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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권'에서 '인권'으로 지난 1976년 세워져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한 용산구 갈월동 일명 '남영동 분실' 전경.
ⓒ 경찰청 제공
5층 조사실의 창문 악명높은 조사실이 들어서있는 5층의 창문. 조사실의 창문은 다른 층에 비해 현저히 작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박종철 아버지 박정기씨 "감사"

인권실천시민연대(인권연대)는 17일 경찰청이 남영동 보안분실을 인권센터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18일 오전으로 예정된 '남영동 보안분실을 국민에게' 추진위 출범식을 취소하기로 했다.

인권연대는 당초 18일 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열고 남영동 보안분실의 대지와 건물이 국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었다.

인권연대는 대신 18일 오후 박종철 군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허준영 경찰청장을 만나 남영동 보안분실을 경찰 인권센터로 바꾸기로 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지난 1987년 1월 14일, 서울대 언어학과 2학년이던 박종철씨가 4평 남짓한 조사실에서 수사 당국의 고문을 받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고문 사실을 은폐하고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엉뚱한 조사결과를 발표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진상조사 결과 수사 당국의 물고문 사실이 확인됐고, 이 사건은 1987년 6.10 민중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박씨가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남영동 보안분실'(옛 대공분실)이 29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신 이 자리에는 인권 신고센터와 상담센터 등 인권 관련 경찰업무를 담당할 '경찰 인권센터'가 들어선다.

경찰청 홍영기 경무기획국장은 17일 "경찰 창설 60주년을 맞아 과거 반인권의 상징적인 장소로 국민들에게 인식돼온 경찰청 보안국 보안3과 남영동 보안분실을 '경찰 인권기념관'(가칭)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9년만에 역사속으로

▲ 경찰청 홍영기 경무기획국장이 17일 남영동 보안분실을 '경찰 인권기념관'(가칭)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 경찰청 제공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이후 인권 탄압의 상징적인 장소로 불려온 남영동 보안분실은 1976년 주로 대간첩 수사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세워졌다. 원래 위치는 용산구 갈월동이지만 인근에 국철 1호선 남영역이 자리잡아 남영동 보안분실로 불려왔다.

남영동 보안분실은 대지 2530평에 7층짜리 본관과 2층 부속 건물, 2층짜리 별관과 테니스코트 등으로 구성됐다. 이 곳에는 현재 경찰청 보안과 직원 5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박종철씨에 앞서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등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고문이 자행됐으며 1980년대 민주화 운동 탄압의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졌다.

509호실은 원형 보존

역사의 현장 남영동 보안분실 509호 조사실. 이곳에서 박종철씨가 고문을 받다 숨졌다. 보안분실의 나머지 조사실 16곳은 지난 2000년 모두 리모델링 됐지만, 이곳만 역사보존 차원에서 탁자, 침대, 욕조, 변기 등 원형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경찰청 제공
박종철씨가 고문으로 숨진 509호실을 포함해 총 17개의 조사실이 5층(16개)과 3층(1개)에 나뉘어져 있다. 이 곳은 현재까지도 대공 방첩 업무와 관련해 수사 당국의 조사실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509호실은 '역사 보존' 차원에서 탁자, 침대, 욕조, 변기 등 원형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16개 실은 모두 지난 2000년 리모델링 됐다.

경찰은 오는 7월말까지 76년부터 이 곳에 상주해온 보안3과를 서대문구 홍제동 분실로 이전하고 이 자리에 인권보호센터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입주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일반인들에게도 남영동 보안분실 출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 곳은 그동안 보안상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왔다. 민간인 신분으로는 지난 2001년 1월 박종철씨의 아버지 박정기(76)씨가 '박종철 열사 14주기 추모 위령제'를 열면서 처음으로 출입한 바 있다.

홍영기 경무기획국장은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한 후 오는 2006년 6월까지 기념관 내 모든 시설을 갖추고 정식 개관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일반 시민들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인권 상징시설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오는 20일 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시민감사위원회 등 3개 위원회 연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경찰 인권센터 최종안을 확정한다.

▲ 17일 오후 남영동 보안분실 정문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민간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했던 이 곳은 7월 말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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