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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청의 도발에도 장판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찌 한 술에 배부를 수 있갔네? 내 힘닿는 데까지 심양에 가서 사람들을 계속 데려올 것이네.”

두청은 아주 크게 ‘흥!’ 코웃음을 치고서는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여기까지 그걸 자랑하러 오신 건 아닐 터인데… 잡을 때는 뿌리치고 가기에 바쁘더니 여기를 제 발로 찾아온 용건이 뭔가?”

“두루마리.”

“뭐?”

두청이 인상을 일그러트리며 목을 옆으로 기울였다.

“두루마리를 가지러 왔다우. 내래 그걸 한양으로 가지고 갈 거야.”

“훗! 으하하하하하….”

두청은 정말 크게 웃었다. 상대를 비웃으려 과장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우스워서 웃는 웃음이었다. 두청의 웃음은 좀처럼 그칠 줄 몰랐고, 마침내 내내 침착했던 장판수의 평정심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보라우! 뭐가 그리 우습네! 내어놓기 싫다면 싫다고 하라우!”

두청은 웃느라고 눈물까지 훔쳐낸 후에야 말문을 열었다.

“이봐 장초관, 내가 왜 그 두루마리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나?”

“그것으로 조정대신들을 위협하려는 것이겠지.”

평구로가 답하자 두청은 화를 벌컥 내었다.

“닥쳐라! 배신이나 하는 왜놈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다!”

장판수쪽에서 육태경과 몇몇 이들이 인상을 쓰며 벌떡 일어서자 두청쪽에서도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만 앉아 있게, 우리는 싸우러 온 거 아니지 않나.”

짱대가 사람들을 진정시켰고, 두청쪽에서는 차예량이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잠시 혼란이 지나간 후 탁자위로 음식이 날라져 왔다.

“내가 그 두루마리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거기에 이름을 쓴 얼빠진 조정대신들을 꼼짝 못하게 하기 위함이야. 행여 우리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것으로 모두 끝장이 나는 셈이지. 그런데 그 좋은 것을 한양으로 가져가 어쩐다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자네가 천금을 내어 놓는다 해도 그건 줄 수 없는 것이야. 뭐 힘으로 빼앗아 가겠다고 해도 마찬 가지지.”

“기래?”

이번에는 장판수가 코웃음을 쳤다.

“기럼 나는 왜 그 두루마리를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나?”

“글쎄? 훗!”

두청은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그걸 들고 가서 한자리 출세해 보려는 것이 아니겠나?”

장판수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우. 하나는 너희들이 남한산성에서처럼 쓸데없는 장난질을 못하게끔 하는 데 있지. 네 놈이 그 두루마리로 대신들을 을러서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게 한 것은 익히 알고 있다우. 네 놈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랑캐들에게 죽은 지 아네?”

그 말에 두청은 눈을 크게 치켜뜨며 소리쳤다.

“어차피 질 싸움이 빨리 끝나 사람이 덜 죽은 것은 생각 안 하고? 자네는 대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앞뒤가 아주 꽉 막힌 자야! 쯧쯧쯧!”
장판수는 그 말에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이 땡중놈아! 네 놈이 병사들을 죽을 곳으로 몰아넣으라며 대신을 두루마리로 위협해 부추겼고, 어느 큰 싸움에서는 사람을 시켜 화약통을 터트려 패전하게 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게 잘한 짓이라고 떠벌리는 거야 이 갈가리 찢어 죽일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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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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