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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훈과 휘버스, 당시 '열기들' '용광로'등의 한글이름으로 활동해야 하기도 했었다고.
ⓒ 팬카페 그대로그렇게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처음 찾은 동전식 노래방에서 우리가 부르는 곡은 정해져 있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였던 서태지와 아이들, 갓 데뷔를 했던 쿨, 투투 등. 곡당 500원이라는 학생으로서 만만치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부르는 것이었기에 실패도 취소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처음 들어보는 곡을 시작했고 우리는 모두 '저 녀석이 번호를 잘못 눌렀구나'하는 생각에 안타까워했으나 그 친구는 '너희에게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마'라며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얀 날개를 휘저으며 구름 사이로 떠오르네, 떠나가 버린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이….'

꽤 노래를 한다 하던 친구가 보이시한 목소리로 부른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은 당시 붐을 이루기 시작한 '랩'에 젖어 있던 어린 우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500원이 아까우랴, 우리는 그 친구의 몫까지 열심히 동전을 넣어주며 그 친구의 레퍼토리를 모두 풀어놓도록 하였다.

그 노래는 79년생인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 78년 TBC 해변가요제로 데뷔한 '휘버스'의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이란 노래였다.

15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세대가 들어도 열광할 수 있는 노래

▲ 7080도 발전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명훈씨.
ⓒ 박봄이
7080이라는 복고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침체되어 있는 공연문화가 다시 힘을 내고 있다. 가수가 노래보다는 쇼프로의 수다로 화제가 되고 불법 다운로드의 범람으로 일 년에 CD 한 장 사는 이가 드물다는 요즘, 이 같은 7080의 바람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려는 노력 속에 휘버스의 이명훈씨는 하루하루 공연준비로 바쁘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공연을 위한 준비가 아닌 문화운동을 위한 준비작업 같은 것이라 그는 말한다.

"복고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잊혀졌던 많은 곡들이 다시 불려지게 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죠. 하지만 예전 가요제들이 그랬듯이 무대는 많은데 그 무대를 채울 수 있도록 실력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이 것은 또 한순간의 유행으로 사그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이 중요한 시기에요. 그래서 단순히 예전 곡들을 불러주는 7080이 아니라 기억속의 밴드들이 새로운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새로운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의 말대로 70년대부터 시작된 강변, 신인, 대학 가요제등 수많은 가요제들 가운데에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MBC 대학가요제 뿐이다. 하지만 그 또한 과거의 수상자들이 가요계를 주름잡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렸다. 마치 지금의 가요계를 비롯한 공연계가 공짜 티켓을 남발해도 텅 빈 객석을 채울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여러 가요제들이 많았죠, 그런데 어디서 잘 된다 하니까 우르르 비슷한 가요제들이 늘어나는데 어차피 실력 있는 신인들은 한정되어 있거든요. 그러니 신인들이 상을 받아서 음반 만들고 홍보를 해봐도 대중들은 알거든요.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요. 그런 순환들이 이어지면서 대중들이 가요제를 외면하게 되고 점점 사라지고 그렇게 되었던 것 같아요. 질적으로 승부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만 현재의 가요계도 지금 이 난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것 같아요. 노래하는 사람들이 노래로 승부 해야죠."

소녀팬, 이제는 술 한 잔을 함께 기울일 수 있는 친구와 같은 팬들

현재 휘버스의 팬 카페 '그대로 그렇게'(http://cafe.daum.net/myunghoonsarang)에는 2300여 명의 회원들이 공연 정보 교환, 후기, 팬 미팅 주선 등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소녀시절부터 아껴왔던 팬들이 중년이 되어서까지 그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것.

▲ '꽃미남 오빠'로 소녀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데뷔 초기.
ⓒ 박봄이
당시 소녀 팬들에게 휘버스의 이명훈씨는 요즘 시대로 말하자면 '꽃미남 오빠'였다. 앳된 외모와 큰 기교를 섞지 않고도 팬들의 가슴을 절절 끓게 만들었던 애틋한 음성. 그로 인해 항상 휘버스가 가는 곳에는 소녀팬들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그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팬들을 위해 그의 어머니는 식사도 챙겨주곤 했다고 한다.

