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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로봇에 생명력을 부여하려고 하는가?

최근 '아이스 에이지'의 감독 크리스 웻지가 감독하고, 이완 맥그리거, 할리 베리, 로빈 윌리엄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목소리 연기를 선보여 화제가 되었던 3D 애니메이션 '로봇(원제 : Robots)'이 국내에도 개봉되어 네티즌들의 좋은 평을 받은 바 있다.

이 영화에서는 작은 빈민가 식당주인에서부터 거대 기업의 임원들까지, 사람들과 똑같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로봇들로 이루어진 '로봇 세상'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는 로봇이 인간처럼 말하고 고민하며 아기도 낳고 가족을 이루어 살아간다. 즉, 로봇은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인간을 위해 일해 주는 도구가 아니다.

한편, 2003년 8월에는 체코 정상회담이 열린 체코 프라하의 흐르잔스키궁에 일본의 최첨단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가 정상회담 국빈만찬에 참석하여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였다. 아시모는 이날 만찬장에 들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스피들라 체코 총리와 악수한 뒤 체코어로 "나는 '로봇'이라는 단어가 탄생한 체코에 일본 친선 사절의 일원으로 고이즈미 총리와 동행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사건은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자동화 기계'라는 차원을 넘어서 인간과 공존하는 또 하나의 개체로서의 발전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로봇을 만들었고, 왜 인간과 비슷한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인간의 자기보호 욕구가 만들어낸 아이러니컬한 모순이 담겨 있다.

▲ 인간과 닮아가는 로봇, 3D 애니메이션 '로봇(Robots)'의 한장면
ⓒ 20세기 폭스사

로봇의 탄생, 발전, 그리고 미래

로봇(robot)이란 용어는 1920년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의 희곡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그 어원은 '강제로 일한다, 노동, 노예' 등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한다.

차페크는 이 희곡에서 기술의 발달과 인간사회와의 관계에 대하여 아주 비관적인 견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는 모든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인간과 똑같이 할 수 있으나 인간적 정서나 영혼을 가지지 못하며, 마모되었을 때에는 폐품으로서 신품과 교환할 수 있는 인조인간을 등장시키고 노동자로서 로봇이 인간의 지배를 받는 사회를 그렸다. 그리고 이 로봇들은 노동을 통하여 지능 및 반항정신이 발달하여 결국 인간을 멸망시키는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또한, 1942년 공상과학 소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는 로보틱스(rototics, 로봇공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영화 '아이 로봇'에서도 나오는 로보틱스의 3가지 법칙(Three Laws of Robotics)을 설정하였는데, 이는 오늘날 인간에 가까운 로봇을 만들겠다는 휴머노이드 로봇 공학이나 인공지능 연구에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다. 특히, 아시모프는 그의 소설을 통해 로봇이 부정적인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돕기 위한 긍정적인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묘사하였다.

이러한 로봇은 1956년 최초의 로봇회사인 유니메이션(UNIMATION)이 설립된 이래로 사람대신 어렵고 힘든 반복작업을 대신하는 산업용 로봇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현실 속에 나타나게 되었다.

▲ 일본 혼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ASIMO)'
ⓒ HONDA
이후 1970년에는 최초의 인공지능 이동 로봇 세이키가 제작되었고, 1973년에는 마이크로컴퓨터에 의해 작동하는 최초의 산업용 로봇 T3가 상용화되면서 로봇 산업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 현재는 산업용뿐만 아니라, 의료용 로봇, 전투로봇, 가정용 로봇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활에 깊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렇다면 미래의 로봇은 어떠한 모습일까? 그것은 차페크나 아시모프가 로봇을 창조해내면서 상상하였던 인간의 지능을 가진 로봇, 즉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이미 일본의 P3나 아시모, 우리나라의 센토와 아미와 같이 21세기 차세대 로봇 개발의 방향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옮겨갔고, 2010년에는 도마뱀수준의 지능을 가진 제1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부터 시작하여 2040년에는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고 독창적 사고가 가능한 로봇이 개발될 것이 전망되고 있다.

심지어 2050년에는 지혜를 가진 로봇, 즉 '로보 사피엔스'가 출현하여 소프트웨어로 만든 인류의 지식·문화·가치관 등 정신적 유산을 모두 물려받게 되고 인간을 추월해 지구의 주인이 된다는 가정도 나오고 있다.

로봇, '노예'가 아닌 새로운 '생명체'로 재해석되어야

이러한 로봇의 탄생과 발전, 미래에는 인간의 끊임없는 자기보호의 욕구와 존재에 대한 불안감이 모두 담겨 있다. 즉, 인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기 위해 로봇이라는 '노예'를 탄생시켰고, 완전한 노예를 만들기 위해 인간과 같은 사고(思考)와 지능을 부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것이고, 로봇에게는 인간을 위해 '희생'할 것을 강요할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자기보호의 욕구는 오히려 인간에게 '자멸'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인간문명의 개발과 편리한 생활을 위해 개발한 각종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이미 생태계를 파괴하여 인간 생활을 위협하고 있고, 인간의 난치병 극복과 생명연장을 목적으로 하는 생명복제의 논란은 생명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희생양'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동물과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복제인간이 될 수도 있고, 로봇이라는 새로운 생명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러한 '강요된 희생'이 초래하는 결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불안해하고 있다. 이미 인간의 자기보호 욕구가 스스로를 위협 하는 것을 조금씩 경험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면,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닌 '공존(共存)'하는 것이다. 따라서 로봇에게 인간만을 위한 '노예'로서가 아닌,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생명체'로서 그 존재이유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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