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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탤런트 김태희씨를 단독으로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9월 11일 2시간 동안 이뤄졌다. 그녀는 이제는 '인간' 김태희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 내용을 두 개의 기사로 나눠 싣는다. 먼저 첫편(이 기사)을 읽고 다음 기사를 읽으시기 바란다. <편집자주>
ⓒ 오마이뉴스 남소연

"나 김태희 인터뷰해."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반응이 싸늘하다. "흥, 좋겠네. 잘해보셔." 솔직히 난 김태희를 좋아한다. 아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녀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대부분 독자처럼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어찌 보면 그녀의 '이미지'뿐이다. 예쁘고, 똑똑하고, ….

출퇴근 때 나는 항상 그녀와 마주친다. 그녀는 빌딩 옥상 위 전광판에 있다. 때론 웃고, 때론 찡그리고. 어떨 때는 플라멩코를 추기도 하고, 어떨 때는 철봉에 매달려 있기도 한다. 높은 곳에 있으니 자연히 우러러보게 된다. 그런 그녀와의 인터뷰 행운이 우연찮게 잡혔다. 이 기회에 눈높이를 같이하고, '이미지'가 아닌 참모습을, '인간' 김태희의 속내를 보고 싶었다.

"어떻게 내가 이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게 됐을까"

인터뷰는 서울 강남 김태희씨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마침 9월 11일이었다. 5년 전 미국 본토가 테러공격을 당한 날.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그녀 역시 '테러'의 피해자다.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의 댓글을 통한 테러. 그녀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그들을 고소했고, 경찰은 조사결과 11명의 네티즌을 입건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뒤였다.

옅은 화장, 청바지 차림의 그녀에게 먼저 최근의 '악플러'(악성댓글을 다는 네티즌) 입건 건에 대한 심경을 물었다.

"그동안 저도 참 많이 힘들었어요. 고민을 많이 하는 시간들이었죠. 고소를 했던 것은 그런 댓글을 단 분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보다는 정말 진실이 무엇인지, 루머가 조금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정말 너무너무 황당한 소설들이 많이 떠돌더라구요. 거짓을 포장해서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데 대해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어요. 아무 생각없이 악플을 다는 댓글문화에 대해 경각심을 울리고도 싶었구요. 무엇보다 진실을 밝히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소를 하게 됐는데, 취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너무너무 고민을 많이 했어요."

- 결심을 아직 못 했나요?
"아뇨, 결심했어요. 취하를 하기로 결심했어요."

주위에선 반대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뭔가 찔리는 게 있으니까 취하를 하는구나, 결국 그럴 줄 알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생각하고 의구심을 깨끗하게 없애지 못하니 절대 취하를 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소 취하를 결심했다.

"주위 시선이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떠나서 일단 고소를 해서 그분들을 전과자로 만들면 제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고, 그리고 사실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소문을 확산시키긴 했지만 그 소문의 근원지는 아니잖아요. 그분들도 조사 결과 얘기를 들어보니까 다른 댓글을 옮겨 적었다거나 버스에서 누가 하는 얘기를 듣고 아무 생각 없이 올렸다, 많이 후회하고 있다, 정말 반성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셨대요. 경찰 조사 결과 허위사실임이 명백하게 증명됐고, 네티즌들에게도 어느 정도 댓글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했기에 취하를 하기로 했어요."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맨 처음 그 소문을 들었을 때 심정은?
"저희 가족들이, 우리 언니도 동생도 어디서 그런 얘기 듣고 '이런 소문이 있다더라' 그래서, 그냥 웃었죠. 너무 터무니없으니까. 왜 그런 얘기가 나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점점 사실인 것처럼 사람들이 얘기를 하더라구요. 특히 인터넷 댓글을 보면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이 적혀 있는 거예요. 정말 너무 황당하고 너무 속상했어요."

그리고는 덧붙였다. "물론 연예인이니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가십거리가 되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없는 사실을 그렇게 만들어내서 인신공격을 하고, 모욕적인 비난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댓글을 보지 말아야죠, 정신건강에 해롭지 않으려면. 거기에 신경 쓰고 일일이 해명을 할 수 없는 이상…. 그걸 보고 있으면, 네티즌들의 평화를 위해서 저는 사라져줘야 할 것만 같고. 요즘 흔히 얘기하는 된장녀, 저는 너무 그런 사람이고…."

