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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Tsunami) 희생자를 돕기 위한 영국인들의 기부 운동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영국인들이 단시간에 세계를 놀라게 할만큼 많은 기부를 할 수 있는 경제적인 배경을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고, 기부에 대해 주는 이런 저런 혜택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삶에 깊이 뿌리 박고 있는 자선 시민 운동 조직의 힘이다.

물론 영국에서도 대대적인 기부 운동의 경우 한국처럼 생방송 중계도 하고 ARS모금도 한다. 일례로 칠드런 인 니드(Chidren in need) 나 파피 어필(Poppy Appeal)과 같이 BBC가 직접 주관 혹은 개입하는 자선 운동의 경우에는 황금 시간대 내내 생방송을 한다.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몇 백만 파운드를 모금한다. 그러나 그런 모금 운동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원 봉사자들이다.

일반적인 자선 모금에서도 자원 봉사자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목적의 어떤 자선 행사에 참여하려 한다면서 이런 저런 활동을 하고 모금을 벌인다. 어떤 운동 경기를 하면서 후원을 받는다거나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대가로 자선 기금을 거두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런 경우는 직접적인 자선 참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활동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후 계속 자선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 옥스팜의 중고 서점에서 책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작업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바가 있다. 옥스팜의 중고 서점은 모든 책을 기부 받아서 정리하고 분류한 뒤에 그것을 시중 가격에 비해 약간 싼 수준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모든 책은 중고 책이고 기부 받은 것이기 때문에 구입비가 들지 않는다. 책의 분류와 정리 그리고 매장의 정리는 자원 봉사자들의 힘으로 하기 때문에 인건비는 상근 책임자에게 주는 것뿐이다. 게다가 가게 임대료는 건물주의 호의와 정부의 조세 감면 혜택 덕분에 저렴하다.

결국 그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은 옥스팜의 활동을 지원하는 행위가 된다. 영국 주요 도시의 큰 길가에는 옥스팜뿐만 아니라 켄서 리서치 세이브더 칠드런과 같은 자선 가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 가게들은 자원 봉사자들이 꾸려간다. 가게에서 물건 파는 자원 봉사자들만 하더라도 든든한 기부 문화의 뿌리가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특정한 재능이 있을 경우 상당수 지식인들이 자선 단체의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필자의 학교에 재직하는 한 교수는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장식 분야에 취미가 있었다. 그가 중요한 행사 때마다 한 일은 자선 가게의 내부 장식 돌봐주기였다. 다른 교수는 자선 단체를 위해서 우표를 모으고, 티켓을 팔고, 우유를 팔았다.

물론 학생들은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다들 하는 일이기에-그들이 그런 일 한다고 신문 동정란에 나는 경우도 없지만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조직된 강력한 풀뿌리들의 존재는 특정한 재난이 발생해 지원이 필요할 때 바로 빛을 발한다. 시민있는 시민운동의 풀뿌리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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