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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그림 같다>는 저자의 미술에 관한 에세이집이다. 단순히 미술작품에 관한 해설과 평을 넘어 작품이나 작가에 관련된 일상적인 삶의 맥락을 골고루 잘 짚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미술관련 해설서와는 차별성을 가진다.

소제목에서도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 책은 미셀러니, 즉 경수필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독자들을 위해 쉽고도 재미있게 여러 가지 미술관련 에피소드들을 엮어서 전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서술 방식은 현재 미술 작품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관념화되었고, 그에 따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뭔가로 취급된다는 문제의식에 출발한다.

"미술이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건, 오스카 와일드가 비꼬았듯이 밥 먹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한 짓거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바깥에 보이는 사물에서 머릿속에 있는 생각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인생이 그림 같다> 8쪽)

▲ 겉표지
ⓒ 생각의 나무
<인생이 그림 같다>는 전체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김홍도, 신윤복에서 피카소, 마네, 샤갈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오고가며 미술사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이나 혹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희귀한 작품들을 끄집어내어서 얼기설기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또는 감탄조의 독백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접근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이제까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던 일본의 근대 미술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서양의 잘 알려진 인상파 화가들이 일본 판화에 반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상파 화가치고 일본 판화에 반하지 않은 사람이 드무니까요. 툴루즈 로트레크, 반 고흐, 고갱, 마네 등등이 모두 '친일파'였답니다. 모네는 아예 자기 집을 일본인 정원사에게 부탁해서 꾸몄다는군요."(167쪽)

특히 일본 근대 미술의 한 양식이었던 "우키요에[浮世繪]-일본의 무로마치 시대부터 에도시대 말기에 서민생활을 기조로 하여 제작된 일종의 회화의 한 양식으로 당시 유럽인들에게 애호되어 프랑스 화단에 상당한 영향을 줌"를 소개하면서 일본의 문화적 역량과 그들의 문화 상품을 다룰 줄 아는 역량에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키요에는 일본 상품을 수출할 때 완충용 포장지로 쓰이기도 했다. 유럽의 미술사가와 컬렉터들은 일본의 미술 공예품을 수입하거나 수장하는 데 경쟁적으로 나섰다. <중략> 인상주의 화가들은 외광파(外光派)였다. 그들은 휘황한 우키요에 화면에 정신을 뺏겼다. 반 고흐, 모네, 드가, 르누아르, 클림트 등이 우키요에의 열렬한 추종자였다"(274쪽)

나아가 저자는 이런 일본 민속 예술 갈래인 '우키요에'가 서양에서 거둔 문화적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 사면서도 우리의 민화도 문화적 자산으로서 '우키요에'를 능가하는 충분한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물관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과 서글픔을 드러내고 있다.

<인생이 그림 같다>는 여타 미술 관련 예술서적에 비해 읽기가 쉽다. 무엇보다 저자가 오랜 동안 언론계의 미술 관련 기자로 생활에 오면서 대중에게 보다 쉽게 미술 작품을 전달해 온 역량이 십분 발휘되었지 싶다. 짧은 문장을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시켜 나가는 속도가 빠르고 화려해서 읽기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점도 이 책이 가진 미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적 삶의 영역에서 여전히 미술 작품을 관람하여 미술관을 찾거나 박물관을 찾는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물론 지방에는 변변찮은 예술관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급 미술 작품을 관람한다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종의 문화적 사치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연히 관람할 기회가 온다손 치더라도 부족한 미술 감상 지식 때문에 "그림 참 좋다" 이외에는 별 다른 감상의 소견을 드러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바로 미술관련 평론서적을 읽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론서가 지나친 전문 지식에 치중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부족한 글솜씨 때문에 재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인생이 그림 같다>는 이런 점을 미리부터 포착하고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이 책을 읽어 나가기를 간접적으로 부탁하고 있다.

"독자에게 중요한 그림 읽기를 뭔가. 그것은 특정 그림을 두고 해설하는 저자의 독단과 편견을 재빨리 간취하는 능력에서 생긴다. 모든 감상은 편견이자 독단이다."(263쪽)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미덕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솔직함이다. 지나치게 전문 지식으로 포장되어 있지도 않으면서도 재밌게 작품과 관련된 여러 가지 맥락들을 골고루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작품을 미술사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사적 나아가서는 철학사적 의미까지 곁들여 가면서 전개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영상과 이미지의 시대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은 텍스트 읽기 보다는 순간적인 이미지나 동영상에 익숙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영상과 이미지의 가장 밑바탕이 바로 미술이라는 점에서 그 문화적이고 교육적인 중요성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인생이 그림 같다>는 그런 중요성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인생이 그림 같다 - 미술에 홀린, 손철주 미셀러니

손철주 지음, 생각의나무(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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