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제(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보건복지부의 의료법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밖에선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각각 다른 이유로 반대집회와 기자회견을 잇달아 개최하여 어수선한 가운데 2시부터 예정된 공청회가 시작되었다.

이날 공청회는 의-치-한의사협회가 사전에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열려 반쪽짜리 공청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공청회 시작 전 의사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한의사협회는 뒤늦게 참석해서 각각의 입장을 전달하였다.

유사의료행위 뒷거래 의혹

이날 공청회에서 특히 쟁점으로 부각된 조항은 ‘유사의료행위’와 ‘의료산업화’ 관련 조항으로 ‘유사의료행위’ 관련 조항은 의료계(특히 한의사협회)가, ‘의료산업화’ 관련 조항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각각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펼쳤다.

유사의료행위는 문신, 안마, 맛사지, 피부관리, 침구, 피어싱, 접골, 카이로프랙틱, 수지침 등 많은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의료행위와 비슷한 행위이지만 관련 규정이 따로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유사의료행위가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현재 문신, 피어싱, 맛사지, 수지침 등의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여 5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부과하도록 되어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유사의료행위는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규정이 없고 무면허의료행위의 범주에 포함되어 수많은 범법자를 양산하는 등 그 부작용이 심각하여 관련 조항을 만들어 국가가 체계적으로 질 관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법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데 유사의료행위를 의료법에 규정하는 것은 의료법 원래의 목적에 반하는 것으로 의료체계의 재정비 차원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입장차가 분명한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유사의료행위 조항을 삭제 하겠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공청회 이전에 이미 복지부와 의료계가 사전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불거져 나왔다.

이 의혹은 유사의료행위와 가장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한의사협회가 기존의 공청회 ‘불참’ 선언을 번복하고 공청회에 전격적으로 참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공청회는 각각의 입장을 가진 이들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담당 정부부처를 이를 수렴하여 향후 결정에 참고하는 과정으로, 사전에 합의가 있지 않고서는 발령 받은 지 며칠밖에 안 된 부처 관계자가 즉석에서 내용을 가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게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누구를 위하여 의료법을 개정하는가?

이날 시민사회단체는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료법의 목적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그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법개정이 국민의 건강은 내 팽개친 채 대형병원의 돈벌이를 돕는데 만 치우쳐 있다”고 주장하며 개정의료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이들은 “그간 의료법 논의과정에서 국민들의 건강증진과 보호를 위해 강조되었던 ‘설명의무화’, ‘표준진료지침 제정’, ‘진료기록 위변조에 대한 처벌’, ‘유사의료행위의 규제’ 등 조항들은 복지부가 의료계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축소하거나 아예 삭제되는 등 협상수단으로 사용하고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작용을 안겨줄 의료산업화는 끝까지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의료산업화 관련 조항은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 의원개설 허용, 프리랜서 의사 허용, 병원간 인수합병 허용,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확대, 의료기관의 환자 유인,알선행위 허용, 비급여 의료비용에 대한 할인 허용, 의료광고 규제 완화 등으로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의료기관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국민의 의료선택권과 편의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설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산업화 관련 조항은 의원급 1차 의료기관들을 대형병원들과 경쟁시키는 것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의료를 대신하고 있는 의원급 1차 의료기관들의 무한경쟁으로 내몰아 고사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부대사업 확대, 유인, 알선행위의 허용 등은 의료비 상승과 과잉 의료양상, 허위과장광고, 미끼상품 남발, 건강보험 재정악화 등의 결과를 가져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여했던 경실련도 이에 앞선 성명을 통해 “개정 의료법안은 참여정부 국민의료 포기선언문”이라고 밝히고, 관련 의견을 정리하여 보건복지부에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이처럼, 뒷거래 의혹과 의료법에 대한 입장차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의료계, 시민단체, 국회 등에서 각각 의료법공청회를 계획하고 있어 이에 대한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