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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의 연기를 바라보는 코치 선생님, 바라보는 그 마음에는 얼마나 떨리고 조마조마할까요.
ⓒ 곽진성
18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제49회 피겨스케이팅 전국 종별 선수권 대회'가 열렸어요. 전국의 피겨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아주 큰 대회였지요. 그런 대회에 피겨 스케이터 제 친구도 출전하게 되었어요.

기쁜 일이라 저도 시간을 내 응원을 가게 되었죠. 그 친구는 제가 피겨 스케이트 기사에 대해 공부할 때 이것저것 많이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에요. 그러기에 고맙기도 하고 멋져 보이기도 한 그런 친구였죠.

@BRI@19일 경기 시작시간에 맞추기 위해 이른 새벽 대전 집을 나와서 경기도 고양에 도착했어요. 대회장소인 얼음마루 빙상장에 들어서니 대회를 앞둔 선수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었죠.

조금은 경직되고 조금은 두려운 표정이었죠. 생각해보면 사실 왜 안 그렇겠어요.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대회니 긴장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 선수들 틈에서 코치선생님과 함께 연습중인 있는 친구를 찾아냈어요.

"긴장 많이 되죠?"
"아니에요. 견딜만해요."


혼자 경쟁하는 경기.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잘된 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선수로서는 경쟁자 없이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은 긴장과 두려움이 함께 생기는 일이에요. 자신 혼자 걸어가는 길이니까. 하지만 친구는 담담한 표정이었고, 두려움을 잘 이겨내고 있었죠.

▲ 연기시작! 사람들의 시선은, 혼자서 일반부 경기에 출전한 친구에게 쏠렸습니다.
ⓒ 곽진성
친구는 피겨스케이팅 일반부 선수랍니다. 일반부라는 것은 고등학교, 대학생 선수가 아닌 일반 성인 피겨선수를 말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피겨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일반부 선수가 거의 없는 실정이에요. 그래서 이번 대회에는 친구 혼자 일반부 경기에 출전하게 되었죠. 그래서일까요? 친구가 아쉬움을 담아 말합니다.

"저도 경쟁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혼자 할 때보다 제 자신이 훨씬 발전할 텐데."

경쟁자가 있어야 자신이 얼마나 발전하는지 혹은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친구는 많이 속상한 표정이었죠. 사실 성인이 되어서 피겨를 배운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은 미리부터 겁 먹고 도전하지 않는 것이었죠.

▲ 친구가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회전연기를 선보입니다.
ⓒ 곽진성
하지만 친구는 회전과 다리를 들어 펴는 기술인 스파이럴을 꾸준히 연습해 결국 해냈지요. 어려운 기술을 포기하지 않고, 또한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부딪쳐서 해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그렇기에 친구의 도전은 제게도 적잖은 충격을 준 것 같아요.

잠시 후 친구의 경기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지요. 그래서 친구는 한번 링크장을 돌며 연습하고 경기에 임했어요. 그리고 링크에 울리는 음악 선율에 맞춰 친구는 멋진 연기를 선보였지요.

그 모습을 친구의 코치 선생님께서는 긴장된 모습으로 지켜보고 계셨어요. 제자를 무대에 세운 선생님의 마음은 다 같겠지만, 특히 혼자 경쟁하는 제자를 보는 친구의 코치 선생님 마음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음악이 끝나고, 친구의 연기도 끝이 났어요. 다행히 큰 실수가 없이 멋진 연기를 선보였어요. 관객들의 박수소리도 컸죠. 혼자서 도전해 두려움 없이 경기를 끝마쳤다는 것만으로도 친구는 경기의 승자가 된 것이었죠.

"축하해요. 멋졌어요."
"고마워요."


경기를 끝내고 나오는 친구에게 저는 정말 축하한다고 말했습니다. 결코 상투적인 말이 아니었어요. 자신의 열정을 걸고 도전한 사람에게 보낸 마음에서 우러난 축하였지요.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긴 그 친구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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