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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비밀>
ⓒ 밝은세상
가톨릭의 역사 또는 불가사의 현상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파티마'라는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파티마라는 곳은 포르투갈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 작은 마을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이었다.

1917년 5월 13일, 루치아, 프란시스코, 히야친타라는 3명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양을 치고 있었다. 그때 주위에 번개가 치면서 오로라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평소에 비를 피하던 곳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곳에서 비가 아니라, 공중에 떠있는 한 여인을 보았다. 폭이 좁은 스커트에 재킷, 망토를 걸치고 있었고 손에는 둥근 물체를 들고 있는 여인이었다. 이 여인은 자신이 하늘에서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도록 기도할 것을 부탁하며, 앞으로 5개월 동안 매월 13일에 이곳에 나타나겠다고 약속했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빛의 여인은 매월 13일에 나타났다. 그리고 10월 13일이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그 증거로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10월 13일이 되자 파티마에는 무려 7만명이 모여들었다. 세 아이들이 기도를 하는 동안 빛의 여인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여인은 자신을 가리켜 '로사리오의 여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 3의 비밀'을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이 내용은 오직 교황에게만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기적이 연출되었다. 여인은 하늘로 날아올랐고, 태양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태양은 여러가지 색으로 바뀌면서 빠르게 회전했다. 서서히 땅을 향해서 내려오다가 갑자기 곤두박질쳤다. 7만명의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질린 채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눈물을 흘렸다. 마치 종말이 온 것만 같았다.

이 현상은 무려 10분 동안 계속되었다. 파티마에서 40km 떨어진 곳에서도 이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리스본의 한 일간지 편집장은 직접 이 현상을 취재해서 기사화 했다. 그때부터 파티마는 유명한 순례의 장소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파티마의 성모'라고 부르는 성모 현현(顯現)의 대표적인 사건이다. 물론 이 사건에 관한 해석은 여러가지다. 어떤 사람은 집단 환각과 집단 히스테리의 전형적인 경우로 지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려 7만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집단 환각상태에 빠질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세 번째 비밀은 루치아가 직접 문서로 작성하고 봉인해서 1957년에 로마의 교황 비오 12세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이 문서를 처음으로 읽은 사람은 1960년의 교황 바오로 6세였다. 당시에 그 모습을 지켜본 교황청의 직원에 의하면, 바오로 6세는 이 문서를 읽고나서 새파랗게 질렸다고 한다. 과연 '세 번째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파티마의 예언'을 놓고 벌어지는 교황청의 암투

스티브 베리의 역사 미스터리 <세 번째 비밀>은 바로 이 파티마의 예언을 소재로 하고 있다. 역사 미스터리인 만큼 '파티마의 성모'와 관련된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적절히 뒤섞고 있다.

<세 번째 비밀>의 무대는 로마의 바티칸이다. 클레멘스 15세라는 가상의 인물이 교황으로 등장한다. 클레멘스 15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파티마 세 번째 비밀에 유난히 많은 관심을 갖는다.

세 번째 비밀은 바티칸의 비밀서고에 보관되어 있다.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오직 교황 뿐이다. 클레멘스 15세는 '이전 교황들은 뭔가를 크게 잘못 알고 있었어'라고 말한다.

역사 미스터리의 기본적인 구도가 그렇듯이, <세 번째 비밀>에도 클레멘스 15세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그에게 대항하는 사람이 있다. 흥미롭게도 등장인물들의 대부분은 교황청에 있는 신부와 추기경이다. 클레멘스 15세는 나이가 많다. 건강도 그다지 좋지 않다. 때문에 추기경들은 다음 교황이 될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하지만 클레멘스 15세의 관심은 '세 번째 비밀'에 몰려있다. 죽기 전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세 번째 비밀에 얽힌 다른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물론 이것이 쉽지는 않다. 여기에 저항하는 추기경들이 있기 때문이다. 완고한 추기경들은 '파티마의 비밀'은 단지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것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파티마의 세 아이는 모두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양치기들이었다. 2000년을 이어져 온 가톨릭 교회 조직이, 문맹에 가까운 아이가 만든 문서 조각 한 장으로 인해서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클레멘스 15세의 두뇌 싸움이 시작된다. 작품의 무대는 바티칸에서 시작하지만, 루마니아의 숲과 보스니아의 산악지역, 독일의 작은 마을까지 종횡무진한다. 진실을 밝히려는 교황과, 그를 막으려는 보수적인 추기경의 싸움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이와 함께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장소인 바티칸의 모습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바티칸 내부의 권력다툼, 교황이 되려고 하는 추기경의 음모와 은밀한 협박, 보수적인 추기경과 개혁을 원하는 신부의 논쟁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 번째 비밀이다. 세 번째 비밀이 무엇이기에 바티칸에서는 그렇게 싸우는 것일까?

가톨릭을 둘러싼 역사 미스터리 <세 번째 비밀>

사실 '세 번째 비밀'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서 2000년 3월에 세상에 공개되었다. 하지만 이 내용 자체가 워낙 우화적이고 비밀스럽기 때문에, '공개된 것 보다 더 많은 내용이 있을 것이다'라는 설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스티브 베리의 <세 번째 비밀>도 그런 가정으로 부터 시작한다.

<세 번째 비밀>은 <다 빈치 코드>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음모론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그 소재로 파티마의 성모를 택했다. 스티브 베리는 어린 시절에 받은 가톨릭 교육 그리고 평생 동안 파티마에 매료 되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성모의 현현은 그동안 지구 곳곳에서 여러 차례 있어왔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인 '라 살레트', 보스니아의 '메주고리예', 프랑스의 유명한 '루르드'가 바로 대표적인 장소이다. 이 현상들에는 공통점도 있다. 대부분 문맹에 가까운 아이들에게 나타났다는 점, 기적적인 치유와 종말에 대한 예언이 뒤따른다는 점 등이다.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성모가 살았던 곳인 이스라엘이 아니라, 그곳에서부터 수 천km 떨어진 유럽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유럽과 함께 2천 년 전의 이스라엘에도 관심을 두는 것은 어떨까.

이스라엘로 눈길을 돌리면 그곳에는 또 다른 형태의 역사 미스터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묘사하는 성모의 모습은 조금 색다를지도 모른다. 2천 년 전의 예루살렘에서, 그리고 갈릴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세 번째 비밀> 1, 2. 스티브 베리 지음 / 정영문 옮김. 밝은세상 펴냄.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전후로 해서, 로마 가톨릭을 둘러싼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 끊이지 않고 출간되고 있습니다. 관련 작품들을 소재별로 분류해서 한 편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 번째 비밀 1

스티브 베리 지음, 정영문 옮김, 밝은세상(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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