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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셋째주 해외 사례에 이어 넷째주에는 국내 자전거도로를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자전거 도시로 유명한 경북 상주, 서울 송파를 비롯, 인천, 대전, 안양 등의 자전거도로를 살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지속발전연구실 최진석 책임연구원이 이른바 '자전거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자전거 정책의 문제는 무엇인지 진단했습니다. <편집자주>
▲ 자전거 1대 주차 공간에 자전거 26대를 주차할 수 있었다. 사진은 지난 5월 SBS TV 자전거 특집 실험 현장.
ⓒ 오마이뉴스 김대홍
자전거 이용이 늘어나면 대기오염과 소음이 줄어들고, 공간 및 에너지 소비도 감소한다.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된 도시는 시민과 함께 하는 '살고싶은 도시'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전거가 자동차를 대신할 수 있도록 이용을 확대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우선 정책결정자의 정책의지·용기·신념 및 고집이 있어야 한다. 또한 자전거 이용자의 인내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이후 중앙 행정자치부 및 지역 차원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정책이 이루어졌다. 반면 유럽은 정책결정자, 전문가 및 이용자들이 함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전거 도시와 자동차 도시는 무엇이 다를까?

[다른 점①] '전통과 문화적 다양성' 대 '유행과 획일적 효율성'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이미 100년 전 자전거전용도로가 만들어진 것처럼 유럽 자전거 정책의 유래는 매우 깊다. 네덜란드도 자전거 도시가 많다. 반면 유럽에도 자전거 이용이 저조한 도시가 있다. 영국 맨체스터, 벨기에 안트베르펜, 스위스 바젤 및 독일 하노버 등이 대표적이다.

자전거 이용이 저조한 유럽도시들은 우리나라 도시들과 같은 성장과정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자동차 보급기인 1960년대(우리의 90년대) 기존의 교통정책을 포기하고 도시교통체계를 자동차 중심으로 바꿨다. 이러한 도시정책의 근간에는 속도·이용자 편의 등 현대적 가치와 함께 자동차 및 건설산업 발전의 논리가 발견된다.

반대로 자전거 도시들은 기존의 가치를 존중하는, 즉 '도시는 모든 시민의 공유공간이며 이들이 가진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다시 말해 현대화의 상징인 자동차문화를 인정하지만 기존 가치인 자전거 역시 다양성 차원에서 보호하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전거 도시에서는 교통정책이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원활히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반면 우리나라 도시 등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지 않은 곳에서는 교통정책을 사람과 화물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이동시키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 차로 가득한 도로(우리나라, 왼쪽)와 한적한 도로(독일 베를린, 오른쪽)
ⓒ 김대홍/발바리
[다른 점②] '불특정 다수를 위한 정책' 대 '특정인을 위한 정책'

유럽 자전거도시에서 자전거 정책의 대상은 모든 시민이다. 이들 도시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 이용자가 감성적 만족만이 아니라 실질적 이익을 얻게 된다. 교통이용 편의는 물론 경제적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자전거 우수도시로 자주 거론되는 우리나라의 경북 상주시, 부천시 오정구 등에서 자전거 정책은 자전거축제 개최 및 산악자전거 활성화 등이다. 관광 및 레저를 위한 정책 중심이다.

부천시의 경우 시민들에게 자전거 사랑을 호소하는 노력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의 자전거 계획이나 제주도의 자전거 정책방향을 보더라도 정책 운영자들은 자전거를 특정인, 즉 동호인을 주요 정책대상으로 보고 있다.

[다른 점③] '정책은 도시계획 안에서' 대 '도시녹지사업 수준'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자전거는 '교통수단'이다. 자전거 정책은 따로 존재하지 않고 교통정책, 더 나아가 도시정책 또는 도시계획 안에서 중요하게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제한된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성장정책의 주요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정책결정자 모두의 의견이 반영된 외국 자전거 정책은 실행력이 매우 높다.

반면 우리나라 자전거 정책은 시장·구청장·군수의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시도된다. 교통정책이나 도시정책 수준이 아닌 도시녹지사업이나 생활환경 개선사업 정도로 추진된다. 그렇기 때문에 단체장이 바꾸거나 교통 또는 도시정책과 마찰이 생기면 자전거 정책이 자주 끊어진다. 특히 시민 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단기 이벤트성 정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유럽 자전거도시의 대명사인 네덜란드 그로닝겐의 자전거정책이 꾸준히 추진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 과정은 '정치적 투쟁'의 산물이었고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꾸준히 정책기조가 지켜졌다. 일관성과 지속성 그리고 시간을 둔 정책시행의 과정을 거쳐 자전거 도시 그로닝겐이 태어났다.

그로닝겐은 종합적인 자전거정책을 만들어냈다. 자전거 관련시설 관리와 함께 도난·안전 및 대중교통과의 연계 등을 함께 고려하였다는 뜻이다. 이러한 정책이 공개적으로 30~40년 동안 유지되었고 재정 지원도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그로닝겐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것은 다른 수단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정책결정자들은 지역용도(주거·사무·상업·여가 등)를 결정할 때 이동문제 역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공간과 시간이라는 제약을 근거로 자동차 이용을 억제한 주차정책을 실시한 것이 그로닝겐 시민을 자전거 이용자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 자전거 주차시설(왼쪽 네덜란드, 오른쪽 우리나라)
ⓒ 발바리/김대홍
자전거 정책, '행정'이 아닌 '교통' 영역에서 다뤄야

지금 우리나라 자전거 정책은 중앙차원에서는 행정자치부 지방균형발전지원본부 내 균형개발팀이 관장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지자체가 직접 집행한다. 그러나 균형개발팀은 지역개발을 지원하거나 지자체의 역량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사업 지원을 하고 있다.

이처럼 자전거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행정'이란 영역 안에서 부진한 부분을 소외되지 않도록 유지만 시키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법명과는 달리 목표도 없고 구체적인 실천수단도 없이 '지자체가 원하는 경우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만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자체의 자전거 정책은 지역여건이나 지자체장의 관심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추진되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의 역량이나 공무원의 이해, 시민의식이 부족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자전거 정책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실제 전국에서 상주시, 송파구, 부천시 등 몇몇 지자체를 제외하면 자전거 정책의 성공사례를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다.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도시나 국가는 교통정책 안에서 자전거를 다룬다. 일반 행정의 영역에서 자전거를 다루는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이용이 저조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앞으로는 반드시 자전거를 교통정책에서 다루어야 하며, 건설교통부는 시설 및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지침 및 편람을 만들어야 한다. 직접 시행을 담당하는 지자체는 이에 따라 실시하면 된다.

또한 자전거가 자동차·철도 등 기존의 교통수단과 함께 고려되면서 주요 경쟁상대인 승용차와의 위상 역시 정립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차정책이나 승용차 진입억제 정책 또는 교통안전계획 등이 함께 고려될 것이며 이 경우 자전거의 사회적 위상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석 기자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지속발전연구실 책임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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