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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복지한마당 행사에서 시민들이 사회복무요원 직무교육 교과목인 응급심폐소생술을 체험해보고 있습니다.
 대구지역 복지한마당 행사에서 시민들이 사회복무요원 직무교육 교과목인 응급심폐소생술을 체험해보고 있습니다.
ⓒ 임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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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이 분 돌아가셨습니다."
"머라꼬요? 하하하…. 다시 해볼끼예."

열심히 심폐소생술을 시도해보던 아주머니께서 담당 직원의 '사망선고'에 까르르 웃으며 죄송하다고 합니다. 생전 처음해보는 일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다면서 다시 팔을 걷고 훈련용 에니의 심장을 힘차게 누릅니다. 결국 가까스로 소생하셨다는 합격 선언이 나오자 그제야 이마에 살짝 맺힌 땀을 훔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파란 하늘에 제법 쌀쌀한 가을날인 지난 5일, 대구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지자체가 마련한 '복지한마당' 행사 현장에서였습니다. 사회복무요원들의 직무교육 교과목인 응급심폐소생술을 시민들이 체험해봤습니다. 지금껏 공익근무요원이라 불렸던 사회복무요원들의 직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가 새로운 대체복무제도도 홍보하고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할 겸 아침부터 서둘러 홍보부스를 열었습니다.

이 행사에 사회복무교육센터가 참여하기 시작한 건 사회복무제도가 시행되었던 지난 2008년 가을부터였으니 벌써 6년째입니다. 얼핏 들으면 기관의 이름이 지역의 '복지한마당'이라는 행사와는 관련이 없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사회복무요원 직무교육은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 시스템의 기초가 됩니다.

복지분야에 전진배치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은 2주간의 빡빡한 이론과 실습 수업을 소화해야 합니다.
 복지분야에 전진배치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은 2주간의 빡빡한 이론과 실습 수업을 소화해야 합니다.
ⓒ 임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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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진행된 빡빡한 2주간의 교육

새로운 병역대체복무제도인 사회복무제도는 애당초 우리사회 복지시스템의 기초를 다지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물론 병역의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근본 목적도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공익근무요원이란 이름으로 각급 행정관서의 행정보조나 도시철도, 산림청 등에 배정해 허드렛일을 시키던 제도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아직도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고 계십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지난 6년간 사회복지시설을 중심으로 전진 배치됐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2만명이 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복지현장에서 노인과 장애인 등 대상자들을 직접 대면하며 소중한 소임을 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복지분야에서 대상자들을 돌보려면 여러 면에서 준비와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그들을 각급 시설에 배치하기 전에 각 시설의 특성에 맞는 전문화교육이 필요하고 이 과정이 바로 사회복무요원 직무교육입니다. 자신이 맡은 분야 대상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인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며 또 그들을 돌보고 보조하는 기법도 배우게 됩니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심페소생술도 지체없이 할 줄 알아야 하겠지요. 이렇게 교육은 2주간 빡빡하게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이 일을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전국 6개 사회복무교육센터가 맡아왔습니다. 해가 거듭할수록 복지분야로 투입되는 이들 사회복무요원의 수는 늘어날 것이고 교육의 양과 함께 질도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바로 저희 직원들이 수행해야할 미션이라 하겠습니다.

'방위병-공익요원'의 역사 마감, 이제는 '사회복무요원'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이해’  교과목 실습 중 특수고글을 착용한 알코올 체험에 젊은 여성분이 도전해 봅니다. 대단히 어지럽고 만만치 않습니다.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이해’ 교과목 실습 중 특수고글을 착용한 알코올 체험에 젊은 여성분이 도전해 봅니다. 대단히 어지럽고 만만치 않습니다.
ⓒ 임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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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어…. 내가 와이라노."
"아니 아가씨가 뭔 술을 이렇게 드셨어요."

봉사자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바닥에 나뒹굴 듯이 휘청거리는 한 시민을 보며 저희 직원이 다시 너스레를 떱니다. 시민들이 직무교육의 교과목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이해'  직접 체험의 하나인 특수고글을 착용한 알코올체험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알코올중독자의 신체적 상황을 알아보고 직접 체험해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그 분들에게 올바른 도움을 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체험은 만만치 않습니다만 일반 시민들도 알코올장애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이해를 하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솔직히 진지하고 세밀한 직무교육의 내용을 자랑해서 전국 사회복지시설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땀흘리는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한 인식 변화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우선이었지요.

병역법 개정으로 오는 12월 5일부터 공익근무요원은‘사회복무요원’으로 통칭됩니다.
 병역법 개정으로 오는 12월 5일부터 공익근무요원은‘사회복무요원’으로 통칭됩니다.
ⓒ 임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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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이면 공익이지 사회복무요원은 또 뭐꼬?"
"어르신 정답은 사회복무요원이에요~"

연세 지긋한 어르신께서 사회복무요원이라는 명칭이 생소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어보십니다. 옆에 지켜 섰던 저희 여직원이 귀에다 작은 소리로 답을 가르쳐 드립니다.

벌써 제도시행 6년차지만 모두들 공익근무요원이 입에 익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행사장에서 두 가지 명칭을 놓고 올바른 명칭을 고르는 이벤트를 해본 것이지요. 답을 맞히신 시민들께는 '건강하고 가슴이 따뜻한 사회복무 인재양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새겨진 작은 컵화분 하나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사실 병역법상으로는 아직도 공익근무요원이 맞습니다. 제도시행에 따른 법개정 작업이 다소 늦어져서 지난 8월에야 처리가 되었고 경과기간을 거쳐 오는 12월 5일자로 공식적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통칭됩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대체복무자의 명칭이 '방위병-공익'의 역사를 마감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완성되는 역사적 날이 오는 것이지요.

이름만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서도 말씀드렸지만 사회복지와 보건분야에 대거 투입되는 사회복무요원은 그 역할부터 다릅니다. 단순한 업무보조자에서 전문적 업무보조자가 되는 셈입니다. 근무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준직원'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직원으로 생각해서 모든 업무를 직접 맡기고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정책적으로 노동시장의 안정을 해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요.

땅거미가 질 무렵 직원들과 함께 행사 뒷정리를 하고 고생하신 자원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고맙습니다. 40대 초반에 이 교육업무를 처음 준비했고 지금껏 현장교육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제는 5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요. 중학생이던 딸아이는 대학생이 되었고 제 머리에도 흰 서리가 내렸습니다.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 교육을 맡고있는 저는 줄곧 교육생들에게 복지마인드와 복지철학을 강조해 왔습니다. 우리 헌법 34조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복지권을 되뇌었지요.

지난 시절 독일 '민사복무제도'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사회복무제도도 잘 안착되고 수많은 가슴 따뜻한 사회복무요원들이 배출되어 복지국가의 탄탄한 초석이 다져지길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초기 독일 민사복무제도를 벤치마킹하던 시절, 당시 독일  민사복무청 프라우 파이트만 부청장이 우리에게 해주었던 말이 다시 떠오르는 가을날 입니다.

"민사복무요원이 없는 복지국가 독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대구 국채보상기념공, 지자체가 마련한 ‘복지한마당’ 에서 사회복무제도를 홍보하고 있는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 직원들
 대구 국채보상기념공, 지자체가 마련한 ‘복지한마당’ 에서 사회복무제도를 홍보하고 있는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 직원들
ⓒ 임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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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임기현 기자는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사회복무요원, #사회복무제도, #복지국가,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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