- 그들이 왜 그랬을까는 생각해봤나요?
"생각해봤어요. 어떻게 내가 이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게 됐을까. 아마 제 이미지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 봤을 때 모든 것을 갖췄을 것 같고, 별 어려움 없었을 것 같고, 찔러도 피 한방 안 나올 것 같고, 재벌에게 시집갈 것 같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거 있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좀더 솔직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해요."

연예인 가운데 댓글에 의한 사이버테러의 표적이 되었던 건 그녀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가수 비가 그랬고, 그밖에 많은 연예인이 비슷한 일들을 겪고 있다. 영화배우 정우성씨는 한 TV 인터뷰에서 "연예계는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난다"고 얘기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 Claim to Fame >의 저자는 안티팬들이 연예인에 대해 험담과 추적을 하는 것을 대중이 연예인과 벌이는 반응게임으로 설명했다. 게임치고는 너무 일방적이고, 잔인하다. 그녀는 이제까지 그 같은 '잔인한 게임'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저에게 너무 상처가 되는 말은 그냥 외면하려고 했어요. 그분들을 찾아가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얘기할 수도 없고, 그분들을 원망할 수도 없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죠.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나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또 앞으로 제가 어떻게 어떤 자세로 일을 하고 어떤 모습으로 나서느냐가 제게 선입견을 갖고 계신 분들의 생각을 바뀌게 하느냐 계속 악화시키느냐의 관건인 것 같아요. 제가 더 노력해야겠죠."

CF신데렐라에서 CF퀸까지

조금 가벼운 얘기로 질문을 돌렸다.

- 요즘 '고이 접어 폴더래라' 광고가 인기(이 CF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공개된 지 하루만에 5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인데, 철봉 연기는 직접 한 건가요?

무거움이 조금 풀렸는지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일까. 솔직하게 '비밀'을 털어놨다.

"아뇨. 사실 두 가지 버전을 찍었어요. 교단에서 접는 거랑 철봉에서 접는 거랑. 교단에선 제가 직접 찍었어요. 근데 철봉에선 제가 한번 시도를 했는데 너무 무서운 거예요. 의상도 체육복이 아니라 불편하고. 체조선수분께서 대기하고 계시다가 그분이 완벽하게 찍으셨어요."

- CF 찍을 때 애드립을 하기도 하나요?
"보통 표정 같은 거는 알아서 해요. 잘할 수 있는 표정이랑 각도 같은 것들은 CF 찍으면서 요령도 늘었으니까요."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어지는 원빈과 함께한 'LG 싸이언 아이디어' 광고 때의 얘기. "감독님께서 '이런 상황이다' 기본적인 것을 설명해주시고 대사는 생각나는 대로 애드립으로 했어요. 처음 찍을 땐 너무 어색했어요. 산길에서 원빈씨랑 '자장면' '스파게티' 하면서 싸우는 애드립을 하는데 너무 어색한 거예요. 딱 한마디 하면 그 다음 할 말이 없고. 이 CF 어떻게 하나, 이거 망했다, 원빈씨도 되게 괴로워하고 그랬는데, 나온 거 먼저 본 원빈씨가 그러시더라구요. 편집의 승리라고."

편집의 승리인지 애드립의 승리인지, 어쨌든 결과는 '대박'이었다. 2000년 미용잡지 <향장> 모델로 데뷔한 그녀가 CF신데렐라에서 CF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이미 2002년 4편의 CF의 메인모델이었고, 다음해엔 7편의 CF를 찍었다. 2004년, 2005년에도 그녀의 질주는 계속됐다. 의류, 화장품, 카드, 가전, 아파트, 속옷, 핸드폰, 거기에 소주 CF까지. 네티즌들이 그녀가 출연한 CF만으로 스토리를 엮어 만든 '김태희의 하루'가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그녀는 핸드폰 CF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상품 이름도 '김태희폰' '똑똑한 김태희폰' '김태희 DMB폰'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스타와 CF>의 저자 박문기 소장(브랜드38연구소)은 광고효과면에서 호감도 1위로 '김태희의 싸이언'을 꼽았다. 그는 그녀가 지성과 감성의 이미지를 모두 갖추고 있어 정보통신의 기술 및 디자인 측면과 잘 맞았다고 분석했다.

- '싸이언 아이디어' 이후를 보면 이전과 달리 다소 엉뚱한 모습이 많이 비치는데….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제게 생각하는 이미지 있잖아요, 지적이고 차분하고 빈틈이 없어 보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제가 약간 엉뚱하고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면 재밌으신가봐요. 오히려 그게 더 제 모습에 가깝고, 편한 모습인데…."

