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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대강당에서 제14대 어청수 경찰청장이 눈물의 퇴임식을 가졌다. 이로써 어 청장은 경찰법에 규정된 2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만에 물러났다.

이날 어 청장은 "경찰은 단 한번도 국가와 정부를 배신한 사실이 없지만 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에 조직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근거없는 음해로 당사자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조직의 분열을 조장하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찰이 소모적인 인신공격, 화합과 단결을 저해하는 악성 바이러스가 더 이상 확산․전염되지 않는 건강한 조직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또한, 어 청장은 "다음 청장부터는 경찰조직 발전과 안정을 위해서라도 (경찰청장의) 임기가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임기를 마치지 못하게 된 서운함을 대신하였다.

어 청장은 지난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여 국민여론의 질타와 함께 사퇴압박을 받았고, 불교계 편향 논란에 휘말려 또 한번의 위기를 겪었다. 사퇴여론이 확산될 당시 정부는 "경찰청장은 2년의 임기가 보장된 직위"라며 어 청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러한 고비를 무사히 넘긴 어 청장이 중도하차한 것에 대하여 "TK세력이 사퇴를 압박했다"는 후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지난 1월 29일 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 어청수 경찰청장 눈물의 퇴임식 어청수 경찰청장이 지난 1월 29일 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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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경찰청장 대부분 단명(短命)

역대 경찰청장 재임기간
 제1대 김원환 : 1991.  3. ∼ 1992.  7. (1년 6개월)
제2대 이인섭 : 1992.  7. ∼ 1993.  3. (7개월)
제3대 김효은 : 1993.  3. ~ 1993.  9.  (6개월)
제4대 김화남 : 1993.  9. ~ 1994. 12. (1년 3개월)
제5대 박일룡 : 1994. 12. ~ 1996. 12. (2년)
제6대 황용하 : 1996. 12. ~ 1998.  3. (1년 3개월)
제7대 김세옥 : 1998.  3. ~ 1999.  1. (10개월)
제8대 김광식 : 1999.  1. ~ 1999. 11. (10개월)
제9대 이무영 : 1999. 11. ~ 2001. 11. (2년)
제10대 이팔호 : 2001. 11. ~ 2003.  3. (1년 6개월)
제11대 최기문 : 2003.  3. ~ 2005.   1. (1년 10개월)
제12대 허준영 : 2005.  1. ~ 2005. 12. (1년)
제13대 이택순 : 2006.  2. ~ 2008.  2. (2년)
제14대 어청수 : 2008.  2. ~ 2009.  2. (1년)
어청수 경찰청장뿐만 아니라 2003년 제11대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재임 당시 경찰법 개정으로 임기가 2년으로 보장된 이후 14대 어청수 경찰청장까지 실제 2년의 임기를 공식적으로 마친 것은 이택순 전 경찰청장이 유일하다.

그리고 1991년 경찰청 개청 이후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되기 전인 2002년까지의 역대 경찰청장 중에서는 제5대 박일룡, 제9대 이무영 전 경찰청장이 각각 2년간 재임하였고, 제11대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1년 10개월 동안 재임하였다.

따라서 경찰청 개청 이후 역대 경찰청장 14명 중 2년을 채우거나 2년 가까이 재임한 것은 4명에 불과하고, 10명이 1년 6개월을  넘지 못하거나 1년도 채 넘지 못하고 퇴임을 하였다. 평균적으로 경찰청장의 임기는 약 1년 3개월을 넘지 못하는 셈이다.

이와 같이 역대 경찰청장의 수명이 비교적 짧은 이유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경찰청의 한 간부는 "역대 경찰청장이 개인 비리 등으로 인한 법적 책임이나 사회적 이슈가 큰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으로 물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정치권의 영향이나 세력에 밀려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조직운영과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되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경찰은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고 자조 섞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경찰청장의 임기를 무조건 보장하라는 것은 아니다. 비리 등 위법을 저지르거나 잘못된 법집행을 한 경우에는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최소한의 임기는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경찰청장 2년 임기제 유명무실...그러나 국민의 신뢰 회복이 우선

임기가 보장되는 임명직 고위공무원에는 대표적으로 감사원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이 있다. 모두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직책으로 이들의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은 특정 정파나 정권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이중에서 경찰청장의 임기가 보장된 것은 2003년 12월 31일 경찰법 제11조 ⑤항 '경찰청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다'라는 규정을 신설하면서부터다. 이는 창경 60여년 사상 최초이자 1991년 경찰청 개청 이후 12년만의 일이지만, 시행 이후 5년 간 4명의 경찰청장 중 1명만이 임기를 채웠을 뿐 나머지 경찰청장의 말로가 순탄치 않음으로써 이러한 임기보장규정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모 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살피거나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장기적인 치안정책의 수립과 국민을 위한 엄정하면서도 공정한 법집행을 하기 위해서 경찰청장의 임기는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면서도 "역대 경찰청장 중에서 뇌물수수나 부동산 투기의혹, 대형 참사 사고에 대한 대처 미흡, 시위진압 도중 시위자의 사망 등으로 낙마한 경우도 많아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것도 경찰청장이 단명(短命)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언급하였다.

이어 "경찰청장의 임기제도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투명한 법집행으로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권력자나 특정 세력의 힘이 아닌 국민의 힘으로 임기를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후임 경찰청장으로 내정되었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경찰청장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향후 신임 경찰청장은 정해진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어청수, #경찰청장, #퇴임, #경찰청장 임기, #역대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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