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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사립(眞絲笠)은 최상품에 해당하는 갓이다. 이 진사립은 대나무와 말총으로 만든 대우와 양태에 촉사(蜀絲, 명주실)를 덧대어 일일이 한올 한올 등사(縢絲)하여 붙이고 먹칠을 한 후 옻칠로 마무리를 하여 제작 되었다. 또한 정꽃을 대우 앞부분에 붙여 화사함을 더했고, 갓끈인 영(瓔)은 김홍도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평생도'의 '판서행차도'에서 보이는 것을 재현하였다.
ⓒ 임기현
민간 소장 국학 자료의 수집과 보존을 통하여 한국학 연구의 중심이 되고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되살리려는 취지에서 중요무형문화제 제4호 입자장 박창영 선생을 초청하여 '기품과 절조의 미학 ― 갓'이란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다.

오는 24일부터 경북 안동에 있는 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박창영 선생의 작품과 국학진흥원 소장품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선비의 상징인 갓의 세계를 조명하게 된다. 전시는 6월 10일까지 계속된다.

'트집을 잡는다'-양태의 완만한 곡선과 화사함

▲ 박쥐 문양 갓(蝙蝠紋笠)은 양태가 크고 총모자를 대올만 사용하여 만든 죽사립이다. 대우의 제작도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며, 부분부분에 흠집 하나 없는 최고의 작품이다. 이 갓은 보통 평민들은 사용할 수 없고 부호나 귀족, 사대부들이 사치로 사용하였다.
ⓒ 임기현
갓은 조선시대 남자의 관모(冠帽)를 대표하는 장식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사전적인 뜻풀이 일뿐 갓에 담긴 문화사적 맥락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한다’는 말에서도 보듯이, 갓은 예로부터 선비의 인격이 배어나는 단정한 매무새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갓은 독특한 형태적인 특징과 아름다움을 지닌 전통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이것이 잘 드러나 있는 대표적인 요소는 갓의 차양에 해당하는 양태의 완만한 곡선과 화사함이다. 흔히 ‘트집을 잡는다’고 불리는 양태의 제작 과정은 인두로 미려한 곡선을 잡아주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그 화사함은 갓의 종류에 따라 머리카락보다도 가늘게 세공된 대올[竹絲] 또는 촉사(蜀絲)를 한올한올 붙이는 섬세한 제작 공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양태의 부드러운 곡면은 곡선미를 추구하는 우리 고유의 조형적 특징을 그대로 담아낼 뿐만 아니라 반투명의 검은 빛 광택에서 느껴지는 격조 높은 화사함은 일상복인 도포의 풍성함과 대비를 이루면서 선비의 기품과 절조를 오롯이 드러내준다.

특히 섬세하게 만들어진 갓의 양태 위에 내려앉는 햇살과 반투명으로 걸러진 그 햇살이 연출하는 얼굴 위의 은은한 그림자는 열림과 닫힘의 절묘한 조합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미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백미이기도 하다.

'진사립', '죽사립', '전립'에서 17-19세기 다양한 전통 갓까지

▲ 전립(氈笠)은 조선시대에 무관이 착용하던 갓으로, 전립(戰笠)이라고도 부른다. 전립의 기원은 고려시대로까지 올라가는데, 본격적으로 착용되기 시작한 것은 조선 선조 때 들어와서이다. 보통 모직으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조선후기로 오면 대나무로도 만들었다. 이번에 전시된 전립은 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철종의 어진(御眞)에 나오는 것을 재현한 것이다.
ⓒ 임기현
이번 전시회는 박창영 선생의 작품을 주로 하고 여기에 국학진흥원 소장품을 곁들이는 형식으로 개최된다. 박창영 선생의 작품은 모두 18점으로 점으로 여기에는 후계자인 아들 박형박씨의 작품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전시된 갓의 종류는 최상품인 진사립(眞絲笠)에서부터 음양사립(陰陽絲笠), 죽사립(竹絲笠), 포립(布笠), 백립(白笠), 전립(戰笠) 등으로 다양하며, 다복의 상징인 박쥐 문양 넣은 박쥐문양갓 과 백로를 옥으로 조각한 장식을 단 옥로립玉鷺笠 등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국학진흥원 소장품은 모두 4점으로 17세기 초반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시기의 다양한 전통 갓의 세계를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아울러 이번 전시회에서는 갓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각 단계의 소재들을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또 갓일에 사용되는 도구들도 함께 전시함으로써 갓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번 전시회는 이처럼 갓에 모든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갓 특별전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으로 넘어오면서 유행하던 갓이다. 위가 좁고 밑이 넓은 대우(모자 부분)와 넓은 양태가 특징인 19세기 초기 갓의 형태를 잘 보여주는 유물이다.
ⓒ 임기현
박창영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입자장(笠子匠)이다. 갓을 만드는 일은 보통 총모자장(總帽子匠)과 양태장(凉太匠), 입자장으로 크게 나뉜다. 총모자장은 말꼬리털이나 목덜미털을 사용해 갓의 대우(모자 부분)을 만드는 것을 가리키고, 양태장은 대나무를 머리카락보다 잘게 쪼개 만든 대올을 둥글게 얽어 양태(차양 부분)를 만드는 일이다.

입자장은 이렇게 만들어진 대우와 양태를 결합하여 기본 형태를 갖추고, 거기에 여러 재료를 첨가해서 다양한 종류의 갓을 만든 뒤 옻칠을 하여 완성시키는 작업이다. 즉 입자장은 갓일을 최종적으로 완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박창영(64) 선생은 옛날부터 통영, 제주와 함께 갓 제작지로 유명했던 경북 예천출신으로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가업을 이어받아 갓일을 시작하였다. 박창영 선생 집안은 증조 때부터 갓일에 종사한 역사가 깊은 집안이다. 현재 선생의 두 아들까지 갓일에 뛰어듦으로써 5대째 갓일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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