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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는 14일 오전 안양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내버스회사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폐지를 요구해 온 7개 노선 중 삼영운수 3개 노선(9번, 9-3번, 552번)과 보영운수 2개 노선(16-1번, 11-6번)을 21일 오전 4시부터 폐지한다"고 밝혔다.

운수회사인 삼영운수(대표 김주만)와 보영운수(대표 최현기)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광명역사 6개노선 공회전, 준공영 서울시내버스의 무임환승, 경유값 급등에 따른 적자누적과 체불임금으로 대표이사가 고발되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시내버스 운영 실태를 제시한 안양시 김창식 교통행정과장은 "시 관내 시내버스의 경영악화 요인은 서울시의 버스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무임환승제(5회 무임환승가능 버스-전철거리 비례제)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안양시는 "시내버스 517대 중 삼영, 보영 15개 노선 263대가 서울버스 13개 노선 341대와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버스가 약 7∼8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는 반면 안양시내버스는 배차간격의 폭이 넓어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2005년 5∼6월 2개월간 경영수지분석 결과 삼영운수는 총 21개 노선 중 18개 노선이 적자(35억1500만 원)고 3개 노선만 흑자(4억2800원)이며 보영운수는 총 11개 노선 중 8개 노선이 적자(15억9900만 원)고 3개 노선만 흑자(4억4500만 원)라고 설명했다.

안양시는 "안양시내버스 총 32개 노선 가운데 6개 노선만 흑자일 뿐 26개 노선이 적자로 적자 금액이 51억1400만 원에 달하고 있어 안양시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영운수 관계자는 "서울시와 경기도 대중교통 체계가 다르고 지원 또한 큰 격차로 적자폭이 커질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서비스질이 우수한 서울시내버스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삼영운수의 경우 운전기사들의 임금인상 손실분과 상여금 일부 등을 주지 못해 노조에 의해 대표이사가 검찰에 고발당한 상황에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며 "경영난 위기속에 한계에 봉착해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 안양시내버스는 삼영, 보영운수가 운행중에 있다
ⓒ 최병렬
현재 검찰은 삼영운수의 체불임금 미지급 건에 대해 2월 안으로 조치를 하라고 회사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체불임금 미해결시 검찰의 판단 결과에 따라 그 여파는 보영운수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회사측은 자금 마련을 위해 현재 운행중인 마을버스를 매각할 계획을 세우는 한편 적자노선을 포기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으나 '땜질식' 처방이 될 수밖에 없는 수준으로 대중교통체계의 근본적 방안이 모색되지 않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전망이다.

보영운수의 박정만 상무는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현재 운행중인 안양시내버스는 삼영운수 356대, 보영운수 199대 등 총 564대로 기사 수는 1,100여명에 달한다"며 "현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타개할 방법이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버스공영제 도입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로서는 서울시내버스와의 노선 중복에 따라 이용승객이 적은 몇 개 노선을 폐지하면서 내부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추스르는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시민들의 이해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안양시 교통행정 관계자는 "경기도와 서울시 간 무임환승제 등 대중교통 행정체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하며 이후 시내버스의 광역, 간선, 지선버스 체계가 새롭게 바뀌어야 적자노선 문제와 시민들의 불편도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안양시내버스 노선 폐지 사태의 근본 원인이 수도권 대중교통체계의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시민 불편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는 점에서 광역, 기초단체장들의 적극적인 해결방안 모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사들의 임금을 체불하는 상황으로 치닫는 버스회사, 수도권 교통체계의 근본문제 해결은 외면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기초자치단체. 이렇듯 시민 불편의 목소리가 터지고 있는 현실에서 노선 폐지로 인한 피해는 시민이 떠안는 결과만을 초래하고 있다.

한편 안양시 홈페이지 '시에 바란다'에는 버스 이용자들의 인터넷 민원으로 도배될 정도로 시민들 항의와 반발이 줄을 잇고 있다. 안양시가 관할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군포시 홈페이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 시민들의 항의로 도배된 안양시 홈페이지 게시판
ⓒ 최병렬
대다수 시민들이 강력하게 폐지를 반대하는 노선은 군포공영차고지를 출발 산본역-호계신사거리-인덕원-삼성역-잠실운동장 구간을 오가는 11-6번과 관양차고지를 출발 평촌역-인덕원-사당-서울교대 구간을 오가는 552번으로 서울시와 연계된 출퇴근 노선이다.

이밖에도 안양시가 폐지키로 한 시내버스 번호와 운행구간은 다음과 같다.

9번: 광명역사-안양1번가-인덕원-사당-서울대-구로공단-관악역-광명역사 구간
9-3번: 광명역사-관악역-시흥-신림-사당-과천-인덕원-안양1번가-광명역사 구간
11-6번: 군포공영차고지-산본역-호계신사거리-인덕원-양재-삼성역-잠실운동장 구간
16-1번: 연현마을-우체국사거리-범계역-의왕갈뫼지구 구간
552번: 관양차고지-평촌역-관악로-인덕원-사당-서울교대 구간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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