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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도시법을 반대하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17시간동안 점거했던 법사위 회의장은 CCTV가 `청테이프`로 가려져 있고, 바둑판이 놓여있는등 농성의 흔적이 3일 오후 현재 그대로 남아 있다. 점거농성 의원들은 진입에 대비해 위원장의 마이크 줄을 잘라 놓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점거농성 의원들이 진입에 대비해 출입문에 못질을 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투사'들이 떠난 농성장은 썰렁하고 어지러웠다. 의자며 탁자가 모두 반듯하게 정리된 평소 회의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국회 본청 앞뜰이 내다보이는 창문 중 세 개는 문이 활짝 열려 커튼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3일 오후 국회 법사위회의장(306호실)으로 들어가봤다. 이재오·김문수·배일도·박계동 한나라당 '농성 4인방'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반대하며 17시간 동안 점거했던 이곳은 채 수습이 안돼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4명 의원들이 법사위회의장을 점거한 뒤 무엇을 했는지 그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이들은 회의장 앞뒤에 설치된 CCTV 렌즈를 '청테이프'로 꽁꽁 둘러 막았다. 폐쇄회로 화면을 가리기 위해서다.

회의장의 문 5개 중 복도와 연결된 폐문 3군데에는 바깥에서 안쪽으로 문을 열지 못하도록 의자와 탁자로 겹겹이 막아 논 상태였다.

옆방인 307호실(법사위 입법조사관실)과 통하는 문에는 못 자국 4개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 법사위 문 중 유일하게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열 수 있도록 돼있는 문이었다. 농성 의원의 한 측근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못을 박아놨던 것으로 안다"고 확인해 주었다.

▲ 법사위 회의장에 용도를 알 수 없는 바둑판이 놓여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내팽개쳐진 의사봉, 문에는 대못질...

법사위원장석에 있어야 할 의사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의사봉은 회의장 뒷쪽의 한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위원장석 마이크의 전선도 싹뚝 잘려 있는 상태. 농성 의원들이 끝까지 사수하려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회의장 곳곳에 어지럽게 재배열된 탁자들 위에는 바둑알 없는 바둑판, 그리고 몇가지 책들이 놓여 있었다.

<대법전>, <헌법학원론>, <한국헌법론>, <헌법·국회 관계법(2003. 7. 18 개정국회법)>, <국회법 해설>과 같은 법 관련 서적과 주역 연구가 대산 김석진씨의 <스승의 길, 주역의 길>이 그것. 특히 <국회법 해설>엔 몇 군데 종이갈피가 꽂혀 있었는데 '의장의 의사권리에 관한 권한 규정' 및 '부의장의 직무 대행'과 관련한 조항에 각각 붉은 색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 위원장석에 놓여있어야 할 의사봉이 맨 뒷자리로 옮겨져 있고, 방청석 의자들이 뒤엉켜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부식공수' 실패 후 음식도 먹지 못해

의원들은 이 회의장에 머무는 17시간 동안 물 정도만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농성 의원의 의원실 관계자는 "들어갈 때 물과 과자 등만 갖고 들어갔고 음식은 나중에 보좌관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넣어 주려 했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후에도 보좌진들이 어떻게 해서든 식사를 올려보내겠다고 의원들에게 전했으나 나중에는 거절을 하시더라"며 "하루 동안 음식을 거의 안 드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배일도 의원은 3층 법사위 창문을 통해 음료수와 옷가지를 '보급투쟁'하려다 국회 방호원에게 들통나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밖에도 의원들은 회의장 안에 설치된 텔레비전을 보거나 보좌진과 수시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바깥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고 알려졌다.

한편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용변 처리 방법. 과연 17시간 의원들은 한번도 화장실에 가질 않았을까. 농성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용변처리가 어려운 곳이어서 물도 잘 마시지 않았다"며 "(용변은) 미리 갖고 들어간 통을 이용해 처리했다"고 답했다.

▲ 쓰임새가 다양해 집회 필수용품인 `청테이프`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법사위 회의장 점거농성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CCTV를 이용해 회의장을 볼 것을 우려해 카메라 두대모두 `청테이프`로 동여매 놓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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