최근 그녀는 또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헤라'의 새 모델로 발탁됐다. 이전에는 경쟁사인 LG생활건강 '오휘' 모델이었다. 현재도 오휘 홈페이지엔 그녀의 이미지가 떠 있다.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게 당연하다.

"화장품 모델은 서로 체인지하는 게 업계 관행으로 알고 있고…."

맞다. 아모레 '아이오페' 이영애씨도 지난 5월 LG '후'로 옮겼다. 그녀 자신도 LG '오휘' 전 아모레(<향장>으로 데뷔, 이니스프리 모델)로 출발했다. "그래서 친정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헛갈리는 것도 사실 아닌가.

또 '헤라' 계약과 관련 한때 '계약기간 5년, 계약금 50억'이라고 보도됐다. 그녀는 "사실은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도 그보다 많이 적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 포털사이트에서 "엄청난 모델료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이 그녀의 모델계약에 항의하는 청원운동을 벌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알고 있어요. 제 나이 또래에서 거의 최고의 개런티 받았다는 것도 인정해요. 많은 액수라는 것은 저도 인정하는데, 다만 생각하시듯이 그렇게 불로소득만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브랜드 모델로서 브랜드 이미지에 절대 타격이 가지 않게 계약기간 동안은 이미지에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제 삶을 담보로 계약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 그렇더라도 돈은 많이 벌었겠죠?
"제 나이에서 다른 일 하는 것보다는…."

- 현재 지갑엔 얼마나 들어 있는지?
"제가 돈 관리를 안하니까…. 나갈 때 현금이 필요하면 엄마에게 '5만원!' 하고 받아 나오죠. 주로 카드를 쓰구요."

카드로 하루에 얼마나 쓰는지까지는 차마 묻지 못했다.

김태희, 더 공부해라?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약 5개월반 동안 대부분 중국에서 지냈다. 영화 <중천>(감독 조동오) 촬영을 위해서였다. <중천>은 촬영회차만도 130회. 제작비가 100억원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승과 천상 사이 '중천'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영화로, 그녀는 이승에서의 기억을 지운 여인 소화 역을 맡았다. 영화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올 12월 개봉 예정.

- <중천>이 첫 주연하는 영화인데, 개봉을 앞둔 지금 심정이 어때요?
"아이 참(웃음), 잘 모르겠어요. 여러분께서 어떻게 평가를 내려주실지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받을 거야 그렇게 자신 있거나 그렇진 않아요. 다만 영화 찍는 동안 소화란 캐릭터가 너무 좋았고, 제 내면의 모습과 소화와 정말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연기하는 동안 행복했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찍었어요."

그녀는 소화의 많이 모자란 부분이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김태희가 하얀 옷 입고 날아다니는 천인(天人)이라고 하면 이상적이고 환상적인 여인상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그런데 소화는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천인이 아니라 많이 모자란 천인이에요.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어린아이 같죠. 저도 나이에 비해 성숙하지 못하고 많이 서툴고 철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녀의 영화 첫 작품은 <선물>(2001). 주연 이영애씨의 학창시절 역(정연)을 맡아 연기했다. 교복 차림의 중학생 역이었다.

- <선물> 때는 어땠었나요?
"제 경력을 통틀어서 연기를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땐 아무 생각 없었죠. 학교운동장에서 촬영하다보니 일요일에 찍어야 했는데, 일요일에 오라고 해서 찍고, 또 다음주 오라고 해서 가서 찍고… 제가 뭘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는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게 되기까지의 고민을 길게 털어놨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들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기보다는 희망이 뚜렷하지 않은, 그저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대학 의류학과를 갈 때도 세계적으로 이름난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만들고 그러는 걸 좋아하니까 뭔가 내가 즐기면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어렴풋한 생각으로 선택을 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도 과연 어떤 직업을 가져야 잘할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대개 학생분들이 그렇듯이." 그러던 중 우연히 모델 일을 하게 됐다. 전공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아르바이트 삼아 가볍게 시작했다.

"그러다 연기에 대한 기회가 왔을 때 상당히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연예인이 되는 데 대해 두려움을 많이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연예인에 대한 안좋은 루머들이 무섭게 들리잖아요?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길을 가야 한다거나 하면… 만약 그런 일이 닥치면 나는 모든 걸 그만두겠어, 이런 다짐까지 단단히 하고 그렇게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같은 두려움에 겹쳐 들었던 또 하나의 두려움. "나는 남들 앞에 서는 것 정말 못하고, 감정이 그리 풍부하지도 않을뿐더러 표현하는 걸 굉장히 쑥스러워하는데, 내가 과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연기자로서 꽝인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그래, 그래도 노력해보고 열심히 해보고 그리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자, 그렇게 시작했어요."

