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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지난 한 해 동안 '신입생 강좌'라는 교과목을 지도했습니다. 2 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대학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공부하는 데 뭐 힘든 것은 없는지 듣고 같이 이야기하는 그런 교과목입니다.

교과목 내용이 이렇다 보니 한 강좌에 11명이 있습니다. 그래서 각 학생이 어떤 생각을 하고, 뭘 좋아하는지 그래서 앞으로는 뭐가 되고 싶은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11명 중에서 남학생이 9명, 여학생이 2명인데 남학생 중 6명이 2학기를 마치고 내년에 군에 간답니다.

누가 이 젊은 나이에,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 이 젊은 나이에 군대에서 2년을 보내고 싶겠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바기 때문에 가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군에 가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몇몇 학생은 요즘 경기가 나빠서 등록금도 부담되고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밀양에 모 고등학생들이 일으킨 사건을 듣지만, 제가 지도한 학생들은 다 착한 학생들입니다. 뭐 하는 행동이 착하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조금 이야기를 해보면 말이나 행동은 제 마음에 썩 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마음으로 느껴지는 게 있습니다. 아버님에 대한 걱정, 성적에 대한 걱정, 왜 나는 강의실에서 딴 생각이 날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런 우리 학생들의 걱정을 들으면서 저는 그랬습니다.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자고. 그래서 2학기에는 수필로 자기를 표현하도록 지도했습니다.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컴퓨터 게임, 온라인 게임을 좋아한다고 듣기는 들었는데 정말 많더군요. PS2, 스타크래프트, 카라이더(?)…. 저는 '제비우스' 이후로는 딱히 하는 게임이 없는데 우리 학생들은 새로운 게임을 잘 찾아서 하고 있었습니다.

농구 좋아하는 친구, 당구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당구를 좋아하는 학생은 지금 아는 친척이 당구장을 해서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학생이 쓴 수필을 보니, '당구는 인생과 같은 것 같다.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나도 지금은 안 되는 때인 것 같은 데, 당구도 열심히 하면 잘 되듯이 내 인생도 열심히 살면 잘 될 때도 있을 것이다'고 써놨습니다.

수업시간에 자주 빠지는 한 여학생은 아버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했습니다. 간이 안 좋아서 입원하셔서 출석에 별 부담이 없는 제 시간에 병원에 간다고 합니다.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은 농구에 대해 검색을 꽤 많이 했더군요. 프린트를 해 왔는데 수필에 폰트와 글자크기가 다양했습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동안 대학생활을 했으면 얼마나 사회생활을 했겠습니까? 뭘 해도 걱정이 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계속 부모님과 같이 생활을 했는데 이제 군에 가게 되면 아마 난생 처음으로 부모님 슬하를 벗어난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겠지요.

키가 큰 수진, 지난 여름방학 때 갑자기 살이 찐 재학, 꽃미남 승욱, 부끄러움이 많은 기철, 아주 순한 그리고 안경알이 큰 안경을 낀 순호, 매우 쾌활한 창원아! 입대하기 전까지 너무 과하게 놀지 말고,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하고 가거라.

특히 사랑 고백은 하고 가거라.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말이야. 마음으로는 당연히 아시겠지만 그래도 말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다르잖아.

제가 18년 전 3월 말에 군에 입대하고 집에 돌아온 사복 보따리를 열어보다가 저의 어머님은 눈물을 찍어냈다고 합니다. 군에 가는 우리 학생들의 어머님들도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요즘 군은 과거와 많이 다르답니다. 어머님들! 걱정하지 마십시요.

이제 2학기를 마치고 성적표를 기다리면서 내년에 군에 갈 많은 대학 1학년 여러분! 건강히 다녀오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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