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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신년축하콘서트(The New Year's Concert)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새해콘서트로, 매년 새해아침(혹은 시차상 오후) 전 세계로 생방송 중계되는 전통적인 콘서트다. 그러나 2005년 신년축하콘서트에서는 사랑을 위해 전통을 깨뜨리는 이변이 일어났다.

▲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축하콘서트 모습(TV화면 촬영).
ⓒ 배을선
비엔나의 신년축하콘서트의 기원은 187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비엔나국제박람회의 콘서트를 위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처음 조우해 큰 성공을 거두자 요한 슈트라우스는 1878년 다시 한 번 지휘봉을 잡았다. 그 이후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작곡 50주년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1894년 10월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후 폐렴으로 사망한 요한 슈트라우스를 추억하기 위해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클레멘스 크라우스는 1929년 8월 짤즈부어크에서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콘서트의 엄청난 성공으로 1933년 지휘자 클레멘스는 다시 한 번 콘서트를 개최했는데 바로 이 콘서트가 지금의 신년축하콘서트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신년축하콘서트라는 공식적인 이름은 1941년부터 사용되었다. 현재까지 클레멘스 크라우스를 비롯해, 보스코브스키, 1987년 카라얀의 잊을 수 없는 콘서트는 물론, 클라우디오 아바도, 카를로스 클라이버,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를 이어 현재의 로린 마아젤까지 신년축하 콘서트의 지휘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유명한 음악인들이다.

▲ 오랜 전통은 깨졌으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콘서트였다.
ⓒ 배을선
신년축하콘서트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모두 슈트라우스 가문의 음악인들이 작곡한 왈츠, 폴카 등의 춤곡으로 매년 다양한 레퍼토리가 연주된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는 콘서트는 언제나 1~2년 전부터 매진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오스트리아인들은 새해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 오전 11시부터 방영되는 TV 생중계로 콘서트를 접한다.

콘서트에서는 1부와 2부를 통틀어 대략 23~24곡의 다양한 음악이 연주되는데 특히 우리에게도 익숙한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라데츠키행진곡은 매년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에 속한다.

특히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행진곡은 전통적으로 언제나 2부의 마지막에 연주되어 콘서트의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이 곡이 연주되면 콘서트의 객석과 각 가정에서는 행진곡에 맞추어 힘차게 박수를 친다.

이 곡은 이탈리아의 독립운동을 진압한 오스트리아의 라데츠키 장군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매우 힘차고 경쾌하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축하하는 음악으로 연주되곤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지난 2002년 월드컵 전야제에서 소프라노 조수미가 라데츠키행진곡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기도 했다.

▲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년축하콘서트는 CD 등으로 녹음되어 판매되고 있다.
ⓒ fineAV.com
그러나 2005년 신년축하콘서트에서는 라데츠키행진곡이 연주되지 않았다.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남아시아 대재앙을 마주한 현재 수십 만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과감히 전통을 포기한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연주되었던 라데츠키행진곡이 빠짐으로써 콘서트의 전통은 깨졌지만, 남아시아의 쓰나미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데 뜻을 같이한 객석에서는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2부의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오케스트라의 최고 간부인 클레멘스 헬스베어그는 지휘자인 로린 마아젤과 함께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남아시아인들의 재건축과 급수를 위해 써달라"며 11만 5000 유로를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종욱 사무총장에게 무대 위에서 직접 전달했다.

클레멘스 헬스베어그는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쓰나미 당사자들을 진정으로 돕고 싶다"며, "슈트라우스 가문의 음악에서 흘러나오는 조그마한 희망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해일로 인한 피해지역에서 사망한 오스트리아인은 10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약 1000명의 오스트리아인들이 실종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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