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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무단 탐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일 간 EEZ의 경계선이 다시 문제되고 있다. 왜냐하면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양국이 각각 주장하는 EEZ에 중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 상호 중복되는 한.일 EEZ 경계선. 왼쪽은 일본측이 주장하는 경계선이고, 오른쪽은 한국측이 주장하는 경계선.
ⓒ 김종성
이번에 일본이 EEZ 탐사계획을 공식화한 일차적 의도는,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부각시키는 한편 독도 주변수역의 천연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것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일본이 이에 그치지 않고 EEZ 경계 문제를 아예 국제 법정으로 갖고 가려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독도뿐 아니라 EEZ 문제도 국제 법정 갈 수 있다

1982년 채택된 국제연합(UN) 해양법협약 제74조 1항에 의하면, 마주보는 또는 인접하는 국가 사이의 EEZ 경계는 원칙상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당사자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일방 당사자의 청구에 의한 강제조정으로 해결하고, 강제조정으로도 해결되지 않으면 원칙상 국제 법원의 강제적 관할에 의해 해결한다.

그러므로 한·일 양국 간에 EEZ 경계선이 끝내 합의되지 않으면, 일본이 이 문제를 국제 법정에 갖고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이 문제를 국제 법원으로 갖고 갔을 경우, 일본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 점에 대한 힌트를, 유사한 선례인 그린란드-얀마옌 해양경계 획정 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1988년 덴마크에 의해 국제사법법원(ICJ)에 제기된 경계선 분쟁 사건이다.

그린란드는 유럽 서북쪽에 있는 덴마크령이다. 그리고 그린란드 동쪽에는 노르웨이령 '얀마옌'이 있다. 얀마옌은 웬만한 지도에는 잘 나오지 않을 정도의 아주 작은 섬이다. 그린란드와 얀마옌이 근접 거리에 있기 때문에 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제각각 설정한 수역(水域)에 중복되는 부분이 생겼다. 덴마크는 그린란드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의 수역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했고, 노르웨이는 등거리(等距離) 원칙에 따라 그린란드와 얀마옌의 중간에 경계선을 설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일 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두 지역 중간에 중복 수역이 나타나게 되었다.

ICJ는 중복 수역을 양국에 떼어주었다

그럼, ICJ는 어떻게 경계를 획정했을까? 이때 ICJ는 중복 수역을 어느 한쪽에 떼어준 게 아니라, 2가지 기준에 따라 양쪽에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ICJ는 중복 수역을 3등분한 다음에, 제1수역은 등거리원칙에 따라 양국에 절반씩 나누어주고, 제2·제3수역은 형평의 원칙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누어주었다. 제1수역은 양국이 똑같이 나누어 갖게 되었지만, 나머지 두 수역은 노르웨이가 조금 더 많이 갖게 되었다.

우리가 이 사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한·일 EEZ 경계선 문제가 국제 법정으로 가게 되면, 국제 법정에서는 가급적 중복 수역을 양국에 골고루 나누어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손해 보는 쪽은 한국이다. 왜냐하면, 중복 수역의 중간 부분에 독도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 법정에서 덴마크-노르웨이 사건을 선례로 삼게 되면, 독도 주변에서 한·일 간의 EEZ 경계선이 설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독도가 우리 영역의 기점(출발점)이 되는 게 아니라, 한·일간의 경계선이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독도는 한국 영역으로서의 의미를 일정 정도 상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중복 수역에서 일본 측 경계선 설정되면 독도 영유권 위험

국제 법정에서는 어느 한쪽에만 일방적 승리를 안겨주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면, 당사자들이 결정에 불복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절충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일본만 이득을 보게 된다.

일본으로서는, 위 그림에 나오는 중복 수역을 조금만 차지해도, 독도 근처에서 자국의 해양 경계선이 생긴다. 독도 코앞에서 일본의 해양 경계선이 설정된다는 것은, 한국의 독도 영유권이 사실상 위험에 처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일본은 직접적으로 독도 영유권 그 자체를 문제 삼든, 아니면 간접적으로 EEZ 경계선을 문제 삼든, 어느 경우든지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일본이 EEZ 경계선 문제를 국제 법정으로 갖고 가려 할 가능성에 늘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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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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