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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의 내부 모형도. 심장은 경계가 분명한 4개의 방의로 구성되어 있다.
ⓒ 전득렬
결혼을 전제로, 한 여자를 사귀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뒤늦게 초등학교 때의 여자친구를 우연히 만나 열애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어느 날 술 한 잔 하자면서 대뜸 '심장판막증'이 뭐냐고 물어왔다.

자초지종을 들으니, 그 여자의 옛 남자친구가 '심장판막증'에 걸려 '이식수술'을 해야 하는데, "네 심장을 떼어 줄 수 없겠니?'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여자는 옛 남자친구가 다시 건강해지면, 친구와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나를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나에게 심장을 떼어 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며 울부짖었다.

친구는 사람의 '심장'을 떼어 줄 수는 없지만, 심장을 떼어 달라고 말할 만큼 옛 남자를 더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장'을 떼어줘야 하는 자신의 사랑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면서 결국 그 여자와 헤어지고 말았다.

심장을 떼어준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 하는 것. 하지만 친구는 '심장판막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소상히 알려 달라고 했다. 이미 사랑은 떠났지만 남은 그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미 강심내과 서영배원장(38·의학박사)은 "그 여자분이 '심장판막증'에 대한 조그마한 의학정보만 있었더라도 사랑에 금이 가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심장을 떼 줄 수는 없지만 현대의학으로 충분히 '인공 이식'이 가능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심장피의 역류를 막아주는 4개의 문, 심장판막

심장은 경계가 분명한 4개의 방의로 구성되어 있다. 4개의 방과 방 사이에는 한번 들어온 혈액이 다시 되돌아가는 것을 방지하는 4개의 '문'이 있는데 이를 '판막'이라고 한다. 좌심방, 좌심실 사이의 '승모판',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의 '대동맥판', 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의 '삼첨판', 우심실과 폐동맥 사이의 '폐동맥판'이 4개의 문이 되는 것이다.

이 '문(판막)'이 충분히 열려야 할 때 잘 열리지 않아서 심장 안으로 혈액이 유입되거나 밖으로 유출되는데 장애가 생길 때 '협착증'이라고 한다. 또 닫혀야 할 때에 완전히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될 때 '폐쇄부전증', 혹은 '역류증'이라고 한다.

심장 판막질환이란 무엇인가?

심장 내에서 혈액의 흐름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지하는 것이 판막의 기능인데, 여러 원인으로 판막이 망가져서 이러한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병을 말한다. 판막은 심방과 심실사이, 심실과 대혈관 사이에 위치하면서, 심장의 수축과 이완에 따라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며, 혈액의 흐름을 조절한다.

'판막협착'은 말 그대로 '판막이 좁아져서 혈액의 흐름이 원활히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며, '판막부전'은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를 않아서 피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4개의 판막에 각각 협착증과, 폐쇄부전증이 올 수 있다.

▲ 피의 역류를 막아주고, 심장의 혈액 흐름이 원할히 되도록 하는 것이 심장판막(문)의 역할이다.
ⓒ 전득렬
판막질환은 왜 생기나?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류마티스라는 세균감염의 후유증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판막질환 중 가장 흔한 원인이었고, 현재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수치가 나온다. 우리가 흔히 앓는 편도선염의 원인균인 '연쇄상구균' 균에 전신적으로 감염되어 심장 판막에 손상이 오는 것이다.

주로 경제수준이 낮고 위생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잘 발생한다. 주로 20-30대 환자들이 이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고, 과거 상당히 오랜 기간 '열병'이나 '감기'를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퇴행성변화이다. 즉 노화와 관련된 경우이며, 이는 선진국에서는 물론 판막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감염성 질환인 '류마티스 심장 판막질환'은 줄어들었으나, 고령인구의 증가로 '퇴행성 판막질환'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밖에 드물지만 선천적 이상과 염증성 질환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으며,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의 관상동맥 질환에 의해 심장 판막기능에 이상이 오는 경우도 있다.

