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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사의 가을 #1 - 쌍계루 풍경
ⓒ 이우영
사진에 취미를 붙이면서 전남 장성에 있는 백양사는 내가 가장 즐겨찾는 곳 중 하나가 됐다. 주변 풍광이 빼어난 데다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거리적으로도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백양사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올해 봄부터. 그 전에도 몇 차례 가족들과 함께 산책 삼아 들락거리곤 했지만, 이때 찍었던 사진 한 장의 아름다움에 취한 뒤부터 백양사는 내 즐겨찾기 목록 최상위권에 위치하게 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한 철 안 좋을 때가 있을까마는 백양사는 가을철에 가장 각광을 받는다. 단풍 색깔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는 애기단풍들로 주변이 온통 빨갛게 물들기 때문이다.

▲ 백양사의 가을 #2 - 쌍계루 앞 연못 주변풍경
ⓒ 이우영
특히 백양사 입구에 위치한 쌍계루를 중심으로 기암절봉과 단풍이 어우러진 백암산이 뒷배경을 이루고, 좌우로는 빨갛고 노란 단풍들이 날개처럼 펼쳐진 위에 이를 거울처럼 고스란히 비춰내는 옥빛 연못이 합쳐진 풍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절경 중 절경이다.

때문에 이맘때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진가들이 백양사로 몰려들곤 한다. 사진에 이제 갓 취미를 붙였을 뿐인 내 눈에 그토록 아름답게 비치는데 빛과 색을 읽는 눈이 남달리 발달한 사진가들의 눈에는 또 얼마나 아름답게 비치겠는가 생각해 보면 당연하디 당연한 현상이다.

쌍계루 주변 풍경도 좋지만, 백양사도 한 번쯤 눈에 담아둘 만하다. 14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백제 무왕 33년(서기 632년) 여환선사에 의해 '백암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고 전하며, 훗날 한 고승이 법회를 베풀 때 흰 양이 내려와 설법을 들었다 하여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 백양사의 가을 #3 - 약사암에서 내려다 본 풍경
ⓒ 이우영
절 규모가 그리 크지도 않고 눈을 확 잡아끄는 화려한 맛도 없지만, 경내를 한 바퀴 휘휘 돌다 보면 산사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매료되면서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지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백양사까지 둘러보았으면 그 다음엔 가벼운(?) 산행을 할 차례. 관광 쪽에 주목적을 둔 경우 약사암 쪽으로 오를 것을 권한다. 절 입구에서 약 20~30분 거리인 약사암은 백양사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맘때쯤이면 주변 산 전체를 오색으로 물들인 단풍과 함께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약사암까지 올라가 뭔가 좀 아쉽다 싶은 사람은 내쳐 백학봉과 상왕봉까지 오르는 것도 좋다. 내 경우 어린 딸들을 동반하다 보니 아이들 체력 문제로 백학봉에서 아쉽게 발길을 되돌려야 했지만, 그 길 중간중간 마주친 백양사와 백암산 풍경은 뇌리에 깊이 새겨질 정도로 인상 깊었다.

▲ 백양사의 가을 #4 - 백학봉 등정 중 내려다 본 풍경
ⓒ 이우영
이런 아름다운 풍경들에 힘입어 백양사는 일찍부터 대한8경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오죽하면 그 옛날 이곳 백양사를 찾았던 포은 정몽주가 "지금 백양승을 만나니/ 시를 쓰라 청하는데/ 붓을 잡고 생각하니/ 재주 없음이 부끄럽구나"하고 탄식을 했을까.

깊어가는 이 가을, 애기단풍이 아름다운 백양사의 풍광과 함께 한다면 분명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백양사의 봄
ⓒ 이우영


 

덧붙이는 글 | 10월 여행이벤트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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