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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32개의 폭발물을 뉴욕시에 설치했던 '미친 폭파범' 조지 메테스키는 1956년 경찰에 검거되었다. 이 검거에 공을 세운 사람 중의 한명은 정신과 의사였던 제임스 브러셀 박사였다. 브러셀 박사는 범죄현장 및 범인의 메시지 등을 분석한 결과 범인의 신상을 다음과 같이 파악했다.

“범인은 코네티컷 주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40대의 동유럽 이민자이다. 범인은 매우 말쑥하고 깨끗한 외모를 지니고 있으며, W 자를 둥글게 쓰는 것으로 보아서 어머니를 지나치게 따르며 아버지를 증오할 것이다.”

또한 브러셀 박사는 “범인이 검거될 때 깔끔한 더블 수트를 입고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실제로 체포당시 조지 메테스키는 더블수트를 입고 있었으며 다른 분석들 또한 대부분 일치했다.

브러셀 박사가 어떤 이유들을 근거로 범인의 신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마법이나 심령술이 아니라 논리적인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결론이다.

▲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 바다출판사
범행현장의 흔적과 대담한 범인들이 수사진에게 보내오는 메시지들을 근거로 범인의 신상(profile)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프로파일링(profiling)이라고 하며 이런 전문가들을 프로파일러(profiler)라고 부른다.

실제로 FBI 프로파일러로 수십 년간 활동했던 로버트 레슬러의 저작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Whoever Fights Monsters>는 이런 프로파일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의 범죄수사에서 프로파일링 기술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프로파일링 기술이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현대의 범죄가 과거와는 달리 낯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적인 성격을 띠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범인과 희생자가 어느 정도의 관계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범인의 범죄에는 뚜렷한 동기나 목적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뚜렷한 동기 없이 심리적인 문제로 범죄와 살인을 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낯선 사람에 의한 살인, 또한 동기나 목적도 정확하지 않은 살인의 현장에서 실마리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로파일링은 그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제공한다. 로버트 레슬러는 주장한다.

“퍼즐의 핵심에는 범행 현장이 있어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증거들을 남겨놓는다. 우리는 그 증거물들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범죄자체는 물론 범죄자의 성격까지도 알아내려고 시도한다.”

로버트 레슬러는 이런 확신을 바탕으로 FBI 시절에 프로파일링을 통해서 많은 범죄자들의 신상을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7명의 여자들을 죽이고 그 피까지 마셨던 리처드 체이스, 새벽이면 10대 초반의 어린 소년들을 납치해서 죽였던 존 조셉 주버트 4세, 이런 연쇄살인범들의 검거에 한몫을 한 것은 로버트 레슬러의 정확한 프로파일링 이었다. 다음은 리처드 체이스의 범행현장을 분석해서 얻어낸 로버트 레슬러의 프로파일링이다.

“백인 남성, 25~27세가량, 영양실조 환자처럼 깡마른 외모, 극히 지저분한 주거지, 정신병력 및 마약 경험 있음, 남녀 불문하고 교제가 거의 없는 외로운 인물, 혼자 사는 자기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냄, 실직상태, 어떤 형태로든 장애연금수령 가능성, 동거인이 있다면 부모 정도이나 가능성 희박, 군복무 경험 없음, 고교 혹은 대학 중퇴,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중증피해망상 환자로 예상.”

또한 로버트 레슬러는 범죄자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서 살인자들을 만들어내는 성장환경과 배경에 대해서 말한다. 연쇄살인범들은 대부분 8~12세 사이에 외톨이가 되며 여기에는 결손가정이 커다란 역할을 한다. 그들은 결손가정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또래들과 어울리지 않으며 사춘기가 되면 그 사실 때문에 이성과의 교제에도 번번이 실패한다. 이 때문에 살인자들은 정상적인 성관계를 갖지 못하며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것은 사회와 이성에 대한 증오로 돌변한다.

이 책의 원제목은 < Whoever Fights Monsters >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들? 연쇄살인범들을 괴물로 취급한다는 것이 꺼려지기는 하지만 로버트 레슬러는 니체의 말을 빌려서 이 분야의 매혹과 위험을 모두 경고하고 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본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바다출판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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