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는 '핫코너'라고 불리는 것처럼 오른손 타자가 힘껏 끌어당긴 강한 직선타구나 땅볼이 많이 온다. 그리하여 3루수라고 하면 다이빙캐치 장면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한다. 한편 왼손 강타자의 밀어친 타구나 갖가지 번트에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비수로서 침착한 플레이와 정확하면서도 강한 송구가 필요한 포지션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3루수에게 순발력과 강한 어깨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원래 어릴 적부터 3루를 보아온 선수들도 많지만 요즘에는 상대적으로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격수에서 3루로 전향하는 경우도 국내외에서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도 있지만 포지션 특성상 3루수는 대개 파워 면에서 우수한 선수가 주로 배치되고 있는 자리이다.

역대 3루수 출신으로 한대화, 홍현우, 김한수(현역)는 한 방을 갖추며 수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들이다. 현재는 김동주, 이범호 같은 힘있는 선수들이 리그 정상급 3루수로 손꼽히고 있다.

상대적인 이야기이지만 이들 이름 석 자만으로도 3루수의 팀 내 비중을 느낄 수 있으며, 여기서 문득 롯데 자이언츠에는 과연 누가 있을까 하며 오랫동안 생각을 하게 만든다.

2000년대 들어 프로야구 최약체로 전락한 롯데 자이언츠에서 대표적인 취약 포지션 중의 하나로 3루를 꼽을 수 있다. 이 기간 코칭스텝은 물론이고 심지어 팬들의 시야에도 만족할 만한 롯데의 붙박이 주전 3루수는 찾기 어려웠다.

작년부터 롯데에서 3번째 지휘봉을 잡은 강병철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70년대 강타자이자 뛰어난 3루수 출신이다. 그는 롯데의 두 번 우승을 모두 이끌었고 이때마다 뛰어난 3루수를 길러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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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는 84년 첫 우승을 일구기도 했던 롯데의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가 있었다. 유난히 올스타전과 홈런에 인연이 많은 그는 프로야구 최초의 올스타전 만루홈런과 1경기 3홈런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3루 수비에서 또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83, 84년 2년 연속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90년대에는 92년 두 번째 우승을 안기며 허슬플레이의 대명사로 유명한 공필성이 있었다. 멋진 3루 수비에 비해 단 한 번도 3할을 기록하지 못하는 타격으로 인해 골든글러브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하위타순에서 볼에 몸을 거의 갖다대다시피한 그의 희생(?)플레이는 아직도 롯데 팬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두 선수는 롯데 팬들이 롯데의 '3루수'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선수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박현승, 김주찬 등이 3루를 맡았으나 팀 성적이 하위권을 맴 돔과 동시에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채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을 한 상태이다.

롯데 타선의 핵인 이대호 또한 3루를 보았으나 약간은 불안감이 없지 않았고 그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수비부담이 약간 덜한 1루로 이동을 하게 됐다.

작년에는 메이저리그 출신 3루수 마이로우를 영입하며 희망을 가졌지만, 3루 수비에 문제를 노출하며 외야수로 전향했었다. 이 와중에 이원석, 박남섭이 핫코너를 책임지기도 했지만 나란히 타격에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롯데의 고민은 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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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초반에는 3할 이상을 기록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하던 이원석, 정보명이 번갈아 가며 3루를 책임졌었다. 둘은 활발한 타격으로 팀타율 1위의 일등공신이 된 반면 결정적인 실책을 많이 남발하는 아쉬움을 보여줬다.

이원석은 실책 10개로 이 부문 1위이고 정보명은 6개로 둘이 저지른 실책은 팀 전체 실책(32)의 절반을 채우고 있는 중이다. 올 시즌 결정적인 실책으로 무너진 경기가 많은 롯데로서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큰 부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둘 다 워낙 잘 맞고 있기 때문에 이원석은 박기혁을 밀어내고 유격수 자리를 꿰차 버렸고 핫코너엔 정보명의 다소 불안한 수비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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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마침 펠릭스 호세의 예상외의 부진으로 인해 교체되어 들어온 3루수 용병이 있었다. 올 시즌 멕시칸 리그 41경기에 출장, 타율 3할 5푼 8리, 10홈런, 32타점을 기록한 강타자 에두아르도 리오스로서 그의 최근 활약을 살펴보면 롯데로 하여금 오랜 고민거리를 해결해 줄 대안으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아직 8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현재 기록된 실책은 하나도 없으며, 최근 몇 년간 그 어느 누구보다 안정되고 정확한 3루 수비를 뽐내고 있는 중이다. 그가 팀에 합류한 후 팀이 4연패에 빠지는 등 팀 성적이 다소 부진하여 그의 수비력이 다소 빛을 발하지는 못했으나 확실한 눈도장은 찍을 수가 있었다.

공격에서는 첫 경기의 5타수 2안타 이후 다소 적응기를 거치는 듯했으나 최근 세 경기에서 14타수 6안타 2홈런으로 한국 투수들의 공에 적응이 되어가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아직은 초구를 좋아하는 공격적인 성향에 반해 노림수가 적중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나고 있다.

허나 괄목한 점은 5번 타자로서 강병철 감독의 무한신뢰를 받고 있는 와중에 무조건 한방에 의존하는 큰 스윙보다는 주자가 있을 시에는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팀 배팅 능력을 발휘하며 올 시즌 롯데에 잘 녹아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핫코너의 적임자 선정에 고민이 많았던 롯데로서는 리오스의 활약 여부에 따라 길어지는 정규리그에 대비하여 더욱 탄탄한 내야진 구축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3루수 조련사 강병철 감독은 올해도 확실한 3루수와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롯데 3루수 핫코너 강병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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