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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그러운 보석
ⓒ 정기상
"봄 여행 떠나요."
"어디로 가야 봄을 만끽할 수 있을까?"
"마이산 어때요?"

집사람의 요구에 갈등이 앞선다. 마이산은 잘 알려진 곳이다. 견고하게 쌓여진 탑으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물론 말의 귀를 닮은 암 마이산과 수 마이산도 함께 존재한다. 널리 알려진 곳을 여행하게 되면, 편안해서 좋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가를 받은 곳이니, 볼거리가 충분하다. 그러나 여행의 참맛을 즐기기에는 아무래도 2%가 부족하다.

목적지가 진안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마이산은 아니었다. 풋풋한 봄을 온몸으로 느끼려면 아무래도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전주에서 출발하여 진안읍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 입구에서 우회전을 하게 되면, 부귀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 그 곳을 지나 용담댐을 거쳐 운일암반일암으로 돌아보기로 하였다.

▲ 노란 봄
ⓒ 정기상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만, 오늘(25일)은 맑았다. 봄 여행을 떠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파란 하늘을 보니, 마음까지 밝아졌다. 가벼운 설렘이 즐거움을 주었다. 물 한 병과 카메라를 손에 잡으니, 여행 준비는 끝이었다. 집사람도 이제는 의례 그럴 줄 알고는 나선다.

젊었을 때부터 여행을 떠나는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지금은 자동차가 있어서 더욱 더 편리해졌지만, 없었을 때에도 그랬었다. 버스 시간표 같은 것은 아예 계산하지 않았다. 터미널에 가서 가장 빨리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타면 목적지가 되곤 하였었다. 여행의 참맛은 목적지가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 분홍빛 향
ⓒ 정기상
30여 년 전부터 시작한 일이니, 이제는 몸에 배였다. 자동차를 가지게 된 뒤부터는 더욱 더 그랬다. 일상의 모든 것은 잠시 밀어놓으면 되는 일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은 끝이 없다. 하나를 끝나게 되면 이어서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뒤로 미뤄놓아도 아무 상관이 없다. 마음먹기 달린 일일 뿐이다.

도심은 지동차로 붐비고 있었다. 신호등에 걸려 서 있어도 흥겹기만 하였다. 여행이 주는 풍요로움이다. 도시를 벗어나면 상쾌하게 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여유롭게 만드는 것이다. 전주를 벗어나 완주군 소양 쪽으로 들어서니, 예상한 대로였다. 막힘이 없이 달릴 수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 봄 골짜기
ⓒ 정기상
구불구불 소태정 고개를 넘어서니, 봄의 향기가 온몸을 휘감아버린다. 휴게소에서 마시는 커피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휴게소를 지나, 부귀면 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흐르는 물소리가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 청정 지역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가 있다. 오염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싱그러움이 넘치고 있었다.

들녘의 한 가운데 서 있으니, 은은하게 배어나는 풀꽃의 향에 취해버린다.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사람의 힘이 얼마나 미약하고 보잘 것이 없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진안의 봄이었다. 들판 그득 넘쳐나고 있는 봄의 기운이 힘을 솟구치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게 된다.

▲ 쑥향
ⓒ 정기상
노란 풀꽃은 그것대로 고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고 분홍빛 풀꽃은 그것대로 독특하게 뽐내고 있었다. 마음을 열고 바라보니, 봄꽃 세상이었다. 비록 작아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아야 하지만, 앙증맞은 모습이 온몸을 감동시키기에는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거기에다 향까지 은은하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어디 그 뿐인가. 이슬방울이 창조하고 있는 영롱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우뚝하다.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풀잎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높이 서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주어진 곳에 조금도 불만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빛나고 있었다.

▲ 개구리의 노래
ⓒ 정기상
"우렁- 우렁-"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그 소리가 어찌나 고운지 새들이 부르는 하모니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잘못 들은 나를 꾸짖기라도 하듯이 노래 소리는 더욱 더 높아졌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니, 새들이 아니라 개구리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였다. 겨울잠을 자고 일어난 개구리들이 부르는 봄의 합창이었다.

살펴보니, 언제 그렇게 알을 낳았을까. 수많은 알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봄의 향연이었고, 생명이 살아 숨쉬는 현장이었다. 생명의 경이로움을 직접 목격하게 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 감동이 넘쳐난다. 일부는 올챙이가 되기 직전의 상태였다. 그들의 모습에서 살아 있는 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매밀국밥
ⓒ 정기상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용담댐으로 향하는 길목에 휴게소가 하나 있었다.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주인 할머니의 친절이 여행의 재미를 더하게 해준다. 거기에다 손수 농사지어서 만들었다는 메밀 묵밥은 그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봄 향기 그윽한 봄나물을 반찬으로 먹은 음식이 어찌나 좋은지,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운일암반일암 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이내 눈에 들어오는 산 봉오리가 시선을 잡는다. 구봉산이 부르고 있었다. 유혹에 넘어간 수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라갔음을 알 수 있었다.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들이 그 것을 말하고 있었다. 달리는 도로 사이에는 산수유 꽃이 피어나고 있어 봄의 흥겨움을 돋우고 있었다.

▲ 구봉산
ⓒ 정기상
운일암반일암에 도착하니, 흘러가는 맑은 물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어찌나 힘차게 흘러가고 있는지, 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신선이 내려왔다는 이곳의 풍광이 마음을 잡아버린다. 어디를 보아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봄의 기운을 잡을 수 있었다. 봄은 익어가고 있었다.

하얀 포말을 이루며 부서지는 시냇물이 초록으로 빛나고 있는 소나무와 어우러져 한상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자라고 있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이 심어가지고 자랄 수 없는 곳이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 운일임반일암의 불일암
ⓒ 정기상
불일암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봄의 감동이 배가 된다. 바위가 부처님을 닮아 있으니,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부처님이 마음에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부처님이라고 생각하니, 정말의 부처님의 가피를 입는 것 같았다.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새삼 알 수 있었다. 일체유심조라고 하였던가. 마음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된다.

개구리 노래 유혹하는 진안을 한 바퀴 돌아보게 되니, 몸도 마음도 봄이 물들어버렸다. 봄 색깔이 배어들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마치 등에 날개가 돋아나, 날아갈 것만 같았다. 집사람의 얼굴도 환하게 피어났다. 살림하느라 쌓였던 스트레스를 일소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진안군 관광 안내도
ⓒ 정기상
진안은 봄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싱그러움이 피어오르는 봄의 정취에 푹 빠졌다. 마이산의 풍광도 빼어나다. 죽도의 물로 맑고 백운동 계곡의 아름다움도 뛰어나다. 그러나 부귀면으로 돌아 운일암반일암을 거쳐 전주로 돌아오는 코스 또한 환상적이었다. 잘 알려져 있지만 않았지만, 더 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피곤함도 모르고 신나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나만의 여행지 응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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