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해발 5천 미터에 자리 잡은 천지(天池)

▲ 해발 5천 미터에 자리 잡은 천지
ⓒ 조수영
여행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아침 일찍 천산으로 출발했다. 천산 위에 자리 잡은 천지의 날씨는 춥고 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겹겹이 따뜻한 옷을 입었다. 천산은 시내에서 190km 거리, 버스로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다.

이곳 신강의 수원이 되는 천산산맥은 카스에서 우루무치로 이어진다. 백양나무가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도로의 저편에는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다. 쭉 뻗은 도로는 박격달봉(博格達峰: 보고타봉이라고도 부른다)으로 향한다.

시내에서 멀어질수록 초원은 사라지고 황량함이 더해간다. 한참을 달렸더니 맑은 시냇물이 나타났다. 초원에는 양떼들도 보인다. 멀리 눈 덮인 천산산맥이 그림처럼 나타났다. 좀 더 깊은 계곡으로 들어서니 숲이 우거지고 이름모를 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우루무치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설산은 천산의 박격달봉이다. 해발 5445m의 이 봉우리에는 늘 만년설이 빛난다. 박격달봉의 아래 해발 1980m 되는 곳에 큰 호수가 하나 있다. 이 호수가 천지다. 우리 백두산 천지와 같은 이름이다.

전설에 의하면 천지는 3천 년 전 주나라 목왕이 여덟 필 준마가 끄는 수레를 타고 서쪽 지방을 주유할 때 여신 서왕모가 성대한 환영연회를 베푼 장소라 한다. 백두산 천지와 같은 이름의 이곳의 천지는 면적은 그보다 작지만 두 곳 모두 성스러운 장소로 느끼는 건 비슷한 것 같다.

정상까지 이어진 케이블카

▲ 정상까지 오르는 케이블카
ⓒ 조수영
버스 주차장에서 천지까지는 케이블카나 셔틀버스를 타고 간다. 아침 일찍 서두른 덕분에 넓은 주차장이 한적하다. 그러나 여름철이 관광시즌이라 오후에는 자리가 없다고 한다.

천지의 입장료에는 왕복 버스요금이 포함되어 있었다. 올라가는 길은 케이블카를, 내려오는 길은 속도가 좀 더 빠른 셔틀버스를 타기로 했다. 두 명씩 차례로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오른다. 약 200대의 케이블카가 차례로 오른다.

고도에 맞게 가문비나무 군락이 내려다보인다. 간혹 산등성으로 직접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마치 우리를 감시하듯이 매가 주변을 빙빙 날고 있다.

케이블카에 내려서도 20분 정도 더 걸어 올라가야 천지가 보인다. 그 사이에 상점과 식당이 있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들을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낭을 굽는 사람들, 양고기를 손질하는 사람들, 국을 끓이는 사람들…. 갓 구운 낭의 냄새에 식욕을 참을 수 없다.

아침을 잔뜩 먹고도 낭을 또 산다. 금방 구워낸 빵의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깨를 살짝 뿌려 화덕에 구워 더욱 고소하다.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주체할 수 없는 고소함이 가득 찬다.

마지막 고개를 돌아서니 천지가 웅장하게 펼쳐졌다. 가슴이 뻥 뚫리고, 아름다운 남색의 물빛은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정면에 중심을 잡고 있는 설산과 아름다운 능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맑은 물에 비친 설산의 모습은 마치 도화지를 반으로 접어 찍어낸 것 같다. 여름엔 허가받은 등산가들이 저 설산을 오른다고 한다. 겨울철엔 천지가 꽁꽁 어는데 5월에야 녹기 시작한다. 천지 주변에는 이미 도착한 관광객들이 많았다. 한여름인데도 시원한 최고의 피서지이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빨려 들어갈 듯한 천지의 바닥

▲ 백두산의 천지와 그 이름이 같다.
ⓒ 조수영
▲ 유람선은 천지 위를 30분 정도 돈다.
ⓒ 조수영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청정을 고려해서 유람선은 모두 기름이 아닌 가스로 운행되고 그래서 천지에는 기름 한 방울 없다. 유람선은 중간에 도교사원 입구에서 잠깐 정차하고 천지 위를 30분 정도 유람한다. 차가운 물의 기운과 매서운 바람으로 배 위는 무지 춥다. 깊고 푸른 천지의 물은 마치 그 바닥으로 우리를 빨아들이는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가게 앞은 낭을 굽는 모습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위구르 복장을 한 아가씨가 그 앞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낭에 있는 무늬를 한번 찍어 보겠다니 선뜻 도장을 내어 준다.

겹쳐진 원모양의 도장으로 피자의 도우처럼 생긴 판 위를 꾹꾹 찍는다. 그 정도 힘으론 어림없다는 표정이다. 전력을 다해 구멍이 뚫릴 정도로 내리쳤더니 이번엔 아예 여기서 일하면서 살라고 한다. 갓 구운 낭을 모양대로 뜯어먹은 재미가 일품이다.

서부 대개발의 중심 우루무치

▲ 금방 구워낸 낭의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 조수영
▲ 겹쳐진 원모양의 도장으로 피자의 도우처럼 생긴 판 위를 찍어 화덕에 굽는다.
ⓒ 조수영
▲ 인기있는 점심 메뉴는 양고기탕
ⓒ 조수영
우루무치는 서역 최대의 공업도시이다. 중국의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철도는 물론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의 수도) 까지 잇는 철도가 개통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항공로도 일찌감치 열렸다. 해마다 20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서부대개발사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우루무치는 작년에 12%의 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미국과 일본 등 40여 개 나라 천여 개의 회사가 진출해 앞다투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야심 찬 구호는 '경제 실크로드의 선점'이다. 지금 과거의 대상들이 다녔던 그 길을 따라 새로운 실크로드가 생겨나고 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이 길을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관문으로 구축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신 실크로드'의 태동이다.

다시 서안으로...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우루무치.중국의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철도는 물론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까지 잇는 철도가 개통되고 있다.
ⓒ 조수영
우리는 이제 다시 서안으로 향한다. 서안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우루무치는 작지만 잘 정리된 도시다. 홍산공원의 9층탑이 내려다보인다. 시내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치 우루무치를 엄호하듯 천산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설산을 중심으로 방사상으로 물이 흐른 흔적이 있다. 기억되지 않는 과거에는 훨씬 더 많은 만년설이 이곳 사람들과 같이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