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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
ⓒ 이정환

"노무현 정권은 3류 운동권이다."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이 "노무현 정권이 국가 운영의 책임감과 그로 인한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일종의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다"면서 "국민들을 식상케 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3류 운동권의 횡행"이라고 현 정권을 정면 비판했다.

6월항쟁 20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히는 과정에서 김 전 수석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가 저절로 주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일부 민주화 세력의 무능과 부정 부패로 인해 마치 전체 민주화 세력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들처럼 비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은 "역대 민주화 정권들이 무능했다고 해서 역사가 거꾸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인혁당 사람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판사 명단 공개를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먼저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용서를 비는 노력이 없는 한 '독재자의 딸'이란 것만 남는다"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쓴 소리를 던졌다.

ⓒ 이정환
또한 김 전 수석이 박근혜 전 대표 지지 성향 모임인 국가미래전략포럼 공동대표라는 최근 <조선일보> 등 보도에 대해 "그 쪽에서 사람이 다녀간 적은 있지만, 실제 아무 관계가 없다.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하고 "다소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전 수석은 "1987년 6월, 아무 사심 없이 민주주의를 위해 원색으로 분노하고 외쳤다"면서 "원색의 초심으로 지금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 6월 정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각성을 촉구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문답이다.

- 6월항쟁 20주년, 감회가 남다를 듯 합니다.
"물론 감회가 새롭죠. 하지만 안타까움이 더 큽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가 마치 그냥 저절로 주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가 어떻게 민주화를 쟁취했는지, 어떤 사람의 죽음이 있었는지 잊고 잊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일부 민주화 세력의 무능과 부정 부패로 인해 마치 전체 민주화 세력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들처럼 비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나아가 민주화 자체가 '잘 된 것이다, 자랑스럽다'는 분위기가 아니고, 오히려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세태가 참으로 안타깝죠."

-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첫째는 일부 민주화운동 세력들이 민주화라는 목표만 달성하면, 모든 게 저절로 이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국이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깊은 성찰과 반성이 없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민주화운동 세력하면 무책임, 무경륜, 무능, 경박 이런 말로 표현되지 않습니까.

둘째는 당시 민주화운동이 권위주의에 대한 투쟁이었기 때문에, 권위 등 기존의 모든 걸 파괴하는 것이 마치 정당한 것처럼 돼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요. 무례하고 부도덕하고 자기합리화하는 등의 인간적인 결함. 이런 문제가 지난 3대 정권을 거치면서 이제 국민들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한 거죠.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특히 노무현 정권과 관련된 사람들은 내가 보기에 3류 운동권입니다. 국민들을 식상케 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3류 운동권의 횡행입니다. 내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거룩한 건지, 또 얼마나 책임져야 될 일이 많고 그래서 또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를 못 느끼는 도덕 불감증이라고 할까요. 노무현 정권이 하는 걸 보면 꼭 애들이 물가에서…. 그 사람들 중 진보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이정환


- 진보의 의미는?
"내가 진보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뉴라이트나 뉴레프트 같은 표현 자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진보 또는 보수란 말을 쓰는 것보다 '누가 더 조국을 사랑하느냐,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뻗어나가느냐,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길이 어디에 있느냐'등에 대한 방법을 놓고 경쟁해야 할 때입니다. '뉴'자만 붙었다 뿐이지, 지금 '라이트' '레프트' 운운하면 냉전시대와 뭐가 다릅니까? 정의로운 경쟁을 할 때지, 싸울 때가 아닙니다.

다만 말입니다. 역대 민주화 정권들이 무능했다고 해서 역사가 거꾸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가서도 안 되고. 반독재 민주화 투쟁은 역사의 정(正)방향이었고, 옳은 길이었습니다. 지난 독재에 대한 향수나 개발 논리로 되돌아간다든지 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 않느냐. 결코 역사는 거꾸로 돌아갈 수 없다."

- 대선과 관계 있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그러나 한나라당 뭐 이런 게 아닙니다. 박근혜씨를 말하는 것이죠. 박정희씨가 부산일보와 부일장학회를 권력으로 뺏었어요. 돌려줘야 마땅한 도리죠. 인혁당 사람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한 잘못이 용서될 수 있다면,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면 무릎 꿇고 용서를 빌겠다'는 이야기를 박근혜씨가 해야죠. 그게 도리입니다.

헌데 재판 판사 명단 공개를 정치 공세라고 합니다. '반성도 하지 않겠다, 진실도 밝히지 않겠다'는 얘기와 뭐가 다릅니까? 결국 이런 발언으로는 박근혜씨에게는 독재자의 딸이란 것만 남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딸이라서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예요. 정말 국민 통합을 원한다면, 적어도 인혁당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죠."

- 그런데 선생님이 박근혜 전 대표 지지 성향 모임인 국가미래전략포럼의 공동대표라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아- 그건 나하고 관계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그쪽에 있는 사람들이 더러 나를 존경한다고 왔다갔다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아무 관계가 없어요. 다소 의도적으로 넣은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드는데, 나와 관계없는 일입니다." (상자 기사 참조)

- 현재 선생님의 정치적 성향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곧 칠순을 바라봐요. 돌아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고 있죠. 이부영씨나 장기표씨 그리고 손학규씨도 찾아오곤 합니다만, 그 때마다 선을 긋죠. 정서적으로는 너희들과 함께 할 수 있겠지만, 뛰어다닐 수는 없겠다."

- 끝으로 6월 정신을 말씀해주신다면?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는 아무 사심 없이 민주주의를 위해 원색으로 분노하고 원색으로 뛰쳐나오고 있는 그대로 외치고 그러지 않았나요? 그럼 그때의 원색으로, 원색의 초심으로 지금 돌아가라. 그래서 다시 시작해라. 껍데기는 다 버리고 진짜 그 6월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6월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운동 대부가 박근혜 지지한다?

▲ 3월 29일자 <조선일보> 정정보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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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전 청와대 수석은 '재야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2005년 김 전 수석이 발간한 <진실, 광장에 서다> 추천사에서 "민주화 운동 30년은 그의 삶 자체였다"고 적었을 정도로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인물.

그런데 지난 달 7일자 <조선일보>는 국가미래전략포럼 창립 총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소식을 전하면서 "국가미래전략포럼은 박 전 대표 지지 성향 모임으로, 송상현 서울 법대 교수,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 전용원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한국일보> <세계일보>도 같은 내용의 보도를 나란히 실었다.

하지만 이같은 보도들은 모두 '오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달 29일자 <조선일보>는 '바로 잡습니다' 코너를 통해 "7일자 박근혜 '부패한 정치에선 경제 안 살아나' 기사에서 소개한 "국가미래전략포럼 공동대표 중 김정남 전 청와대 비서관은 대표가 아니므로 바로 잡는다"고 '오보'를 인정했다.

이와 관련 A신문 기자는 "연합뉴스 보도를 참고하여 기사를 작성했고, 박근혜 캠프에 확인 취재를 거쳐 기사를 썼다"고 말했고, B신문 기자 역시 "보도자료는 없었다. 캠프에 문의하니까 '공동 대표가 맞다'고 해서 보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기자들의 문의가 있었다. 우리도 잘 모르는 내용이라 포럼 쪽에 확인했더니 '공동 대표가 맞다'고 그래서 그렇게 알려줬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국가미래전략포럼 관계자는 "해당 보도 자료를 낸 적이 없으며, 왜 그런 보도가 나갔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잘못 나갔다", "모르겠다"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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