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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에 걸쳐 연재한 단장기(斷腸記)에 대한 독자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2개월간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새로운 작품인 <천지(天地)>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연재될 천지는 단장기를 쓰다가 단편적으로 생각나는 것을 메모하고, 틈틈이 초고를 써 나간 것이 작품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단장기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좀 더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을 쓰자고 생각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쓰다보니 별로 그렇게 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장기와는 달리 부담 없이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 깔려있는 복선과 추리 쪽이 본격화되어 사건 전개에 신경을 쓰셔야 하는 고충(?)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여튼 단장기와는 또 다른 색깔과 실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단장기에 나왔던 인물 중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인물 두세 명 정도는 이름도 똑같이 등장합니다.

지금까지의 무협이 너무 주인공에 의존하는, 마치 무소불위의 절대적인 영웅을 창조해 내야만 무협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통념에서 벗어나 좀더 조연에 가까운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주연 같은 조연들을 많이 등장시켜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추리물을 쓰고도 싶었습니다. 단장기에서는 깊게 들어가지 못한 추리 쪽을 이 작품에 담아 아예 추리무협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처음 생각은 컸는데 과연 기대만큼 끌어나갈 수 있을지 아직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예리한 독자 분들의 눈에 미리 감지될지 모르니 말입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중원 전체와 명 말에 일어난 사건을 접목시켜 역사적인 필연성과 단장기에서 미진했다고 느껴지는 인간들의 갈등, 권력의 속성, 드러나지 않은 공간에서의 인간의 추악함 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고자 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중원제일인이 머물고 있는 서호의 운중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5일간의 이야기입니다. 전체를 5권으로 생각하고 1권에 하루의 이야기를 담자고 생각했습니다(이 점은 사실 확실치 않습니다. 아직 끝까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써나가고 있기 때문에 분량도 변할 가능성이 있고, 아니면 5일간의 사건이 6일이나 7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연재하는 중에 그 양이 10권으로 늘어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단장기의 연재에 지쳐 마무리를 다 하지 못하고 서둘러 마쳐야 했던 점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으로 출간되면 그 단장기의 마무리는 양뿐만 아니라 내용도 약간 달라지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마 1권에서는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파악하지 못 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느낌으로 누가 주인공이구나 하는 생각은 드실 겁니다. 아마 3권이나 되어야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아시게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셋째 날부터는 좀 더 사건이 얽혀들면서 적아를 구분하게 될 테니까요.

시대는 명말 환관 위충현이 황제를 허수아비로 세워놓고 동림당(東林黨)의 충신들을 역적으로 몰아 죽이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그리하여 명나라의 사직을 위태롭게 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내용도 사실 간단하다고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구룡(九龍)의 신화를 종식시키며 패권을 장악한 운중보(雲中堡)에서 운중보주의 회갑연을 앞두고 의문의 살인사건들이 연속해서 일어납니다. 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추리적인 과정을 담은 것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흉수는 과연 누굴까? 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그리고 그 연속되는 살인사건들 사이에 뭔가 관련이 있는 것 같지만 왜 뚜렷한 연관성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 흉수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하지만 아마 독자분들은 이 작품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 사건의 흉수가 누굴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될 겁니다.

한편으로는 하나씩 벗겨지는 과거사와 함께 인간들의 탐욕, 비굴함, 욕망 등을 이 작품 속에서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 보려 했습니다. 무협이란 형식을 빌려 지금 우리가 부닥치고 만나는 군상들의 이야기를 쓰고자 했습니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것은 아닌지 걱정은 되지만 일반적인 무협하고는 형식부터 다를지 모르겠습니다.

▲ 이웅래 기자
무협이라 하지만 저는 언제나 협에 대해 쓰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적인 악이나 절대적인 선을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무협의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합니다. 하여간 가벼운 마음으로 쓰고자 했습니다. 더운 여름날, 아직 까마득히 남은 것이지만 일단 연재를 시작합니다.

더운 여름철에 그저 한가한 시간을 가지고 선풍기 바람을 쐬며 안 돌아가는 머리를 회전시켜 보는 재미도 좋으리란 생각입니다.

2006년년 7월 이웅래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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