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프로야구에 노장 선수들의 기세가 매섭다. 물론 예년에도 개막 초에는 노장들이 활약을 보여왔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이라 체력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노장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고 있다.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

삼성 라이온즈의 양준혁(38)은 과거 기록의 사나이라 불렸던 장종훈의 기록을 하나둘 갈아치우며 새로운 기록의 사나이가 되었다. 한국 나이로 불혹을 바라보고 있는 양준혁은 5일 현재 홈런 레이스에서 7개를 기록하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항상 거포로 불리면서도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양준혁이 과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타격 1위 이숭용

현대 유니콘스의 이숭용(36)은 젊은 시절부터 항상 수위 타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다고 평가 받으면서도 타율은 늘 3할 근처를 넘나들기만 했다. 그런 이숭용이 초반 4할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 1위에 랭크되어 있다. 올 시즌 이숭용이 만년 수위타자 유망주 꼬리표를 떼며 타격왕에 등극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0완봉승에 빛나는 정민철

한화 이글스의 정민철(35)은 과거의 명성을 뒤로한 채 한물간 투수로 평가받아왔다. 요 몇년간 젊은 시절의 구위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며 그저 그런 투수에 머물러 왔기 때문이다. 그런 정민철이 4일 KIA 타이거스와의 경기에서 완봉 역투를 선보이여 통산 20완봉승의 고지에 올라섰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 초반대에 머물고 있지만 올시즌 그의 부활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0점대 방어율 염종석

롯데 자이언츠의 염종석(34)은 원조 괴물신인이었다. 1992년 데뷔 첫해 염종석은 눈부신 호투를 선보이며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 주역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염종석은 혹사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괴물의 자리를 류현진에게 넘겨주었다. 그런 염종석이 현재 0.98의 경이적인 방어율을 선보이며 쾌투를 이어가고 있다. 염종석이 원조 괴물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볼만하다.

1번타자로 복귀한 전준호

현대 유니콘스의 전준호(38)는 작년 시즌 1번 타자 자리를 정수성에 내주며 부동의 1번 타자라는 명성에 흠집을 내었다. 그러나 올시즌 3할 중반대의 맹타를 휘두르며 1번 타자 자리를 되찼았다. 전준호 역시 불혹의 나이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그의 빠른 발과 주루 센스는 여전하다. 전준호는 여전히 톱타자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득점 1위 박현승

롯데 자이언츠의 박현승(35)을 잘 아는 야구팬들은 드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데뷔 후 1997년 단 한 차례 3할 타율을 기록했을 뿐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적이 없는 선수였다. 그런 그가 달라졌다. 올시즌 현재 득점 1위를 달리며 롯데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가 출루하면 뒤를 받치고 있는 이대호가 그를 불러들인다. 롯데의 승리 공식의 한 축인 박현승의 활약은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올시즌 이렇게 활약을 보이고 있는 노장 선수들로 프로야구판이 넘쳐나고 있다. 그들의 활약은 한국 야구계에 고무적인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를 보면 불혹의 나이에도 나이를 잊은 활약을 선보이는 선수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제 국내 프로야구에도 그런 선수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 야구계의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투수 쪽에는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타격 부문에서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젊은 타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노장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점도 분명히 인정되지만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부족하다는 얘기이다.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한국 프로야구의 모습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 올해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있기에 더 그러하다. 한국 프로야구가 난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길 기대해 보자.
2007-05-05 16:47 ⓒ 2007 OhmyNews
노장 프로야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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