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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신경성 실신은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던 도중 갑자기 정신을 잃기도 한다.
ⓒ 전득렬
사람들은 왜 갑자기 실신할까? 아침조회 때 운동장에서 학생이 갑자기 실신하거나, 충격적인 말을 듣고 그러한 일들을 알게 됐을 때 그 자리에서 갑자기 실신하는 장면 등은 TV나 영화를 통해서 흔히 보았던 '실신장면'들이다.

드라마에서 갑자기 실신하는 장면들을 보았을 때, 우리는 극적인 효과를 더해 주기위해 그런 장면을 '연출'해 넣은 것이지, 실제 상황에서는 '실신장면'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오해'다.

3번이나 '실신'을 경험했다고 고백한 한 여성은 고등학교 때 체육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정신을 잃는 첫 경험을 했다. 그리고 졸업 후 길을 가다가 발을 잘못 디뎌 살짝 넘어졌는데 순간 앞이 하얗게 되면서 두 번째 실신을 했다고 한다.

성인이 된 최근에는 과음을 한 다음날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던 도중 속옷을 올리기도 전에 주저앉고 말았다. 속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나면서 '삐-'하는 환청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고 털어 놓은 이 여성은 현기증과 함께 쓰러지는 자신을 '빈혈'이라 스스로 진단하고 살아왔지만 종합검진의 결과 빈혈이 아니었다.

성인 남·여 3%~3.5%, 일생동안 한번 이상 실신 경험

▲ 젊고 건장한 남성도 자신도 모르게 실신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 전득렬
실신'이란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지지만 특별한 조치 없이 수 십초 내에 저절로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는 경우'라고 경북 구미 강심내과의원 서영배 원장(38·의학박사)은 설명한다.

'실신'은 응급실로 실려 오는 환자의 3%, 입원하는 환자의 6%에서 '실신'이 발생하고 있으며 임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라고 서 원장은 말한다. 성인 남자의 3%, 성인 여자의 3.5%에서 일생동안 한번 이상의 실신을 경험하며, 그중 3분의 1은 실신이 '재발'한다는 것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실신의 확률은 증가하며 요양원의 75% 이상의 노인들 중 6%는 적어도 1번 이상 실신을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연령이 낮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해서 실신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서 원장은 부연 설명을 했다. 군부대의 젊고 건장한 장병이 주방에서 아침밥을 준비하다가 의식을 잃기도 하고, 행군 도중 실신하는 사례도 흔히 접하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나 애인과 술을 마시던 도중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간 사람이 화장실 바닥에서 '남대문'이 열린 채 쓰러져 있어 동행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일도 있다. 이렇듯 예기치 않게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또 특별한 응급조치 없이 저절로 회복하는 실신 환자들의 대부분의 원인은 '심장신경성 실신(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인한 경우다.

일시적인 '의식의 상실상태'를 말하는 실신은 일어서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현기증이 계속되며 안색은 창백해지고 추위와 오한을 느끼는 사전 증상이 있다. 흔히 있는 실신은 '감정적인 쇼크' 등으로 인해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일어나며, 혈당의 비정상적인 저하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빈혈이나 중풍으로 착각하기 쉬운 심장신경성 실신

심장과 혈관의 기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을 '심장신경성 실신(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한다. 이 질환은 알려진 것은 200년이 넘지만 관심을 가진 것은 10년도 채 안돼서 흔히 '빈혈' 이나 '중풍'으로 착각하기 쉬운 질환이다. 하지만 피를 토하지 않는 이상 빈혈로 쓰러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뇌졸중(혹은 뇌허혈성 발작)도 환자의 6%정도에서만 실신을 경험할 정도로 극히 드물다.

▲ 흔히 실신을 하면 빈혈이나 중풍이라 생각하지만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 전득렬
사람이 누운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서면 약 500cc정도의 혈액이 중력으로 인해 하지로 쏠려 순간적으로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의 박출량이 감소한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심박동수와 심박출량(사람의 심장, 즉 심실에서 1분 동안 박출하는 혈액의 양)이 증가된다. 반면, 서 있다가 누우면 하지의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면서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하고 심박출량이 증가한다.

