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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반 <프레스티지>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부문을 수상한 엄정화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엄정화가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달 한 기자가 쓴 한국대중음악상 후보 발표 기자회견 기사에 제목을 고쳐 달면서도 설마 했다. 솔직히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얕은 속셈으로 그렇게 제목은 붙였지만, 무엇보다 '음악성'을 중시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의 성격에 비춰볼 때 실제 수상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6일 저녁 서울 광장동 멜론악스에서 열린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장에서 그녀의 이름이 불렸다. 주류음악의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기 위해 신설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트로피의 첫 주인공은 엄정화,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앨범 <프레스티지(Prestige)>였다.

객석에서 묘한 탄성이 박수와 어우러졌다. 무대에 오른 엄정화가 "댄싱퀸 엄정화예요"라고 익살맞게 자신을 소개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어 그녀는 "저희 집에 트로피 많거든요. 그렇지만 오늘 받은 이 트로피가 최고의 트로피예요"라며 기뻐했다. 리셉션장에서 만난 선정위원장 김창남 교수(성공회대)도 "엄정화씨는 후보에 든 것만으로도 무척 기뻐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음반 <프레스티지>는 프로듀싱이나 녹음 방식 등에서 신선한 기법으로 선정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누, 배영준, 페퍼톤스 등 일렉트로닉 리듬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 것도 한몫했다.

'올해의 앨범' 스왈로우..."좋은 음악은 스스로 중심이 될 것"

▲ 음반 <아레스코>로 '올해의 앨범' '최우수 모던록 앨범' 부문을 수상한 스왈로우의 이기용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올해의 앨범'은 스왈로우의 <아레스코(Aresco)>가 차지했다. 스왈로우는 또 같은 앨범으로 '최우수 모던록 앨범'에도 선정됐다. 스왈로우는 그룹 허클베리핀 리더 이기용이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

이기용은 먼저 '모던록 앨범' 수상 소감에서는 "만날 지하실에 있다가 화사한 곳에 오니까 정신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점차 분위기에 적응한 까닭인지, '올해의 앨범' 수상을 위해 다시 무대에 올라와선 "95년부터 홍대(앞)에서 음악을 해왔다.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였다. 하지만 좋은 음악은 스스로 중심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음악을 해왔다"고 수상소감을 또렷이 밝혔다.

또 하나의 주요 부문인 '올해의 노래'는 이한철의 '슈퍼스타'에 돌아갔다. '슈퍼스타'도 '올해의 팝 싱글'까지 2개 부문을 차지했다. '불독맨션' 등 록밴드를 이끌며 주류와 인디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이한철의 '슈퍼스타'는 노래의 한 대목("괜찮아, 잘 될거야")을 윤은혜가 한 CF에서 불러 새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한철 역시 수상소감에서 "수상소감 하면 밥상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 제가 차린 밥상을 윤은혜씨가 잘 드셔주는 바람에 이 상을 타게 된 것 같다"고 말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11년 만에 <아포리즘(A4rism)>이란 음반을 발표한 박선주도 '올해의 여자가수'와 '최우수 팝 앨범' 부문 수상의 영광을 동시에 안았다. '가수들의 선생'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 박선주는 수상소감에서 "진짜로 이 상을 꼭 받고 싶어서 음반을 만들었다"고 했다. '올해의 남자가수'에는 모던록 가수 이지형, '올해의 그룹'에는 <라디오스타>로 대중적으로도 사랑받은 펑크밴드 노브레인이 선정됐다.

그리고 3인조 밴드 머스탕스는 데뷔 앨범 <더 머스탕스(The Mustangs)>로 '올해의 신인'과 함께 '최우수 록 앨범' 부문 수상자로 뽑혔다. 선정위는 머스탕스의 음악에 대해 "끊겨버린 사이키델릭 음악의 전통을 계승한 신선한 고집"으로 평가했다.

서영도 트리오의 <서클(Circle)>도 '올해의 연주'와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앨범'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공연 중이라 참석하지 못한 '베이시스트' 서영도는 수상소감 대신 농반 진반으로 "상을 타게 되면 앨범을 꼭 더 사달라"는 당부를 전해왔다.