▲ 활동 당시 수상했던 트로피들.
ⓒ 팬카페 그대로그렇게
이제는 뒤에 서서 수줍게 얼굴 붉히며 바라만 보던 소녀 팬이 아닌 남편의 손을 잡고 당당히 찾아와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친구 같은 팬이 되었다며 얼마 전에 팬들과 가진 술자리 이야기를 해준다.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추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와 꽃다발만 건네주고 리허설만 감상하다 다시 떠나는 팬도 있을 정도.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팬만큼 소중한 것이 뭐가 있을까. 더군다나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지켜주고 있는 팬들의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에 절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이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시대상을 말해주는 것이 음악, 대중을 뭉치게 하는 것도 음악

내가 중학교 시절 친구의 목소리로 처음 들은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이라는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이명훈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이라는 곡은 연세대학교 레크리에이션 동아리 RRC의 회장이었던 故 최용석 회장을 추모하기 위한 곡이죠. 그 분이 불치의 병이 걸리게 되었는데 수명을 1년 연장하는데 그 당시 돈으로 500만원인가가 필요했죠. 학교 내에서 모금 운동도 일어나고 그럴 정도로 그 분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분은 죽음을 택한 듯 병실을 스스로 뛰쳐나갔죠. 그 분이 묻힌 곳이 퇴계원이어서 원래 제목은 '퇴계원'이었어요. 그러다 바꾼 제목이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이었죠. 이 곡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추모곡으로 많이 불려졌어요. 당시 추모곡으로 부를 수 있는 곡이 없었던 까닭도 있었겠지만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친구를 위한 곡이라는 이유에서도 통했었다고 봐요."

음악은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명훈씨는 말한다. 그런 이유로 7080 바람이 일기 전부터 독도지킴이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곳 저곳을 발로 뛰며 직접 받은 서명만 140만 명가량이고 연계해서 받은 서명은 5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올 연말까지 천만 명 서명운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독도 콘서트를 준비했으나 투자 상의 문제로 두 번에 걸쳐 무산이 되면서 몸이 많이 상했다고. 그러나 새 앨범 준비와 꼭 이룰 독도 콘서트, 음악인으로써 할 수 있는 음악인다운 방법으로 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 독도지킴이로 활동 중.
ⓒ 팬카페 그대로그렇게

때는 언제나 온다, 그러나 그 때를 잡는 자는 노력해온 자다

휘버스는 이번에 이명훈씨를 제외하고 새로운 멤버의 영입으로 새로운 곡을 준비 중이다.

"베이스의 문장곤씨는 녹음실을, 키보드의 정원찬씨는 대덕 연구단지에서 연구원으로, 송용섭씨는 개인사업가로 그 전의 멤버들은 모두 생업에 열심히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 열린 음악회 방송 이후 멤버의 교체가 있었죠. 대한민국 최고라 자부할 수 있는 세션맨들로 이루어져서 누가 와도 연주에 있어서는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특히나 이명훈씨는 밴드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요즘엔 상품처럼 음악 하는 사람들도 찍어내죠. 하지만 그 물량공세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수많은 인디밴드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의 능력은 과거 우리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지금의 고난의 시간에 꺾이지 말고 언제나 준비를 하고 있으면 기회는 오는 법이죠. 인생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은 꾸준히 준비를 해온 사람들입니다."

▲ 선배들이 노력을 해야 후배들도 편하게 음악을 할 수 있다고.
ⓒ 팬카페 그대로그렇게
특히 좋아하는 후배들의 음악이 있느냐는 질문에 '2004 K-록 챔피언십'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해령'을 꼽으며 꿈만 먹고 사는 인디밴드 후배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제가 밴드로 활동하는 후배들을 아끼는 까닭은 그 사람들은 하나하나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을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들은 순간의 슬럼프에서 쓰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욱 발전을 하겠죠. 자신이 맡고 있는 베이스면 베이스, 보컬이면 보컬, 그 맡은 자리에서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온 사람들이 진짜 '음악'을 하는 사람들 아닐까요? 이젠 그들의 음악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취재에 협조해 주신 휘버스 팬카페 '그대로그렇게'(http://cafe.daum.net/myunghoonsarang) 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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