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나무를 심은 사람>의 저자 장 지오노의 눈빛이 인상적인 사진입니다.
ⓒ 두레아이들
싱그러운 봄에 장 지오노가 지은 <나무를 심은 사람>을 다시 들었다. 장 지오노는 가난하여 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은행원이 되었다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쟁에서 경험한 공포는 평생 그를 괴롭혔다고 한다.

지오노의 글은 광범위하지만 하나의 도덕적 목표를 갖는다. 참된 삶이 그것이다. 그의 철학이기도 한 전쟁반대, 무절제한 도시화반대, 행복의 추구,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기쁨 등이 작품 속에서 묻어나온다.

<나무를 심은 사람>을 처음 읽을 땐 엘제아르 부피 노인이 황량한 산에 묵묵히 나무를 심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다시 책을 읽었을 땐 '양이 쌓이면 질이 변한다'는 말을 곱씹었다. 인간에게도 이처럼 경이로운 창조의 힘이 있을 수 있구나, 싶어 놀랐다.

오늘 다시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으면서 엘제아르 부피 노인에게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살림살이는 가지런히 정도 되어 있었다. 그릇도 깨끗이 닦여 있고, 바닥도 말끔히 청소되어 있었으며, 총에는 기름칠이 되어 있었다. 불 위에서 수프가 끓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노인이 갓 면도를 했음을 알아차렸다. 노인의 옷은 단추가 단단히 달렸고, 기운 자국이 보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기워져 있었다.

▲ 매일 매일 100개의 도토리를 고르는 부피 노인의 모습입니다. 단정한 옷차림과 깔끔하게 다듬은 콧수염을 볼 수 있습니다.
ⓒ 두레아이들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사는 부피 노인은 매일 깨끗이 면도를 하고 보기 흉하지 않게 옷을 기워 입었다. 하루하루 해야 할 일과 목표가 두렷했던 부피 노인은 자신과 자신 주변 정돈하는 일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위인들은 사실 창조적인 인물이라기보다 파괴적인 일을 더 많이 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 부른다. 정복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영토를 넓히고, 진보라는 면목 하에 자연파괴는 염두에 두지 않은 과학자들과 기업인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잠깐, '무엇이 그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권위나 부에 대한 욕망이 그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너무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효과와 이익을 제공한 인물을 영웅이라 칭송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보단 오랜 세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창조적인 일을 해나가는 부피 노인 같은 이에게 그 칭송을 돌려야 마땅할 것이다.

황무지를 푸른 숲으로 변화시킨 경이로움은 부피 노인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비롯된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서 일정량의 도토리를 고르고 심었다. 그렇게 하면 부피 노인은 황무지를 숲으로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 일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긴 레이스를 달리기 위해 자신과 주변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 이유로 담배도 피우지 않았고 깔끔히 수염도 자르고 집도 튼튼히 지었다.

▲ <나무를 심은 사람> 표지 입니다.
ⓒ 두레아이들
다시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으면서 생명을 잉태한 경이로움을 일군 이의 일상에 주목했다. 그가 일군 경이로움을 감탄할 것이 아니라, 그가 긴 레이스를 달리기 위해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고 육신과 주변을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보게 된 것이다. 물론, 부피 노인은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 일이라는 확신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변함없이 고독한 하루하루를 이겨냈다. 그 일을 해내기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책 한 권을 통해 여러 가지 감동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읽을 때마다 아주 새로운 감동을 주기도 한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 바로 그런 책이다. 하루가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흐트러진 일상을 발견한다. 부피 노인의 생각해 보자, 혹시 너무 빨리 목표를 이루려고 하지는 않는지, 나의 목표가 과연 옳은 일인지, 그도 아니면 건강이나 주변관리에 소홀함이 없는지 돌아보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글 .프레데릭 바크 그림 / 두레아이들 
그림책입니다. 

이 기사는 리더스 가이드, 알라딘, 네이버, 예스 24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 - 개정2판

장 지오노 지음, 최수연 그림, 김경온 옮김, 두레(2018)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