사전에 어떤 증상이 생기나?

대표적인 증상은 운동 중이나 일할 때 이상하게 심장이 뛰고, 숨이 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노인들이 '어휴, 숨 차' 하는 것이 바로 이것. 병이 점점 진행되면, 누운 경우에도 호흡곤란이 생기며, 심지어 앉아 있는 경우에도 호흡곤란이 발생한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다리가 붓는 '부종'이다. 이는 판막의 문제로 인해 혈액이 충분히 순환되지 못하여, 연부조직(피하조직)에 수분이 축적되어 발생한다. 중력에 의해 다리가 가장 먼저 붓기 시작하고, 부기가 심해지면 손가락으로 피부를 누를 때 푹 들어가는 현상도 관찰할 수 있다. 그 외에 부정맥, 즉 불규칙한 맥박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장판막질환, 어떻게 진단하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심장내과의사의 진찰이며, 심장부위에서 비정상적인 심잡음(불규칙적인 소리)이 관찰되는 경우는 흉부 X-선 촬영이나 심전도 검사를 시행한다. 심장 판막질환의 진단과 정도 평가를 위해서는 심장초음파검사를 하는데 초음파 원리를 이용하여 판막의 이상을 알아보는 가장 중요한 검사 중 하나다. 그 외에 심도자술 등이 있는데 이는 심장 판막질환의 수술이나 치료 전 심장기형의 진단 및 수술 전 관상동맥 질환의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시행한다.

심장판막질환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나?

가벼운 판막질환인 경우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만 관찰을 한다. 그러나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중증의 판막 질환인 경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장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기능이 저하되는 심부전에 빠져 사망에 까지 이를 수 있다. 이미 심장의 기능이 어느 정도 떨어진 후라면 수술을 해도 심장기능이 회복되기는 어렵다. 때문에 심장 판막질환에서는 수술시기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심장 판막질환의 합병증으로 심부전과 세균성 심내막염(심장의 내부, 대부분 심장 판막에 균이 서식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치명적인 결과까지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치과치료나 침습적인 비뇨기과 치료 시 잘 발생기 때문에 심장 판막질환이 있는 환자는 치과, 비뇨기과 치료를 받을 경우 심장내과 의사와 먼저 상의해보는 것이 좋다. 반드시 항생제를 투여하여 심내막염의 예방 조치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치료방법은 무엇인가?

내과적 치료는 앞서 말한 심내막염에 대한 예방과 부정맥에 대한 치료를 한다. 적응증이 되면 항응고 요법이 있으며, 외과적 치료로는 '판막성형술'과 '판막치환술'이 있다.

판막성형술은 심장의 판막이 어떤 원인으로 손상되어 판막의 기능이 유지될 수 없을 때 이 '판막을 성형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이며, 판막치환술은 '인공판막으로 바꿔주는 것(치환)'이다.

▲ 돼지의 생체조직으로 만든 ‘조직판막’. 수명이 짧은 단점이 있지만 항응고제의 평생복용이 필요 없다.
ⓒ 전득렬
인공판막은 돼지나 소 등의 생체조직으로 만든 '조직판막'과 금속재질로 만든 '기계판막' 두 가지가 있다. '조직판막'은 생체조직이라 손상이 서서히 일어날수 있고, 수명이 10년 정도로 짧은 단점이 있지만 판막 주위에 혈액응고가 적어 항상 먹어야 하는 항응고제 복용이 필요 없다.

반면, '금속판막'은 피 찌꺼기가 생길 수 있어 항응고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는 맞지 않다. 만약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실신과 심장 마비가 발생하여, 치명적인 뇌손상이나 생명에 지장을 초래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구성이 좋으며 수명이 긴 장점이 있다.

심장판막질환은 심장이 닳아서 생기는 질환이라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 많이 생기던 병이라 서서히 잊혀지는 듯 했으나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다시 '심장판막질환'이 고개를 들고 있다. 40-50대 이상에서 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의 노인층에서 '숨이 차는 것을 느낄 때'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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