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 스폰지 사무실에서 조성규 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새해 첫주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는 '작은 영화들의 비상! 한국영화의 새해를 밝힌다'는 제목의 뉴스레터를 배포했다. 지난 12월 28일 개봉한 다큐영화 <비상>이 관객 2만명을 돌파했고, 퀴어영화 <후회하지 않아>도 3일 현재 관객 4만여명으로 놀라운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작은 영화? 한때는 8mm 또는 16mm 필름의 단편영화를 일컫는 표현이었지만, 지금은 대형 상업영화와 비교해 소수의 관객층을 겨냥한 독립영화 예술영화 작가영화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BRI@작은 영화의 '비상'과 함께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영화사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39). 지난해 한국영화 5편을 포함 57편의 작은 영화를 배급해 70~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배급 편수만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작은 영화계의 '큰손'으로 불릴 만하다. 그와 스폰지는 또 지난해 관객 9만8천명을 동원한 <메종 드 히미코>로 대박을 터뜨리고, 일본ㆍ유럽ㆍ인도영화제를 기획했으며, 서울 종로와 압구정에 전용관 스폰지하우스를 개관하는 등 그 어느 해보다 바쁜 시기를 보냈다. 5일 서울 신사동 스폰지 사무실에서 조성규 대표를 만났다. 충무로에서 이미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검은 뿔테 안경에 덥수룩한 머리 그대로였다. 1시간 30분가량의 인터뷰 동안 4, 5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 그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흑자 원년, 그러나..."손익은 큰 의미가 없어요" - 특히 지난해 스폰지가 많은 성과를 냈는데요? "그동안 같이 일해 온 분들 모두 정말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지난해 특별히 잘했다기보다는 그동안의 작업 성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또 전반적인 영화 시장의 흐름이 변한 것도 있구요." 조 대표가 영화일을 시작한 것은 1997년. '디지털 네가'라는 이름으로 영화를 제작ㆍ배급하면서 영화전문 무가지도 발간했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등을 수입했고, 홍콩 감독 프루트 챈과 함께 <화장실, 어디예요>도 제작했다. 그런데 그의 표현을 빌면 "쫄딱 망했다". 2002년 흩어진 직원을 모아 '스폰지'로 다시 시작했고, 지난해 흑자 원년을 기록했다. "사실 저희에게 매출은 큰 의미가 없어요. 손익 흑자도 큰 의미가 없구요. 워낙 이것저것 일을 벌이기 때문에 항상 돈이 부족하죠. 또 처음부터 영화가 좋아서 시작한 거지, 돈을 많이 벌려고 한 건 아니거든요." 그는 대신 "우리 행동에 대해 물음표를 갖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을 지난해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예전에는 스폰지라고 하면 심지어 영화계에서 일하는 분들조차도 뭐 하는 회사냐고 물어보기도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최소한 그런 분들은 없어졌어요. 얼마 전 유명 배우를 만났는데, 그 배우가 먼저 스폰지 대표를 보고 싶었다고 그러더라구요. 우리가 하는 일이 이제 좀 자리를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엔 <메종 드 히미코>를 안하려고 했어요" 스폰지가 지난해 개봉한 50여편 중 "확실히 손해를 본" 작품은, 직접 제작 배급했던 <온 더 로드, 투>와 수입 배급했던 <콘스탄트 가드너> 정도. 30개 스크린에 걸었던 <콘스탄트 가드너>의 참패에 대해선 아직도 안타까움이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던 영화였고, 욕심 같은 게 있었어요. 이런 영화는 좀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그런데 진짜 안보더라구요." 그밖에는 "똔똔이거나 조금 벌었다". 직접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지난해 개봉한 100여편의 한국영화 중 손익을 맞춘 영화가 15편 내외로 알려진 데 비하면 스폰지는 엄청 '장사'를 잘한 셈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무리하지 않은 게 제일 큰 비결"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크게 하겠다기보다는 무조건 비용을 줄이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5천명 들 걸 1만명 들게 하기 위해 비용을 쓸 게 아니라 3, 4천명이 들더라도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 줄이자는 거였죠."
