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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토론회에 참가한 교사들
ⓒ 정호갑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연변 장백산 두레 마을에서 한국 교사 14명, 중국 교사 32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중(청소년) 교육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연변한국국제학교와 차이나코리아닷컴이 주관하고, 한국의 전국 국어교사모임과 (가칭)중국 조선어문 교사 모임이 주최했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조선어문 수업

▲ 사회를 보고 있는 유병수 박사
ⓒ 정호갑
이번 학술토론회에 참가한 중국 조선어문 교사들은 다양한 매체를 끌어들이는 수업과 학생들 스스로 영상물을 만들고, 쓰고, 발표하는 자발적인 수업방식과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경옥 교사(서울 방산중)의 "소설작품집 제작을 활용한 통합적 수행평가"란 주제발표를 듣고 난 뒤 한 조선족 교사는 "소설은 선생님들도 쓰기 힘든 것인데 어떻게 중학생들이 쓸 수 있는가"라고 궁금해 했다.

박해화 교사(중국 목단강중)은 "중국에 교학시합이라는 게 있는데 교사들은 그 대회에서 입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며 한국에도 그런 대회에 입상하기 위해 다양한 수업을 하고 있는 건지, 한국 교사들의 다양한 수업에 대한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물었다.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교사가 문제를 내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통일시험이라는 것으로 아이들을 평가한다. 조선어문 시험은 다른 시험과 달리 단순 암기 위주의 시험 문제가 많이 나온다. 중국 교사들에 따르면, 수업은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때문에 점차 많은 아이들이 조선어문에 흥미를 잃어 가고 있다.

▲ 주제 발표를 하는 안용순 선생님
ⓒ 정호갑
반 편성도 우열반으로 이루어지는데 학부형의 요구를 반영하여 담임을 임명한다고 한다. 학부형들은 수학 교과 선생님을 가장 선호하며, 그 뒤를 이어 영어, 한어(중국어), 조선어문 교과의 순으로 담임을 요구한다고. 이러한 사정으로 한국과는 달리 교사가 교과서를 재구성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에 접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조선족 교사들의 노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리화 교사(중국 연길 3중)는 수업때 '5분간 말하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목소리 높이', '알찬 내용', '상황에 맞게' 등을 교육하고 있다.

또 김희자 교사(중국 심양 2중)은 신편 조선어문 교재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신편교재는 인간성, 민족 뿌리성, 문학성에 초점을 두고 교재를 엮은 것이다.

최영수 교육위원(흑룡강성)은 "교육과정을 개혁하여 보급해 조선어문 교육의 양적,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교사와 당국이 서로 노력하고 있으니 더 좋아질 것"이라고 조선어문 교사들을 위로했다.

중국에서 조선족의 현주소

▲ 학술토론회의 진지한 모습
ⓒ 정호갑
그러나 교육방식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조선어문을 배울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박금해(연변대학 민족연구원) 교수의 "중국 민족정책과 조선족 사회 현황"라는 초청강연은 조선족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었다.

박 교수는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뿌리내리기까지의 역경, 그 역경을 인정받아 중국으로 편입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소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여성들(20-40대)이 한국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로 이동해 나가므로 조선족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족 마을에서는 이미 돌잔치와 결혼잔치에 참가해 본 지도 십여 년이 넘었다는 푸념이 들리고, 아내를 얻기도 힘들지만 아내를 지키기는 더 힘들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돌고 있다고 얘기될 정도라고. 현재 조선족 인구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인구 감소는 자연히 조선족 학교의 감소를 가져와 한 때 민족 운동의 본거지인 명동학교와 정동학교를 비롯한 많은 조선족 학교들이 아이들이 없어 폐쇄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 초청 강연을 하고 있는 박금해 교수
ⓒ 정호갑
이러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서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실리적 민족주의(한국화 하는 것)나 감상적 민족주의(한국 국적을 달라고 하자)에서 벗어나, 중국인으로서 조선족이라는 정체성을 갖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한국 국어교사들과 조선어문 교사들은 2박3일간의 짧은 만남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내년을 기약하며 마무리됐다.

김국화 교사(중국 계동중)는 다음 모임에서는 발표와 토론을 구체화하여 분과별 모임을 열자고 제안했고, 이명주 교사(서울 고명중)는 "조선어문 교육에 대한 선생님들의 열정에서 많이 배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철령 교육학원의 김례호 교사는 한국 국어교사들의 다양한 수업실제를 많이 보게 돼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이삼월 시인의 <접목>이 생각나는 대회였다.

접목

접목의 아픔을 접고
먼 이웃 남의 뿌리에서
모지름을 쓰면서 자랐다.

이 곳 토질에 맞게
이 곳 비에 맞춤 하게
이 곳 바람에 어울리게

잎을 돋치고 꽃을 피우고

이제는 접목한 자리에
튼튼한 테를 둘렀거니

큰 바람도 무섭지 않고
한마당 나무들과 정이 들고
열매도 한 아름 안고 …

그러나 허리를 잘려
옮겨오던 그날의 칼소리

가끔 메아리로 울려오면
기억은 아직도 아프다


<한중(청소년) 교육의 과제와 전망>의 주제 발표

한국 국어 교사들이 발표한 주제

안용순 선생님(서울 배명중)의 "국어와 교육과정 변천과 새로운 교육과정 논의"
이경옥 선생님(서울 방산중)의 "소설작품집 제작을 활용한 통합적 수행평가"
정호갑 선생님(북경한국국제학교)의 "논술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
홍완선 선생님(파주 정왕고)의 "대중가요로 풀어보는 시 수업"
이명주 선생님(서울 고명중)의 "시 수업의 실제"
정의창 선생님(경기 일산동고)의 "국어 교과서에 매체 끌어들이기"

중국 조선어문 교사들이 발표한 주제

박금해(연변대학 민족연구원)의 "중국 민족정책과 조선족 사회 현황"
서동위 선생님(연길시 13중)의 "조선어문 신편교육과정"
강향란 선생님(연길시 3중)의 "언어표달능력을 제고시킨데 대한 약간한 탐구"
김미화 선생님(연길 13중)의 "화제작문 지도를 어떻게 하였는가"
리화 선생님(연길 3중)의 "조선어문학습관을 키울데 관하여"
유영란 선생님(여길 3중)의 "글쓰기에서 창조적인 능력의 삶을 어떻게 발휘시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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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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