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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4@어릴 적 만화 <서유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삼장법사가 불경을 구하기 위해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요괴를 무찌르며 서역으로 가는….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 이야기는 하늘을 나는 보드를 타고 다니는 오공이와 오랫동안 우리를 즐겁게 해준 답답한 사오정 시리즈로 기억되었다. 어느 날 문득 그 서유기를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그것이 무려 우리 글로 11권이나 되는 소설이고, 실제 당나라 현장법사가 왕명으로 서역으로 향했던 사실에서 시작된 이야기란 걸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그리고 그 서역으로 가보고 싶었다. 오공이가 근두운을 타고 갔었던, 혜초스님이 쓴 <왕오천축국전>의 그 길로,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의 그 길로 지난해 여름(8월 3일) 떠났다.<필자주>공항이 떠들썩하다. 일본인 가수 아라시가 인천공항으로 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2000명은 될 듯한 거대한 여학생 무리의 함성은 인천공항을 1미터는 족히 들썩거리게 하는 것 같다. 우리의 '욘사마'를 보기 위해 모였던 인파는 6000명이라고 하니 아마도 일본 나리타공항의 지붕은 저 멀리 날아갔을 것 같다. 수속은 저녁 8시에 마쳤지만 서안으로 가는 중국 동방항공(MU)은 한국시각으로 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탑승할 수 있었다. 두 시간 반이 지난 (중국은 우리나라와 한 시간의 시차가 있다) 현지 시각 자정에 서안공항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지만 관광객을 맞는 사람들로 공항은 분주하다. 천년의 고도 서안@BRI@고도 장안(長安), 현재 '서안'(西安, 시안)이라 부르는 이곳은 주(周)나라 무왕이 세운 호경(鎬京)에서 비롯되어, 그 뒤 한나라에서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1000년여 동안 수도로 번영한 역사적 도시이다. 그동안 '영원한 평화'라는 뜻의 '장안(長安)'이라 불리었다. 관중 분지의 중앙부에 위치하여 북쪽으로 위하강이 흐르고 남쪽에는 종남산이 솟아 있는 요새와도 같은 지리적 조건으로 오랫동안 수도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장안이 중국의 수도로서 가장 크게 명성을 누리게 된 것은 실크로드가 최고의 번영을 누린 수, 당대였다. 당대에 인구 200만을 헤아리던 장안은 서방의 바그다드와 동서에서 쌍벽을 이루는 국제도시로 동쪽 문명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당이 멸망하고 수도가 낙양으로 옮겨지면서 이름도 서안, 즉 서쪽의 평화라고 바뀌고 왕자가 거주하는 지방의 도읍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재는 섬서성의 성도로서 인구 300만 명이 사는 중국 북서부 섬유 산업의 거점도시이다. 또 진시황의 병마용을 보기 위해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중국 최대의 관광도시이기도 하다.서안국제공항은 시내와 버스로 약 40분 거리에 있었다. 시내로 가는 길 양쪽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이곳이 무협소설에 나오는 관중평원이다. 동서로 360㎞라고 하니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곳곳에 크고 작은 언덕들이 보인다. 무덤들이다. 그 오랜 세월동안 도읍이었으니 그동안 황제와 귀족들의 무덤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황제의 능에다 당시 귀족의 묘까지 합하면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이 부근에 있는 72개의 황릉에 73명의 황제가 묻혀있다. 이유인즉, 당나라 고종의 부인이었지만 그 아들까지 죽이고 제위에 오른 측천무후가 남편인 고종과 함께 매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많은 능 중에 현재까지 도굴 당하지 않은 것은 내일 만나게 될 진시황릉과 측천무후릉, 단 두 곳이라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서안은 농사짓는 것보다 농사짓다가 캐낸 유물을 내다 파는 게 수입이 낫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공항주변의 농가에는 겉으론 허름하지만 실제 부자가 많이 산다고 한다. 이들은 정부에서 미처 관할하지 못하는 주변의 왕릉들을 도굴해서 홍콩이나 유럽으로 밀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소문을 들은 어느 골동품상이 유물이 많이 나온다는 마을을 찾았다. 어느 농가에 다다랐는데 개가 밥을 먹고 있는 그 그릇이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개를 비싼 값으로 산 뒤, 개에게 밥을 먹이려 하니 그 밥그릇을 팔라고 했다. 그러자 농부는 "아니 되오. 당신에게 이 그릇을 팔아버리면 개를 계속 팔 수가 없지 않소"라고 하더라는 이야기다."츠팔러마?" 서안 투어, 드디어 시작하다@IMG1@멀리 서안성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성벽의 바깥쪽 둘레를 전구로 장식해놓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서안은 거대한 바둑판 모양이다. 종루를 중심으로 도로가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다. 서문을 들어서자 서대가(西大街)가 저 멀리까지 쭉 이어져 있다. 예전 백제가 망하고 당나라로 끌려온 의자왕도 이 문을 지났으리라. 서대가의 양쪽 건물들은 모두 명나라의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다. 서안 시내를 재건할 때 법으로 그 양식을 따르도록 하여 지금의 인상적인 모습으로 남게 된 것이다. 성의 중심에는 종루(鐘樓)가 있다. 고루(鼓樓)와 마주보며 종루광장을 이루고 있다. 원래 종루에는 종이, 고루에는 북이 있었는데 지진으로 파손되어 현재 고루에는 북이 없다. 예전에는 낮에는 종을, 밤에는 북을 쳐서 시간을 알려주었다. 시내는 밤늦은 시간임에도 유흥을 찾아나선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나이트클럽 앞의 호객군도 우리의 그것과 똑같다.@IMG2@@IMG3@@IMG5@서안 여행의 첫날(8월 4일)이다.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주변 산책에 나섰다. 황성호텔 바로 맞은편에 있는 탄시가 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낮에는 식자재를 파는 곳으로, 밤에는 잡화를 파는 벼룩시장으로 바뀐다고 한다. 초입엔 대추, 호두 같은 견과류를 파는 듯하더니 염소, 양고기, 내장 등을 파는 정육점에 이어 생선가게가 이어져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장어인데, 옷에 피를 튀기며 장어의 껍질을 벗기는 모습이 섬뜩하다. 어찌 요리할지 걱정되는 자라와 팔뚝만 한 개구리도 인기 품목이다. 드디어 서안 투어가 시작되었다. 서안가이드 이철씨가 중국인사를 가르쳐 준다. 아침인사는 "츠팔러마?"나 "니츨러마?" 그 발음이 마치 우리말로 욕을 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미안합니다'는 "뚜이붙이", '수고하셨습니다'는 "싱쿨러"다. 흐흐 웬 두부부침과 쉰 콜라? 나중에 버스에서 내릴 때 기사에게 쉰 콜라 한 잔을 권해야겠다. 가이드는 다시 한번 여권 보관에 대한 주의를 준다. 여기서 잃어버리게 되면 북경이나 상해까지 가야하고, 그 기간이 15일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야말로 억류인 셈이다.@IMG6@@IMG7@
태그:#실크로드, #서안, #장안, #서안성, #서안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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