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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죽대금을 시연하는 국립국악원 정악단원 김상준. 시연자는 소리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밋밋한 외양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않음을 밝혔다.
ⓒ 김기

대금은 우리나라 악기 중에서 가장 독특한 품성을 갖고 있다. 정악대금과 산조대금 등 용도별로 나뉘는 이 대금은 알려진 대로 대나무를 소재로 하고 있다. 문제는 보통의 대나무는 대금의 오묘한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특이하다. 대금은 대나무 중에서도 줄기 양쪽이 골이 패인 쌍골죽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돌연변이로 일반적인 대나무가 아니다.

쌍골죽은 바람이 불 때마다 우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망국죽이라 하고, "대밭에 쌍골죽이 나면 망한다"는 속설이 있어 얼른 베어졌던 대나무이다. 그러던 것이 악기의 재료로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게 됐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돌연변이에 해당하는 이 쌍골죽은 인위적으로 생장시킬 수 없어 구하고 싶다고 늘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도 많이 비싸져 세간에서는 '망골죽'이 아니라 '황금죽'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도는 실정이다. 대밭에서 쌍골죽을 찾게 되면 그것은 바로 돈이 되기에 보통 2,3년은 자라야 제대로 된 대금 재료로 사용되는데, 1년 만에 잘려나가고 있다.

▲ 합죽대금에 대해 제안 및 스스로 연구를 해온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대금주자 김진성
ⓒ 김기
대금 제작자는 누구보다 이 쌍골죽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까닭에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이다. 대금은 전통음악과 창작음악에 두루 사용되는 까닭에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

더불어 일반인들 또한 대금 소리에 매료되어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나 비싼 악기 가격은 배움의 길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플라스틱 대금이 있기는 하나 그것은 운치도 없을 뿐더러 대금 고유의 음색을 내지 못하는 까닭에 대안이 되지 못한다.

가격은 차치하고서라도 돌연변이 대나무가 필요한 만큼 공급될 수는 없어 이미 귀한 몸이 된 쌍골죽은 불안한 공급량과 높은 가격으로 대금 대중화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쌍골죽이 악기재료로써 귀한 대접은 받는 반면 죽공예 재료로써는 사용되지 않는 탓에 대나무의 전반적인 연구대상으로 삼기에도 마땅치 않다.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는 지난 24일 제2차 악기제작 시연회를 통해 대금제작에 관한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는 일반 대나무를 결대로 자른 뒤 그것들을 방사형, 사각형,격자형 등으로 붙여서 쌍골죽처럼 내경의 크기와 내피의 성질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실험결과 소리에 있어서는 매우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합죽대금에 대한 연구는 이전에도 존재했고, 악기연구소는 이 연구를 많은 부분 참고했다고 한다. 2001년 특허까지 취득한 박성기(궁중악기사)씨 연구는 당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에서 도입을 검토했으나 대부분의 단원들이 반대하여 실용화의 길을 잠시 접어야 했다.

합죽대금이 실용화되면 무엇보다 공급이 원활해지고, 가격이 현재 150만원에서 200만원 대에서 10만원대로 대폭 낮춰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쉬움을 크게 남겼다.

이번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 발표는 기존의 합죽방식이 갖고 있는 접착부분의 문제에 일정부분 해법이 될 만한 격자형 접합을 제시했는데 아직은 이론적인 검토여서 향후 실험을 통한 검증이 요구된다.

▲ 왼쪽 위부터 사진설명. 대나무의 단면도. 오른쪽 사각형 합죽방식. 오른쪽 아래 방사형 합죽방식. 왼쪽아래는 악기연구소가 제안하는 격자형 합죽방식. 이러한 합죽방식은 일반 황죽을 잘라서 붙인 후 가운데의 내경을 쌍골죽의 크기와 맞추게 된다.
ⓒ 김기

합죽대금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기존 대나무 마디를 살린 외양이 사라지고 밋밋한 모양으로 바뀌는 것이다. 비록 대나무를 소재로 한 것이긴 해도 전통적인 대금모양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 전문연주자들의 호감도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서 국악 전문가들은 악기연구소가 발족 이후 연구방향이 너무 음향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했다. 악기는 단지 음향의 문제만이 아니라, 외관과 소재 등 다뤄야 할 대상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악기사를 비롯해 주변 국가들과의 비교연구 등 관심을 좀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서 악기연구소 서인화 박사는 “악기연구소는 아직 정식 기구가 아니다. 인원과 예산이 한정된 상태여서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 연구소의 업적과 사계의 관심이 모아지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한다. 조금 기다려 달라” 대답했다.

악기연구소에 매년 배정된 예산은 5억으로 이 예산으로 연구원들을 보강하는 일도 버거울 정도이다. 악기연구소가 지향하는 많은 목표와 국악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기에 민간 제작사들이 선뜻 마련하지 못하는 과학적인 국악기 제작환경을 갖추는 것은 아직 요원한 상태여서 국가기관에게 요구되는 민간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1,2차 발표에서 악기연구소가 대부분 음향의 실험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여러번의 실질 실험악기 제작과 병행했을 때 비로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제작비 여건이 좋지 않아 여러 번의 실험제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어서 문화관광부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악기연구소는 이날 동시에 발표된 편경과 편종 그리고 1차에 이어 업그레이드된 25현금 개량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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