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강용환 선수(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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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회 전국동아수영대회 3관왕(2005), 제86회 전국체전 4관왕(2005), 제87회 전국체전 2관왕(2006)을 기록하며 한국 수영계를 빛낸 수영선수가 있다. 바로 강용환(22)선수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을 기억하는가? 그곳에서 수영 경기가 있던 날, 한국인의 응원과 관심이 넘쳐났다. 어린 나이에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는 박태환(18) 선수 때문이었다. 잘생긴 외모와 다부진 몸매로 더욱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받은 박태환은 27일 인터넷 팬 카페 회원들과 팬 미팅도 했다. 그리고 언론은 박태환의 최근 소식을 앞 다투어 보도한다.

이러한 박태환의 훈련파트너가 바로 강용환 선수다. 박태환의 그늘에 가려 언론에 별로 노출되지 않았지만, 강용환은 이미 춘천중학교에 재학할 때 청소년대표 태극마크를 단 유망주다.

그러나 강 선수는 지난 17일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대한수영연맹에 개인 훈련을 요청하는 우편물을 보냈으나 하루 늦게 도착한 것. 대한수영연맹은 그 사이 강 선수와 연락이 닿지 않은 점 등을 감안, 이를 대표선수 소집 무단 불응으로 간주해 강 선수를 징계했다.

박태환의 훈련 파트너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강용환 선수와 29일 이야기를 나눴다.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날이었기에 부득이하게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아래 홍) :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오늘(29일) 괌에 가신다면서요?
강용환(아래 강) : 네, 안녕하세요. 저녁 8시 비행기로 괌에 전지훈련을 갑니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강용환 선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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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인터뷰 요청을 해서 혹시 당황하지 않으셨나요? 평소에도 이런 인터뷰 요청 많이 받으시죠?
: 아니요, 인터뷰 요청은 처음이에요. 하지만 당황하거나 놀라지는 않았어요.

: 아, 인터뷰가 처음이시라고요??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게 돼 영광이에요.
: 하하, 네.

: 어떤 계기로 수영을 시작하셨나요?
: 그냥 어릴 때부터 물도 좋아하고 수영도 좋아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느 선생님이 추천해주시거나 한 적은 없어요. 그냥 제가 좋아서 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 수영을 하면서 앞으로 자신이 어떤 모습일 거라고 상상했나요?
: 어릴 적엔 그냥 별 생각 없이 단순히 즐거워서 했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 힘들었던 적은 없었나요?
: 작년에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좀 힘들었어요. 아버지께서 제가 수영하는 모습을 많이 좋아하셨거든요. 이때 말고는 힘든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그때부터 더 열심히 해서 작년에 좋은 성적을 낸 거 같아요.

: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와 거의 2년 동안 같이 훈련했고 태릉선수촌에서는 한방을 썼는데, 박 선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세요?
: 뭐 그다지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잘 하니까 당연히 관심을 많이 보이는 거 아닐까요? 솔직히 말해서 조금 샘이 나긴 하지만 자랑스럽죠. 후배가 잘하고 있으니까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 봤다면 거짓말이죠.

: 박태환 선수의 훈련 파트너로서 훈련을 같이 하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태릉에 있을 때도 같이 했는데, 훈련을 같이 하면 저한테도 태환이한테도 도움이 돼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단 기록이 좋아지고, 서로 부족한 점도 봐주면서 고치죠. 스피드, 턴, 지구력, 기록 모두 같이 훈련하면서 좋아진 것 같아요.

: 조금 껄끄러운 질문을 할게요. 국가대표 선수 자격 박탈 통보를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어요?
: 별로 껄끄럽지 않은데요? 하하. 그런 거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안 썼어요. 물론 국가대표는 제가 어릴 적부터 꾼 꿈이긴 하지만, 다시 열심히 해서 또 발탁되면 되니까요. 경과야 어찌됐든, 제가 보낸 우편물이 늦게 도착했으니까요.

: 수영선수로서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 일단은 올림픽이에요. 수영을 제 길로 생각한 이상 올림픽엔 꼭 출전해 봐야죠. 그 후 모습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군대도 가야 하죠. 일단은 할 수 있을 때까지 수영을 열심히 하는 게 제 꿈입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박태환 선수와 달리, 강용환 선수는 박 선수의 훈련파트너로서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강 선수를 박 선수의 조력자로만 보는 시선이다.

강 선수는 이러한 반응에 대해서는 별 상관없다고 했다.

"뭐 어때요. 주연이 있으면 조연도 있고 그런 거잖아요."

하지만 박태환 선수의 조력자이기 전에 강 선수는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선수다.

강용환 선수는 박 선수와 함께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두 선수 모두 한국 국민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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