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고위당직자가 언론사 기자를 성추행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26일 모든 당직을 사퇴했다.

<동아일보>는 27일자 신문을 통해 "최연희 한나라당 사무총장(사진)이 본보 여기자를 성추행 했다"며 지난 24일 <동아> 기자들과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만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히 보도했다.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동아> 기자들이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상견례를 겸한 만찬을 한 것은 지난 24일 저녁 8시경.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대표와 이규택 최고위원, 최 총장, 이계진 대변인 등 7명이, <동아>에서는 임채청 편집국장과 이진녕 정치부장, 한나라당 출입기자 등 7명이 각각 참석했다.

이 음식점 내 노래 시설을 갖춘 방에서 술자리가 계속 이어졌는데, 최 총장이 갑자기 자리에 앉아있던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두 손으로 가슴을 거칠게 만졌다고 한다. 해당 기자는 즉각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큰 소리로 성추행에 항의한 뒤 방을 뛰쳐나갔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박 대표와 <동아> 편집국장은 자리를 이미 뜬 상태였다.

최 총장은 <동아> 기자들에게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를 저질렀다, 미안하다"고 해명했고, 이규택 최고위원 등 다른 당직자들도 곧바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사과했다.

박 대표도 다음날 저녁 해당 여기자에게 "보고를 듣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싶었다, 제가 대신해서 백배사죄 드린다"고 전화로 사과했다. 박 대표는 <동아> 편집국장에게도 "당 차원에서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재오 원내대표도 26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최 총장의 당직 박탈 등 엄중한 조치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유정복 대표비서실장은 "26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총장으로부터 경위를 들었으며 본인이 사무총장과 당 공천심사위원장 등 모든 당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동아>에 알려왔다.

그러나 해당 여기자가 성추행에 대한 사회적 여론 환기 차원에서 공론화를 원하고 있고, 한나라당 차원의 인책과는 별도로 최 총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파장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오후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회의... 최 사무총장 "책임지고 모든 당직 사퇴"

한편, 이 일로 박근혜 대표는 26일 오후 5시께 모처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는 박 대표, 이재오 원내대표, 이규택·김영선 최고위원, 유정복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최 사무총장은 "물의를 일으켜 당에 누가 돼 사과드린다, 책임지고 모든 당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 대표는 그 자리에서 최 사무총장의 사퇴의사를 수용한 이후 별다른 말은 없었다"며 "다른 최고위원들도 침통해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또다른 한나라당의 의원은 "시기가 워낙 좋지 않은 때에 악재가 벌어졌다"며 "최 사무총장의 당직 사퇴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당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총장의 갑작스런 '낙마'는 한나라당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초등학생 성추행 살해 사건이 일어난 후 국가차원의 성범죄 근절책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도 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검찰 간부 출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최 의원은 강원도 동해·삼척에서 3번 연속으로 당선됐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