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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1호선 월계역 부근 시유지에 레스토랑으로 개조된 대형 비행기가 3년 넘게 방치 돼 있어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이용되는 등 문제를 낳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서울시 노원구 월계역 부근 시유지에 레스토랑으로 개조된 대형 비행기가 3년 넘게 방치 돼 있어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이용되는 등 문제를 낳고 있다. 그러나 관할구와 땅 소유주인 서울시(SH공사)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 '비행기 레스토랑'은 지난 2000년 초 문을 연 뒤 개업 이후 지속적으로 영업부진을 겪어 왔다. 최근까지 주인이 3차례 바뀌면서 현재는 여아무개씨가 최종 소유자로 돼 있다.

여씨는 이 비행기를 2002년 말 인수한 뒤 땅 소유주인 서울시에 임대료를 내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가 2002년 임대계약 만료를 이유로 식당 허가권자인 노원구에 식당허가 취소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노원구는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2003년 초 이 '비행기 레스토랑'의 식당허가를 직권취소했다.

이 '비행기 레스토랑'은 A씨가 지난 1999년 말 미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이곳에서 조립해 세워졌다. 당시 부품 운반과 조립에만 3억원이 들었으며 기체는 2억원에 달했다. 총 300석 이상의 대형 규모였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2000년 초 개업 당시는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면서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주변 경관이 좋지 않은데다, '비행기 개조'라는 것 외에 이렇다할 장점을 지니지 못해 영업부진을 겪게 됐다.

현 소유주 임대료 체납, 구청서 식당 영업허가 취소

▲ '비행기 레스토랑' 내부 곳곳에는 술병이 널브러져 있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결국 2002년 말 여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그러나 여씨는 그 뒤로 최근까지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 노원구는 임대료 납부 독촉장을 여씨에게 여러 차례 보냈으나 여씨는 소식이 없었다. 노원구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여씨 소유의 개인재산이 없어 재산 압류 등을 통한 임대료 추징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여씨가 최근까지 밀린 임대료는 억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곳이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이용되는 등 범죄 우려를 낳고 있다. 월계역 인근의 한 아파트 주민은 "밤이 되면 청소년 여럿이 술병을 들고 비행기(레스토랑)로 올라가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며 "만일 도시 한복판에 있었더라면 저렇게 내버려 뒀겠느냐"고 불평을 털어놨다.

실제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25일 오전 '레스토랑 비행기' 내부를 살펴본 결과 여기저기 술병이 너부러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잠자리로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라면상자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와 노원구 사유물 처리 고심

문제는 이 '레스토랑 비행기'가 개인 소유 시설물이기 때문에 땅 소유주인 서울시나 시설물 관리자인 노원구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경찰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원경찰서 월계치안센터 관계자는 "밤시간대에 주변을 꾸준히 돌지만 사유물인 탓에 적극적인 순찰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아직까지 그곳에서 구체적인 범죄 신고가 들어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땅 소유주인 서울시는 서둘러 토지 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노원구도 골치를 썩기는 마찬가지다. 노원구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현재 상태로 장기간 방치할 경우 미관상의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원구는 서울시와 협의해 적극적으로 시설물 처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선 ▲임대료 체납에 따른 시설물 압류 뒤 공매 ▲불법 토지점유에 따른 강제 철거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노원구 측은 둘 모두 쉽지 않다며 조심스런 입장이다. 우선 부동산일 경우 불법 토지점유에 해당 돼 관련법에 따라 강제철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비행기 레스토랑'은 동산에 해당하기 때문에 강제로 철거를 할 경우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또 압류 뒤 공매를 한다 하더라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땐 이를 구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 경우 시설물 규모가 워낙 커 해체 뒤 처리 비용에만 수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구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는 '레스토랑 비행기'의 새 매수자가 나타나거나 현 소유주가 자진해서 철거해주기를 우선적으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오마이뉴스>는 현 소유주인 여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서울시와 노원구에 여씨 연락처를 문의 했으나 소재파악이 되지 않았다. 결국 땅 소유주인 서울시, 관리책임자인 노원구, 소유주 여씨 등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주민들의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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