 지난해 스폰지 최고의 흥행작이자 화제작이었던 <메종 드 히미코>의 한 장면
ⓒ 스폰지

<콘스탄트 가드너>처럼 참혹한 성적으로 실망을 안겨준 작품도 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대박'을 기록한 영화도 있다. 지난해 스폰지 최고의 흥행작인 <메종 드 히미코>(이누도 잇신 감독, 오다기리 조 주연)도 그같은 작품. "솔직히 저희가 처음 테이프를 보고는 안하겠다고 그랬어요. 저희 말고도 한국에선 다 안한다고 그랬어요. 그때 감독님이 서울에 오셨는데, 왜 안하냐고 그러세요. 그래 감독님과의 의리 때문에 하기로 했죠. 대신 너무 대책이 안서니까, 싸게 하자 그랬죠." 그래서 결정된 <메종 드 히미코>의 수입가격은 1만 달러. 지난해 1월 종로 스폰지하우스 오픈 기념 영화제 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걸었다. 그런데 터졌다. 1만명만 들어도 성공이라던 작품이 9만8천명을 모았다. 조성규는 여우다! 지난해 서울 두 곳에 전용관 스폰지하우스를 열고, DVD를 직접 제작한 것도 스폰지가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케이블TV 판권 수익도 재정을 안정화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 극장 쪽보다 더 많다. 올해 개봉할 영화들도 극장에 걸기도 전에 이미 판권을 다 팔았다. "케이블은 아무리 적은 가격도 1500~2000만원 하거든요. 그럼 1만, 2만 달러 영화는 로열티가 나와요. 극장에선 2000만원을 벌려면 최소 6천명이 들어와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녹녹하지 않아요. 지난해 저희 영화도 1만명이 넘은 건 10여편 밖에 안돼요. 1천명도 안든 영화가 4, 5편이나 되구요."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동진 영화전문기자는 한 영화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조성규 대표를 생각하면 먼저 '현실적(practical)'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했다. 오 기자는 '현실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일순, 처세술이 뛰어나다는 느낌도 갖게 하지만 또 한편으로 합리적이고 심지어 현명하다는 느낌도 준다"고 설명하면서 "그 중의적인 의미가 조성규에게는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오 기자의 결론은 '조성규는 여우다!'. 조 대표도 솔직히 인정했다. "숫자와 계산에 빠른 편이에요. 이젠 회사 규모가 커져서 회계 담당하는 직원을 뽑았는데 예전엔 관리직이 없었어요. 지금도 입출금은 제가 해요. 거래처 잔액이 얼마 남았는지 거의 다 알아요.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돈도 안되는 영화만 하니까, 진짜 감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별로 내색을 안하고 살려고 하죠." 그렇지만 그는 자신을 '이상주의자'로 규정했다. "그런 객기가 있어요. 뻔히 손해가 보이는데 해요. 다들 난리죠. 왜 하냐, 하지 말라고. 그러나 하죠, 명분 때문에. 배창호 감독님의 <길>도 별로 안들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해야죠." 스폰지의 가장 큰 자산은 인적 네트워크 조성규 대표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씨네21>식의 영화사로 가자"고 얘기하곤 한다. 주간지처럼 1주일에 1편씩 영화를 개봉하자는 얘기. 산술적으로 1년에 52편의 영화를 개봉하는 셈이다. - 1년에 50편이 넘는 작품을 배급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작품들을 봐야 할텐데? "많이 보죠. 하지만 실제로는 보고 영화를 사는 경우보다 제작에 들어가면서 사는 영화가 훨씬 많아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계약하는 작품도 많죠." - 그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항상 얘기하는 거지만 감독이에요. 어떤 감독이 영화 하겠다고 그러면 다 해요. 신작 찍는다고 그러면 제일 먼저 알아봐요. 그냥 계약하는 시점만 알려달라고 그래요. 이미 검증이 된 감독들은 그분들이 완전 노망이 들어서(웃음) 말도 안되는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해야죠." 그의 감독 목록에 오른 이는 기타노 다케시, 빔 벤더스, 짐 자무시, 프랑스와 오종, 페드로 알모도바르, 마이클 윈터바텀 등등. 최근 목록에 이누도 잇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바벨>),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콘스탄트 가드너>) 등을 추가했다. 그가 영화 배급일을 시작한 것도 그가 좋아하는 감독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 감독들 영화를 수입하면 나중에 그들을 만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실제로 만났다. "저희의 가장 큰 자산은 인적 네트워크예요. 