특별상 수상자(?)는 그동안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EBS 공연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 김준성 피디는 수상소감에서 "대한민국 공연방송의 메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또 하나의 특별분야인 공로상의 주인공은 정태춘. 시상자로 나선 김창남 선정위원장은 "2006년은 음반 사전검열제도가 철폐된 지 10년째 되는 해로 정태춘씨는 바로 그 폐지를 이끈 장본인이었다"면서 그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또 한국 포크음악의 기수로서의 활동, 지난해 대추리 투쟁 참여 등도 선정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정태춘씨는 감사와 함께, 거부가 아니라 사양의 뜻을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번 심사에는 대중음악평론가, 기자, PD,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 등 35명 선정위원이 참여했다. 또 한국대중음악상 홈페이지를 통한 네티즌 투표 결과도 20% 반영해 수상자를 최종 결정했다.(전체 수상자 명단은 박스기사 참조.)

▲ '최우수 힙합 싱글' 부문을 수상한 쿤타&뉴올리언스가 수상곡 '홀딩 온'을 열창하고 있다.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대중성'과 '음악성'의 거리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은 가수 유열은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해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만이 아니라 대중이 좋아할 음악까지 망라하는 음악상"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동안 수상의 영예는 대부분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보다 '좋아할' 음악들에 돌아갔다. "판매량('대중성')이 아니라 음악적 성취('음악성')를 선정 기준으로 삼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주류 대중음악을 역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아 왔다. 이에 대해 후보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정위원 중 한 명인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대중음악상은 주류 대중음악의 배제가 아니라 포섭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명했다.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을 신설한 것도 그 같은 목적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엄정화 <프레스티지>가 선정돼 작은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파격(?)은 거기까지였다.

예컨대 이승철은 '올해의 노래'('소리쳐') '올해의 남자가수' '최우수 팝 앨범'(<8 리플렉션 오브 사운드(8 Reflection Of Sound)>) '최우수 팝 싱글'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하나의 트로피도 가져가지 못했다. 백지영('사랑 안 해')과 성시경('거리에서')도 각각 3개 부문 후보였지만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지 못했다. 아니, 대다수 주류 대중가수는 후보 명단에 아예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이와 관련 김창남 위원장은 "주류 대중가수가 적은 것은 한국대중음악이 처해 있는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했다. '좋은 음악'과 대중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게다가 대중의 말초적 감성에 기대는 음악들이 공중파 방송을 근거지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현실에서, '역차별'조차 주류와 비주류의 균형 발전을 위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정상참작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이 제시하는 '좋은 음악'이 과연 모두 대중이 '좋아할' 음악일까 하는 대목에선 멈칫거리게 된다. '대중'음악이라면, 장르에 따라 한계가 있겠지만, 그 대상을 마니아층보다는 좀더 넓혀 잡아야 하지 않을까. 또 '음악성'과 '대중성'의 간극을 좁히려면 먼저 '음악' 쪽에서 '대중' 쪽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가교 역할을 '한국의 그래미상'을 지향하는 한국대중음악상에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은 '우리에게도 좋은 음악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함으로써 희망을 품게 하는 것과 동시에 '어떻게 해야 이 음악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던져주는 자리였다.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자 전체 명단

▲올해의 앨범= 스왈로우 <아레스코> ▲올해의 노래= 이한철 '슈퍼스타' ▲올해의 가수-남자= 이지형 ▲올해의 가수-여자= 박선주 ▲올해의 가수-그룹= 노 브레인 ▲올해의 신인= 머스탱스 ▲올해의 연주= 서영도 트리오 '서클'

▲모던록-앨범= 스왈로우 <아레스코> ▲모던록-싱글=롤러코스터 '유행가' ▲록-앨범= 머스탱스 <더 머스탱스> ▲록-싱글=스트라이커스 '턴 백 타임(Turn Back Time)' ▲힙합-앨범= 더 콰이엇 <큐 트레인(Q Train)> ▲힙합-싱글= 쿤타&뉴올리언스 '홀딩 온(Holding On)'

▲알앤비&소울-앨범= 펑카프릭 부스터 <원(One)> ▲알앤비&소울-싱글= 헤리티지 '스타라이트(Starlight)' ▲팝-앨범= 박선주 <아포리즘> ▲팝-싱글= 이한철 '슈퍼스타' ▲댄스&일렉트로닉-앨범= 엄정화 <프레스티지> ▲댄스&일렉트로닉-싱글= 페퍼톤스 '슈퍼판타스틱(Superfantastic)'

▲재즈&크로스오버-앨범= 서영도 트리오 <서클> ▲재즈&크로스오버-싱글= 배장은 트리오 '시크릿 플래이스(Secret Place)' ▲올해의 영화드라마음악= <라디오스타> ▲특별상= 'EBS 스페이스 공감' ▲공로상= 정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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