는 타 후보들의 공세에 대해서도 "오염물질이 들어오기 때문에 물을 오염시키는 것이지, 물이 갇혀 있다고 오염되는 것은 아니다"며 "오염된 물질을 막으면 고여있는 물이라고 해서 나빠지는 게 아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손학규, 구글 회장에게 "부시와 에릭 슈미트 중 누가 미래 지배?" 질문

한편 당초 개막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한 시간 가량 늦게 도착, 에릭 슈미트 '구글(Google)' 회장의 특별 연설부터 참석했다. 앞서 참석했던 대선주자들은 모두 퇴장한 뒤여서, 이들과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손 전 지사는 에릭 슈미트 회장은 연설 직후 가진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손을 들고 질문을 해 눈길을 끌었다.

▲ 손학규 전 경기지사
ⓒ 오마이뉴스
손 전 지사는 자신을 "경기도지사를 지낸 한국의 정치인"이라고 소개한 뒤, "유저(user) 지향의 개인광고에 관심이 큰데 뉴미디어는 개인을 지향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 미래에서 세계는 부시 대통령에 의해 지배될 것인지,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에 의해 지배될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에릭 슈미트 회장은 "두 이름(부시, 에릭 슈미트)을 한 문장에서 듣기는 처음"이라며 답변을 시작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개인과 회사가 모든 정보를 동원해 민주주의를 방해하려고 해도 현실은 반대"라며 "모든 도구(정보)들이 민주주의를 돕기 때문에 (죄송하지만) 정치인으로서는 더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기 때문에 정치인은 무엇을 원하고 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라면서 "이라크 전쟁은 문제 있는 정보로 시작했음이 밝혀졌는데 만약 모든 정보가 공개됐다고 가정한다면 그런 결정(전쟁)은 내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정동영, #삽질, #이명박, #대운하, #손학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