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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뉴스>가 보도한 김선일씨의 마지막 이메일.
ⓒ <도깨비뉴스> 캡처
"휴가 간다고 생각하니깐 조금 들뜬 기분이다. 빨리 가서 니하고 보혜 보고싶고, 김치하고 짜장면 그리고 보혜가 해주는 음식들을 배가 터지도록 먹어보고 싶다. 아.. 벌써 군침이 ...."

고 김선일씨가 생전에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도깨비뉴스>는 23일 오후 김화성씨 등 김씨 친구들과 가족들의 공개 결정으로 김씨가 생전에 보낸 이메일을 입수, 보도했다.

김씨의 편지에는 5월 말∼6월 초 한국에서 보낼 휴가를 앞둔 설레임, 김씨가 친구들을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편지 곳곳에서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김씨의 상냥한 성격, 독실한 신앙심을 엿볼 수 있어 김씨의 무고한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김씨는 친구들에게 보낸 이 이메일에 "5월 말에서 6월 초에 휴가를 나갈 예정이다, 휴가 날짜 때문에 달력을 더욱더 자주 보게 된다"며 입국할 생각에 한껏 설레는 마음을 담았다. 또 김씨는 여러 차례 이메일을 통해 "이제는 정말로 여기에 있기가 싫다, 하루 빨리 한국에 가고 싶은데… 빨리 갈 수 있도록 기도를 해다오. 정말로 가고싶다. 정말로"라고 써 고국에 대한 애절한 향수를 담았다.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도 있다. 김씨는 "소름끼치는 미군의 만행을 담은 사진도 가지고 갈 것"이라며 "결코 나는 미국인 특히 부시와 럼즈펠드 미군의 만행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의 마지막 편지가 지난 5월30일로 돼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김씨의 실종 시점이 최소한 5월31일 이후일 것이라는 점도 짐작된다.

<도깨비뉴스>는 김씨의 이메일을 소개하면서 "여기에 소개하는 메일들은 그의 친구 김화성씨가 고 김선일님의 가족과 친구들과 협의 끝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다음은 고 김선일씨가 생전에 친구들에게 보낸 이메일.

-----Original Message-----
From: 김 선일
Sent: 2004년 5월 30일 [일요일] 오후 04:13
To:
Subject: [Fwd: 성대야~~]

성대야, 잘 지내고 있지?

요즘은 달력을 더욱더 자주 보게된다. 휴가날짜 때문에... ^^
빨리 6월 말이 왔으면 좋겠는데....
아, 참 그리고 물어볼게 있는데 재혁이 멜하고, 상보메일주소를 알고 있나?
영국에 들르기 전에 미리 메일을 보내서 항공편이나 현지 교통편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서..

재혁이한테는 멜을 보냈는데, 자꾸 return이 되어서 돌아오거든...
그래서 멜 주소가 잘못되었나 하고, 혹시 되면은 재혁이 전화번호까지 보내어다
오.
하여튼 한국가면 니가 원하는 맛난 것은 어떤 것이든지 사줄께. 기대하고 있어라
.... ^^

암튼, 그동안 잘 지내고, 또 연락할께.... 늘 샬롬이기를 바라며...

바그다드에서 너의 yokefellow 선일이가 보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Original Message-----
From: 김 선일
Sent: 2004년 5월 15일 [토요일] 오후 10:55
To:
Subject: [Fwd: to my yokefellow, sung-dae]

지금 잠시 시간이 나서 지금 너에게 멜을 보낸다.
니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것 같아서 늘 기쁜 마음이다.
조금전에 통화한 것처럼 회사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5월말이나 늦어도 6월초쯤에
는 약 20일간의 일정으로 휴가를 갈 예정이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사장님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하면서, 휴가를 갖다오면 12월말
경 혹은 1월초까지만 일을 하겠다고 했다. 나의 앞날에 대한 것도 이야기를 하면
서...


휴가 간다고 생각하니깐 조금 들뜬 기분이다. 빨리 가서 니하고 보혜보고싶고, 김
치하고 짜장면
그리고 보혜가 해주는 음식들을 배가 터지도록 먹어보고 싶다. 아.. 벌써 군침이
....
그리고 도착하는 첫날에 바로 찜질방으로 가도록 하자...
이때까지 제대로 등을 시원하게 밀지 못해서 간지러워 죽을 지경이다. ^^

성대야, 이곳에서 약자에 대한 마음도 어느 정도 몸으로 체득하게 되었고... 그 외에는 아직 확실히
모르겠다....
하여간 만나는 그 날까지 잘 지내라... 성대야... 내가 가면 맛난 것도 많이 사줄
께....
그리고 가는 날짜가 확정이 되면 니한테 연락도 줄께....

소름끼치는 미군의 만행을 담은 사진도 가지고 갈꺼다.
결코 나는 미국인 특히 부시와 럼즈펠드 미군의 만행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미국인에 대한 인상은 좋은 편이었는데, 여기와서 다 허물
어졌다....

이야기가 주절주절 길어졌네, 늘 평안하기 강건하길 바라고 선일이가
....
샬롬을 빌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Original Message-----
From: 김 선일
Sent: 2004년 5월 08일 [토요일] 오전 04:19
To:
Subject: [Fwd: 성대야...!]

성대야, 오래간만에 보내는 멜이다.
니 요즘은 어떻게 지내노?
별 일없이 잘먹고 공부는 잘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인들이 거의다 떠나가고 교회팀들도 떠나간 요즘
우리 회사직원들 다섯명이서 조촐하게 예배를 3주째 드리고 있다.
나는 설교를 맡고 있고....

이제는 정말로 여기에 있기가 싫다. 하루 빨리 한국에 가고싶은데...
빨리 갈 수 있도록 기도를 해다오... 정말로 가고싶다. 정말로....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건강에도 더욱더 유의하기 바란다.
그럼..


"정치적 테러단체에게 파병 입장 재확인 시킨 것 무책임"
김선일씨 친구 <도깨비뉴스>에 이메일 보내 정부 태도에 의문 제기

고 김선일씨의 친구인 김화성씨는 고인이 된 김씨가 생전에 보냈던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유족을 대신해 정부에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화성씨는 <도깨비뉴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상대가 자생 무장단체가 아닌 정치적 테러 단체임을 알고도 파병(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은 김선일씨를 사지로 몰아넣은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냐"고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이어 김씨는 "그 당시 필요한 태도는 좀더 유연하고 자제적인 발언을 통해 시간을 버는 것 아니었겠느냐, 그동안 연기되었던 파병 결정을 좀더 유보적인 태도로 임했다면 협상이 좀더 유리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또한 김선일씨를 납치했던 이라크 무장세력과의 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김화성씨는 "자꾸 말을 바꾸는 피랍과정과 함께 과연 어떠한 내용의 협상을 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이메일 공개 과정에 대해 "방금 선일이 부모님과 누나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의논한 후 다른 친구에게 도착한 생전 최후 메일을 공개한다"며 "약간 민감한 사안도 없는 것이 아니지만 고인이 느끼고 생각했던 절절한 사연이기에 그대로 올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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