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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신입생이었던 나에게 접근한 선배는 '같이 공부하자'는 말로 나를 학생운동으로 이끌었다. 5명이었던 팀은 매주 공부하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고 방학 때마다 일 주일간 같이 모여 합숙을 하면서 새로운 공부를 했다.

그러던 어느 여름 방학 즈음, 집중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 시골에 있는 선배 집으로 갔었다. 그 선배는 이미 이전에 학생 시위 관련해 구속된 전력이 있는 선배였고, 그 선배의 본가는 조용한 시골이라 주민들이 별로 없어서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선배들과 우리는 공부할 책을 싸서 조금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주위에 집이 없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빈 집을 찾아 들어가 낮에는 책을 읽고 가끔은 개울에 가서 목욕도 하고 밤에는 토론을 하는 시간을 보냈다.

3일째 되는 날 저녁, 선배가 찾아와서는 아무래도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파출소에서 누가 왔었다는 거였다. 주민들 중 어느 분이 신고를 해서 경찰 한 명이 선배 집으로 누가 왔느냐고 물어 보러 왔다는 것이다.

선배들은 매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우리가 보던 책들을 모두 모아서는 숨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유인물들도 모아서 일부는 태우고 일부는 책과 같이 숨겨 놓았다. 또한 혹시나 하고 가져왔던 전공책들을 꺼내 놓았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선배들의 긴장한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밤에 갑자기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 말을 맞추어야 했다. 우리는 같은 스터디 그룹으로 전공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 시골에서 합숙을 하고 있는 걸로 말을 맞추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지나 않나 하면서 조심스러운 밤을 보내어야 했다. 누가 밖에서 우리를 감시하지는 않는지? 혹시 갑자기 경찰들이 떼로 들이닥치지는 않을까? 불침번을 서면서 하룻밤을 보내야만 했다.

아침에 우리를 찾아온 선배는 몹시 미안해 하면서 일찍 올라가기를 권했다. 그렇게 우리는 짐을 챙겨서 도망치듯이 그 산골에서 빠져나왔다. 나오면서 우리는 주위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선배는 경찰이 다시 찾아오지는 않았다고 했다. 서울에 도착하면서 생각해 보니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또 그렇게까지 겁을 냈어야만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 날 밤은 두려운 날이었다. 어찌 될지 모르는 시간이었다.

지나고 보니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깐. 그러나 그 때는 정말 이러다가 잡혀서 신문에서나 보던 일을 내가 직접 경험하는 건 아닐까? 경찰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내가 떨지 않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떨면서 말해 경찰이 눈치를 채고 경찰서로 끌려가는 것은 아닐까? 부모님은 어떻게 하나? 하는 오만 가지 생각에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그때 같이 있던 동기와 선배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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