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먹이 운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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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4월 1일 동시에 개봉했다. 두 젊은 감독의 작품이 동시 개봉됨에 따라 어느 영화에 관객이 더 들지가 영화계의 관심거리다.

4월 5일, 휴일에 <주먹이 운다>는 서울 71개 스크린에서 4만9942명을, <달콤한 인생>은 74개 스크린에서 4만9918명의 관객이 들어 불과 24명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먹이 운다>는 전국 318개 스크린에서 15만4374명이 관람했고, <달콤한 인생>은 전국 340개 스크린에서 14만3450명의 관객이 들어 불과 1만여 명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5일까지 <주먹이 운다>의 전국 누적 관객수는 68만48명이고 <달콤한 인생>은 61만5450명의 관객수를 기록하고 있다.

 권투 연습을 하는 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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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나쁘거나>의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주먹이 운다>는 찢어지게 가난한, 그래서 불행한, 더 갈 곳이 없는 두 밑바닥 인생의 희망을 그린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시안게임 복싱 은메달리스트였던 태식(최민식 분)과 중학교 중퇴 학력의 패싸움을 일삼는 동네 깡패 상환(류승범 분)이다.

태식은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가재도구에 차압 딱지를 붙인 채 가출해 지하철역 앞 광장에서 누군가를 몹시 때리고 싶은 사람에게 1만원을 받고 대신 맞아 주는 것으로 돈벌이를 한다. 설상가상으로 사랑하는 아내는 재혼하려고 이혼을 요구한다.

 권투 연습을 하는 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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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은 동네 패싸움과 절도를 일삼다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희망 없는 소년원 생활을 한다. 상환이 교도소에 갇혀 있는 동안 상환의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사고로 죽고, 할머니마저 쓰러져 병원에 눕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마저 잃어 가는 처참한 현실에 직면한 상환의 탈출구는 무엇일까?

<주먹이 운다>는 두 사람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태식이 대신 매를 맞아 주는 광장이라는 공간과 상환의 괴로운 생활의 대부분인 소년 교도소라는 두 공간을 축으로 진행된다.

두 공간을 중심으로 영화는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었던 공간인 가족 관계마저 붕괴 직전에 이르러 두 사람이 더 이상 갈곳이 없는 마지막 나락에까지 처해진 상황을 묘사한다. 그러나 영화는 더 이상 갈곳이 없는 막바지 인생길에서 두 사람이 절망을 어떻게 희망으로 바꾸는가를 보여준다.

 <주먹이 운다> 시사회에서 류승범, 류승완 감독,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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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식은 다시 한번 왕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신인왕전에 도전하려 권투를 다시 시작하고, 상환도 교도소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할머니의 믿음을 위해 신인왕전에 도전하기 위해 교도소에서 권투를 배운다.

영화의 실제 인물은 일본의 하레루야 아키라와 한국의 서철이다. 제작진은 동의서를 받기 위해 일본으로 가서 하레루야 아키라를 만나 조언을 들었고, 서철을 만나 생생한 소년 교도소 이야기를 시나리오에 담았다고 한다.

영화는 마지막 두 사람의 결전인 신인왕전까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는다. 영화는 시종 일관 교차 편집으로 두 사람의 처절한 삶을 영화에 담아 더 이상 나갈 곳 없는 삶의 자리와 두 사람의 결심을 보여준다.

 <주먹이 운다>에서 신인왕전의 태식과 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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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앞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만원을 받고 대신 매를 맞는 태식의 모습은 처절함 그 자체다. 최민식의 연기력이 100% 발휘되는 부분이다. 소년 교도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료 죄수들과 처절하게 싸우는 상환의 모습도 절박함 그 자체를 잘 연기해 냈다.

그러나 마지막 의문이 남는다. 감독은 "밑바닥 두 인생의 희망을 그려 감동을 주려 했다"고 했는데, 왜 마지막 장면을 두 사람의 대결로 설정했는가 하는 문제다.

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절망으로부터 벗어나 권투를 다시 하게 되어 명성을 찾고 가족과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태식과 소년 교도소에서 벗어나 삶의 희망을 다시 찾으려 권투를 시작한 상환의 대결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승자와 패자가 있는 신인왕전에서의 두 사람의 대결은 결국 패자끼리의 대결일 뿐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통쾌함이 들지 않고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진 자와의 대결, 권력 있는 자와의 대결에서의 통쾌한 인간 승리가 아니라, 같은 편과의 싸움에서의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주먹이 운다> 시사회가 끝난 후, 질문에 답하는 류승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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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은 <주먹이 운다> 시사회에서 "무조건 거칠게 최대한 거칠게 찍으려고 했다"며 "그때 그 공간의 느낌을 포착,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고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희망'이다. 신인왕전에서의 승리는 석방 일정 당길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가족과의 회복도 몇 달 갈지 모른다.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타이틀 따겠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나락으로 떨어진 절망으로부터의 가능성을 그린 것은 매우 설득력 있고 공감이 가나 마지막 두 사람의 대결 부분은 공감을 자아내기 어렵다.

결국 가진 자와 못가진 자. 권력자와 힘없는 사람의 대결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관행을 또 다시 확인 한 것뿐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상상력의 한계에 갇힌 감독의 역량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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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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