이때 심박출량을 조절하는 '혈압수용체'는 에너지 발산에 관여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맞춰 정상적인 혈압과 심박출량을 조절한다. 누운 상태에서 일어선 상태로 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부교감신경이 과잉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혈압이 떨어지고 심박동수와 심박출량이 감소하며, 결과적으로 뇌로 가는 혈액순환이 부족해 실신이 발생한다. 그러나 일단 몸이 수평상태로 돌아오면 뇌의 혈액순환이 증가하면서 곧 의식을 회복하게 된다.

큰 사고나 부상을 막을 수 있는 실신 예측 증상들

실신은 앞서 말했듯이 특별한 질병이 없는 정상인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성인남녀 100명중 3~4명은 일생동안 한번정도 실신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실신은 쓰러지면서 얼굴이 찢어지고, 두개골 골절상을 입거나 앞니가 부러지는 등의 심한 외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만약 운전 도중 실신을 한다면 대형교통사고로 이어지고 타인의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실신을 예측하는 증상들을 알아주면 큰 화를 면할 수 있다.

실신 발생 전의 환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메스꺼움을 느낀다고 한다. 또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하품이 나며 식은땀이 나고 앞이 캄캄해지거나 하얗게 되면서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게 된다.

그러나 실신 후 특별한 조치가 없었는데도 수십 초 이내로 의식을 회복하게 된다. 이런 실신은 설사와 구토 등으로 탈수상태가 동반될 때 더 잘 발생하며, 평상시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이 술을 마시거나 과음을 하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신 상황 등의 문진과 기립경사 검사 통해 원인 규명

▲ 심전도, 심장초음파, 24시간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심장 질환을 감별한다.
ⓒ 전득렬
실신은 순간적으로 발생하고 깨어나면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되기 때문에 실신 아닌 상태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신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모든 정밀 검사를 다 해보는 것 보다 먼저, 실신 상황과 증상에 대한 '문진(의사의 관점으로 묻고, 환자가 호소하는 자각증세를 듣고, 환자가족의 병력(病歷)을 조회하는 데 목적을 두는 진단법)'을 하는 게 중요하다.

이어 신체검사, 몸의 변화에 따른 혈압 측정을 한 후, 심전도, 심장초음파, 24시간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심장 질환을 감별한 후 기립경사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하는 게 좋다. '기립경사 검사'는 원인불명의 실신 병력이 있는 환자의 체내 자율신경계를 자극하여 심장신경성 실신을 진단하는 검사를 말한다.

이 검사는 수평 상태의 기립경사 테이블에 환자를 눕히고 혈압과 심박동수를 측정한 후 검사 테이블을 60˚∼80˚의 각도로 세운 상태에서 10분∼60분 동안 혈압과 심박동수를 관찰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뇌파검사나 뇌혈관에 대한 검사를 할 수도 있다.

심장신경성 실신의 지혜로운 예방법

▲ 실신의 사전 증상이 있을 때 즉시 앉거나 누우면 실신을 막을 수 있다.
ⓒ 전득렬
'심장신경성 실신'을 경험했거나 그 사전 증상이 있으면 즉시 그 자리에서 앉거나 누우면 실신까지 진행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과도한 운동을 한 직후에도 실신이 발생할 수 있으니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 것을 피해야 한다.

특히 남자의 경우 음주 후 화장실에서 서서 소변을 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경험이 있다면, 평소에 소변을 참았다가 보는 것을 피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참았다가 소변을 봐야할 때는 서서 보지 말고 '앉아서' 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앉아서 소변보는 것을 부끄러워하다가는 '실신'을 하게 되고 심장돌연사의 전조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장 신경성실신의 질환으로 실신을 많이 하는 경우에는 화장실 바닥에 양탄자 등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것들을 깔아 놓으면 좋다. 실신 발생 시 신체적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주의를 기울여도 자주 실신 경험한다면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체내 자율신경계 훈련인 '기립경사 훈련(tilt training)'을 시행하는 것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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