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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방과 노래밤에는 '가격 차이'가 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분명히 노래방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곳이었다.

지난 5월 19일 밤, 이미숙(38, 가명)씨는 선후배들과의 모임에 참석했다. 8명의 일행은 중구 무교동에서 뒷풀이를 위해 노래방을 찾았다. 일행은 평소 다른 노래방에서와 마찬가지로 술을 시키고, 노래를 불렀다. 물론 중간에 이상한 느낌을 받기는 했다.

"물도 좀 넉넉하게 갖다 주세요"라고 말하자 종업원은 이렇게 말했다.
"석수값은 따로 내셔야 하는데요."
"네?... 그러면 몇 개만 주세요."

더 찜찜한 건 노래 부르는 방 옆에 아가씨들이 몇 명씩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2시간 가량 노래를 부르고 계산을 하려는 순간에 벌어졌다. 평소 같으면 10만원 정도 돈이 나와야 정상인데, 요구하는 금액은 총 27만 2000원. 노래를 즐겁게 부르고 나오던 일행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리고 20여분 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석수가 3000원? 이게 말이 되냐. 그리고 노래방이 왜 이렇게 비싼거냐?"
"다시 올라가서 간판 똑바로 봐라. 노래'방'이 아니라 노래'밤'이다.여긴 주점이다."

이미숙씨를 비롯한 일행은 결국 신용카드로 27만 2000원을 계산하고 나왔다. 나와서 확인해 보니 노래방인줄 알고 들어갔던 그 곳의 간판은 'ㅂ노래밤'이었다. 그리고 간판에 조그만 글씨로 주점이라고 적혀 있었다.

"앞으로 노래방인지, 노래밤인지 잘 보고 들어가야겠다. 완전 사기꾼들 아니야?"

노래'방'이 아니라 노래'밤'이다?

노래방에서는 현행법으로 술 판매가 금지돼 있다. 노래방은 '음반·비디오물및 게임물에 관한법률'에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이 법 제32조 7호에 따르면 '노래연습장업자 및 비디오물감상실 업자는 주류를 판매ㆍ제공하는 행위, 접대부를 고용ㆍ알선하는 행위, 윤락행위 또는 음란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알선ㆍ제공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어길 경우 일정기간 동안 영업정지가 내려진다.

'음반·비디오물및 게임물에 관한법률' 적용을 받기 때문에 지자체 문화체육과에서 노래방 관리를 맡고 있으며,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다. 그러나 노래방에서는 일반적으로 술이 유통되고 있다. 노래방 업주들은 "술을 팔지 못하면 장사를 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 때문에 지난 2004년 5월 부산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정아무개씨는 '노래방에 주류 판매 및 반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면서 헌법 소원을 낸 바 있다.

반면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은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허가제로 운영된다. 그로 인해 지자체 환경위생과가 담당부서다. 그러나 단란주점과 유흥주점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단란주점은 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대신 접대부를 고용할 수 없다. 유흥주점은 접대부 고용이 가능하다. 술을 팔고 접대부를 고용하기 때문에 특별소비세가 부과된다.

서울 중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에는 노래방이란 명칭을 원칙적으로 쓸 수 없다"면서, "그러나 단란주점이 노래장이나 노래밤이란 명칭을 쓰는 건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의 경우 술값이나 봉사료는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무교동 일대 주점, 노래방 간판 걸고 영업

▲ 중구 무교동 주변의 비지니스 클럽(유흥주점). 그런데 입간판은 '노래방'이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아저씨, 놀다 가세요. 예쁜 언니들 많아요. 잘 해드릴게요."

지난 5월 23일 밤 8시 30분.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서울 중구 무교동 일대에서는 호객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울 프레스센터 뒷편 태평로 지구대 일대의 유흥주점 혹은 단란주점 가운데 '노래방' 간판을 단 곳이 3곳이나 발견됐다.

노래방에서는 술을 팔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술마시는 노래방, 도우미 항시 대기'라는 법적으로 서로 조합될 수 없는 상호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건물에 붙은 간판에는 비지니스 클럽(유흥주점)이라고 명기해 놓고 입구에 '노래방'이란 입간판을 세워 술 취한 손님을 헷갈리게 만드는 곳도 있었다. 무교동 일대 주점들 대부분은 노래밤과 노래장을 상호에 쓰고 있었다.

종로구에서 노래방 영업을 하고 있는 이아무개씨는 "노래방과 단란주점의 가격 차이가 최소 3~4배는 되고, 접대부가 나오면 그 가격 차가 더 커진다"면서, "주점이 노래밤이나 노래장을 상호에 쓰는 것은 예사며, 잘못 들어갔다가 바가지 썼다는 손님들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밤이나 노래장이란 상호를 써도 경찰이나 지자체가 방치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 아니겠느냐"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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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에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영국에 3년간 살다가 돌아와 오마이뉴스 정치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