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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저기가 바로 마을의 객주다.”

평구로가 손짓하는 곳을 사람들은 편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의주까지는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만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두청 그 놈이 저기 있어야 할 텐데.”

장판수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웃음을 지었다. 평구로는 문제의 두루마리를 두청이 지니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 한바탕 해볼까?”

마을로 들어선 장판수 일행은 작은 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크게 들어앉은 객주를 향해 나가며 그간 장단을 맞추어온 영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자에 노자노자 아하 젊어서 노잔다 / 나이 많아 병이나 들며는 못노리로다. / 영변에 약산에 동대로다 아하 아~ / 부디 평안히 너 잘 있거라 나도 명년 양춘은 / 가절(좋은 때)이로다 또 다시보자”

열 명의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노래를 부르며 다니자 마을사람들이 하나둘씩 그 광경을 보려 나왔다.

“오동에 복판이로다 아하 거문고로구나. / 둥당실 슬기둥 소리가 저절로 난다 / 달아 에 달아 달아 아하 허공 중천에 둥당실 걸리신 달아 / 잎에나 창천이로다 비치신 달아 // 아서라 말려므나 아하 네 그리 말려므나 / 사람에 인정에 괄시를 네 그리 마라 / 남산을 바라다 보니 이~ 진달화초는 다 만발하였느데 웃동 짧고 / 오! 아래 아랫동 팡파짐한 아이들아 / 날 살려다오”

노래를 부르며 객잔 앞에 이르자 문이 벌컥 열리며 객잔의 하인이 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장판수를 알아보고서는 놀라며 냉큼 문을 닫고 들어갔다. 사람들의 노래는 더욱 큰 소리로 계속 되었다.

“자규(두견새)야 네 우지 말아라 아하~아 / 울려거든 너 혼자 울겠지 / 여관한등 잠든 날 조차 왜 깨워주나 / 일락은 황혼이 되고 오~ / 월출은 동령이로구나 달 솟아 온다 // 양덕 맹산이로다 아하 아~ 부벽루하로다 아~ / 감돌아 든다 삼산은 반락이로다 아~ 모란봉이다 / 이수 꺼껑충 뛰어서 능라도로다.”

객잔의 문이 다시 열리며 두청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차예량과 서흔남을 대동하고선 부하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었다. 노래를 마친 장판수 일행은 자리에 앉아 헛기침을 해대었고, 두청일행이 그들을 지켜보고만 있자 짱대가 소리쳤다.

“아 손님이 왔으면 냉수라도 떠 올 일이지 우르르 몰려와 뭘 그리 보는가? 먼 길을 오느라 시장하니 어서 밥과 술을 차려서 오게나.”

한바탕 큰 싸움을 각오했던 두청은 장판수와 평구로의 속셈을 알 수 없었다. 서흔남이 두청에게 다가와 귀엣말을 했다.

“지금 다 쓸어버릴까요?”

두청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들의 패거리가 조금 더 많았지만 장판수와 평구로를 상대하여 싸운다면 큰 희생을 감수해야 했고, 그들이 데려온 사람들까지 합세한다면 이길 것을 장담할 수 없었다.

“너희들은 가서 술과 고기를 대령하라.”

객잔의 하인들은 가게 안의 상과 의자를 끌어내어 길게 자리를 마련했다. 준비가 되는 동안 장판수는 자리를 잡고 태연한 척 앉아 있는 두청을 보며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네래 내가 다시는 못 돌아올 줄 알았지? 하지만 난 여기 돌아왔어.”

두청은 예전에 평소 장판수를 대하던 태도와는 달리 굳은 표정으로 무뚝뚝하고 불쾌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것 참 용하시네.”

“게다가 아 사람들이 다 누구인지 아네? 심양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온 사람들이야.”

두청은 별거 아니라는 듯 입가를 삐죽였다.

“심양으로 잡혀간 자들이 수 만 명인데 겨우 예닐곱 명을 데려 왔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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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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