예를 들어서 빔 벤더스 감독을 컨택해야 하겠다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것부터 고민해야 해요. 그런데 저는 그런 고민 안 해도 되거든요. 개인적으로 아니까요."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국내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이랑 <사랑니>의 정지우 감독을 좋아해요. 인간적으로도 가깝고, 작품도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김태용 감독은 그와 대학 동기이기도 하다. 가수 김C와도 "평생을 같이 할" 친구로 우정을 나누고 있으며, 강산에는 그가 선망하는 '역할 모델'이다. "존경하는 선배" 오동진 기자나 <사랑니>와 <가족의 탄생>에 출연한 배우 정유미 등도 그와 "엮인" 멤버라고 소개했다. "스크린쿼터 축소보다 양극화가 더 큰 문제" 물론 국내 영화인들 가운데서도 조성규 대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외모를 들어 '어쨌든 비호감'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스폰지의 성과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그의 성격 자체를 문제 삼기도 한다. 그가 한국영화계의 다수 목소리와는 엇갈리는 의견을 쏟아내는 것도 그같은 평가에 한몫했을 듯싶다. 스크린쿼터에 대한 그의 발언도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투쟁에 나선 영화인들이 듣기에는 거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때문에 한국영화가 고사위기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봐요. 지난해 한국영화 점유율이 60%가 넘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얘기하면 안되죠. 한국영화 내에서의 부익부빈익빈, 양극화가 문제인 거죠. 다양성의 문제죠." - 양극화와 관련 영화계 한편에서 제기하고 있는 스크린독과점 문제에 대해선? "양극화 문제를 얘기할 때 항상 타깃으로 삼는 게 멀티플렉스인데, 양극화 문제를 왜 멀티플렉스 탓으로 돌리나요? 극장은 철저하게 관객들이 보는 위주로 가요. 외화가 들면 외화 늘이고, 한국영화가 들면 한국영화 늘이고, 관객의 취향에 맞춰서 가는 게 극장이거든요. 결국은 관객의 문제고, 교육의 문제인 거죠." 지난해 스폰지는 김기덕 감독의 <시간>을 배급했다. 관객 3만명이 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은 "국내에서는 더이상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감독님이 잘못하신 부분이 10이라면, 나머지는 절대적으로 한국영화계가 잘못한 거예요. 외국영화제에서 감독상 받고 와서 축하연 하는 데도 한국영화판에서는 아무도 안오잖아요. 그 정도로 수모를 당했는데 이민 안가는 게 대단하죠. 나 같으면 여기 안 살아요."
ⓒ 오마이뉴스 권우성

스폰지에 여직원이 많은 까닭은... 그런 점에서 "그저 영화가 좋아" 그와 동고동락을 함께해온 스폰지 식구들은 그에게 큰 힘이었다. 현재 스폰지 직원은 모두 22명. 영사실 직원 5명을 빼면 17명 중 남자는 3명뿐이다. 이유를 묻자 먼저 "제가 기본적으로 여성우월론자이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영화일이 여자분이랑 잘 맞아요. 또 스폰지 주 관객층의 90%가 여자거든요. 저희 직원들도 79~81년생이 절반 정도돼요. 그 또래 여성들이 저희 영화를 보는 타깃 관객층이죠. 저희는 저희가 봐서 좋아하는 영화 위주로 해요. 그러니 당연히 그게 연결되려면 우리 영화 보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이 크게 차이가 나면 안되거든요." 그의 설명처럼 스폰지의 주관객층은 25-35세 여성. 따라서 스폰지하우스의 풍경은 일반 상영관과 다르다. 커플끼리 오는 경우도 있지만 여자들끼리 오는 경우가 더 많다. 또 커플도 여자가 주도해서 보러오고, 여자 혼자 오는 관객도 눈에 많이 띈다. 그가 여성우월론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다. 스폰지하우스 얘기를 하면서 다소 엉뚱한 속내도 털어놨다. 그는 "우리 극장은 그리 서비스가 좋은 극장은 아니다"라면서 "사실 관객이 너무 많은 것도 싫다"고 했다. 아니 관객이 많은 게 싫다니? "물론 영화 보러 오시는 분들을 존중해요. 하지만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소비자 주권 얘기하면서 7천원 냈는데 사운드가 왜 이 모양이고, 의자에 왜 팔걸이가 없어 그러시는데, 그런 분은 오시지 말라는 거죠." 너무 배부른 소리 아닐까. "멀티플렉스는 그냥 가서 이거 재밌겠다고 하고 영화 보잖아요. 우리는 그런 영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절대 없어요. 극장이라는 데가 단순히 2시간 영화 보고 가는 데가 아니라 같은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살롱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스폰지하우스에선 팝콘을 팔지 않는다. 