사실 초기부터 그녀의 '미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지만, 그녀의 '연기력'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당시 신문들엔 '김태희, 미모는 유죄인가?' '김태희! 더 공부해라' 등의 제목으로 연기력을 비판하는 칼럼들이 실리기도 했다.

"'김태희는 연기 못해' 그런 관념은 제가 만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름대로는 열심히 한다고 했고, 지금은 처음 백지상태보다는 출발선에서 한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해요. 물론 연기자로서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고, 아직은 정말 걸음마 수준이죠. 그런데 언젠가는 저도 만족할 수 있고, 관객들도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그렇게 스스로 동기부여 하면서 하고 있어요. 더 많이 노력해야죠."

"'연기 못해' 관념은 내가 만든 것"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중천>에 함께 출연한 정우성씨가 "전지현은 감성적으로 캐릭터에 접근하는데 반면 김태희는 이성적으로 접근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직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아, 이런 뜻으로 한 얘기였구나' 깨달을 때가 있겠죠."

한때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동갑내기(80년생) 영화배우 임수정씨를 비교했다. 2004년 그녀가 주연한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SBS)와 임수정씨 주연의 <미안하다, 사랑한다>(KBS)가 맞붙을 때였다. 시청률에서 그녀의 <하버드>는 <미사>에 뒤졌다. 임수정씨 얘기를 꺼냈더니.

"얼마 전 <각설탕>을 봤어요. 너무너무 감명깊게 봤는데,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되게 부럽더라구요. 그래도 스스로 위안을 하죠. 나만이 할 수 있는, 남들이 못하는 뭔가를 찾아낼 수 있을 거야, 언젠가는."

- 그동안의 여러 배역중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수인 역에 대해 특별히 애정을 느낀다는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제가 좀 독특한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천국의 계단>에서 유리 같은 캐릭터는 조금은 비현실적이라고 느끼면서 힘들게 연기했고. <구미호외전>도 어두운 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어요, 무겁기도 하고. 그렇지만 <하버드> 수인은 평범한 대학생이잖아요. 물론 남들이 봤을 때는 이상적인 여성상이긴 해요. 공부도 잘하고, 아르바이트해서 자기 힘으로 다 하고, 거기에다 마음씨까지 착해서 봉사활동도 하고(웃음).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밝은 모습을 가진 친구잖아요."

배역인 '수인'을 친구로 부른 그녀는 "저는 당연히 수인보다 공부도 못하고, 머릿속으로 이렇게 살아야 올바른 삶이다 생각하지만 실천으로 못 옮기는 것도 많은데…수인인 정말 제가 닮고 싶은 캐릭터였다"고 했다.

조금 엉뚱한 질문도 던져보았다. 만약 김기덕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이 출연 제의를 한다면 응하겠는지?

"그런 감독님들이 저를 불러주시면 저로서야 영광이죠. 그렇지만 일단 제가 그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 느낌이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저히 자신이 없다고 하면 욕심이 나더라도 제가 역량이 안되는 걸 억지로 해서 작품에 폐를 끼칠 수는 없잖아요."

인터뷰를 시작한 지 1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그녀 앞에서 나 역시 긴장했던 터라 담배 생각이 절실했다. 잠시 휴식을 갖기로 하고 가벼운 질문으로 '혹시 가까운 연예인이 있는지'를 물었다.

"자주 같이 놀고 그런 연예인 친구들은 없는데, 이 사무실(소속사 나무엑터스) 들어오면서 도지원 언니랑 말도 잘 통하고, 또 언니시니까 도움되는 말도 많이 해주시고. 그리고, 홍은희씨랑도 동갑이라 서로 말 놓고 편하게 지내고 있고, 박지연씨도 그렇고. 역시 동갑이거든요."

의외로 친한 남자연예인 얘기도 들려줬다.

"남자연예인도 두세 명 저와 대화 잘 통하는 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름을 밝히면 그분들 팬들께서 저를 싫어하실 것 같고(웃음). 또 그동안 스캔들 정말 많이 의식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주 만날 수 없는데, 자주 만나지 못하니 또 사이가 멀어질 수밖에 없고. 그런데 저는 대놓고 얘기해요. 같이 만나면 스캔들 날지 몰라, 그러니 안돼!"

그리고는 웃으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저, 너무 재수없게 얘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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