대신 영화 관련 필름컷이나 엽서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 심야상영 때 밴드공연도 하고, 일요일 아침 브런치시사 등을 진행하고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홍대 쪽에 클럽이랑 함께하는 색다른 개념의 극장을 열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작은 영화는 정말 비상하고 있는가 그런데 정말 작은 영화는 '비상'하고 있는 것일까. 조 대표는 작은 영화들의 관객수가 늘어나고 있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그동안 바닥이었으니까 올라가면 올라가지 더는 떨어질 게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덧붙여 음식문화에 빗대 향후를 전망했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자장면 먹다가 잡채밥도 먹고 싶고 삼선짬봉도 먹고 싶고, 당연히 취향이 바뀌잖아요. 영화도 그런 거 같아요. 지금까지는 너무 오랫동안 자장면만 먹고 살아왔잖아요. 그렇게 먹다 보면 일본요리도 먹고 싶고, 또 그러다 보면 터키요리도 먹고 싶고, 그런 게 당연한 거 잖아요." 그렇지만 그는 현재로선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지난해 연말 한해 동안 스폰지에서 개봉한 작품 중 인기작들을 다시 상영하는 영화제를 열었다.
ⓒ 스폰지
"지난해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고 뭐가 조금만 잘 되면 비상이니 부흥이니 그러는데, 그게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거든요. 저희도 지난해 한국영화 5편 했지만 <시간>만 3만명 들었을 뿐 <온 더 로드, 투> <길>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2, 3천명 밖에 안들었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한국 인디영화들이 다 그래요." 그럼에도 최근 작은 영화들이 성과를 내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멀티플렉스도 그동안 푸대접하던 작은 영화 확보를 위해 "난리가 났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울리던 그의 휴대폰도 그 가운데 한 곳의 전화라고 귀띔했다. "자연스럽게 가게 놔줬으면 좋겠는데 조금 잘 된다 싶으면… 작은 영화 시장까지도 메이저의 논리에 휩싸이고 메이저의 장난에 놀아나면… 그분들한테는 장사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장사한다는 생각 별로 안해요. 그저 저희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죠." 소박한 꿈, 아니 가장 큰 욕심? '좋아하는 일'로 올해 우선 이윤기, 용이 감독 등과 4편 정도의 영화를 직접 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제작한 황규덕 감독의 <별빛 속으로>는 올봄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 중이다. 올해 개봉할 50여편의 작품 중 <바벨> <스쿠프> 등 대작 10여편은 처음으로 배급대행을 줄 예정이다. "작은 영화 했다가 큰 영화 했다가 하면 극장도 혼란스러워해요. 큰 영화나 상업영화를 갖다줘도 작은 영화, 예술영화로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큰 영화는 좋은 파트너 배급사들이 있으면 같이 하려고 하죠." 부산과 홍대 등에 스폰지하우스를 확장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또 내년에 스폰지 전문 케이블채널을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렇게 되면 메이저 영화사처럼 말 그대로 수직계열구조를 갖추게 된다. 게다가 스폰지는 오는 15일 영진위와 함께 구성하는 80억짜리의 다양성펀드에도 참여한다. 이와 관련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수익을 내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왜 다들 영진위 돈을 '눈먼 돈'으로 생각하죠? 절반은 꼭 해야 하는 곳에 투자한다면, 나머지 절반은 돈 벌 수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해야죠." 이 계획들을 차질없이 이뤄냈을 때 그는 작은 영화계의 '큰손'이 아니라 한국영화계의 '큰손'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정작 그의 꿈은 소박했다. 아니 어쩌면 그가 품어왔던 것 중 가장 큰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일하는 사람이랑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도 지금처럼만 지냈으면 좋겠어요. 또 오랫동안 같이하고 싶은 감독들이 있어요. 그들이 주가가 높을 때는 저한테 안와도 괜찮아요. 그런데 그들이 힘들어서 영화를 못하게 될 때 저한테 해줄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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