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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가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하면서 시내버스와 정류장 표지판에 대형 로마자를 표기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시가 시내버스와 정류장 안내 표지판에 노선 종류를 구분하는 ‘G(Green)’, ‘B(Blue)’, ‘R(Red)’, ‘Y(Yellow)’로 도색 작업을 하자 한글 단체들이 “우리말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대주의적인 발상이고 실제로 시민들에게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방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로마자로 디자인한 서울 시내버스.
ⓒ 한글문화연대
한글문화연대(회장 김영명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2일 서울시 이명박 시장에게 건의문을 보내 “시내버스의 로마자 도색 작업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글문화연대는 항의 시위와 함께 행정심판-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재단법인 한글학회는 2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내버스의 로마자 디자인을 없애든지, 한글로 바꾸라고 촉구했다.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공동대표: 김경희 이대로 김정섭 김수업)도 지난 19일 “서울시가 로마자 표기를 계속 부추긴다면 이명박 서울시장을 올해의 ‘우리말 으뜸 훼방꾼’으로 선정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시 홈페이지 정책토론방의 자유게시판 등에는 ‘G(Green)’, ‘B(Blue)’, ‘R(Red)’, ‘Y(Yellow)’ 표기가 시민들에게 오히려 혼선만 초래한다는 내용의 비판 의견이 빗발쳤다.

▲ 로마자로 디자인한 서울 시내버스(왼쪽)와 외국어 간판이 늘어선 거리 풍경.
ⓒ 한글문화연대
서울시는 2005년까지 총 42억원을 들여 8534대의 시내버스에 새로운 노선 종류를 가리키는 로마자 ‘G(Green)’, ‘B(Blue)’, ‘R(Red)’, ‘Y(Yellow)’를 표기하고 5200개소의 버스 정류장 안내표지판에도 'B(Bus의 약자)'를 넣어 디자인하기로 했다.

아울러 운전기사의 겉옷과 모자에도 ‘G’, ‘B’, ‘Y’, ‘R’을 표시할 예정이다. 'R'은 광역버스, 'B'는 간선버스', ‘G'는 지선버스, 'Y'는 순환버스를 뜻한다.

이에 대해 한글문화연대는 “로마자로 시내버스를 도색하면 서울의 거리는 무질서한 외국어 간판과 더불어 8534대의 버스가 하루 20시간 동안 커다란 로마자를 달고 질주하는 이국적인 풍경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을 세계 일류 도시는커녕 국적불명의 우스운 도시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 로마자로 디자인한 버스 정류장 표지판(오른쪽)과 시내버스.
ⓒ 한글문화연대
한글문화연대는 또 “로마자로 도색한 부분을 없애면 버스 모양이 훨씬 깔끔해 보이고, 각자의 색만으로도 충분히 버스를 구별할 수 있다”면서 “로마자 표기를 한글이나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양으로 바꾸는 게 오히려 외국인에게도 강한 인상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글문화연대서 제시한 대안, 상자 기사 참고)

한편, 강승규 서울특별시 홍보기획관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브랜드 웍스사에 시내버스 디자인을 모두 맡겼다”면서 “로마자로 도안하지 말라는 한글단체들의 주장은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강 기획관은 또 “시내버스의 로마자 디자인은 ‘한글 사랑’ 차원의 문제와는 별개”라면서 “한글문화연대에서 행정심판-고발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울시도 변호인을 두어 맞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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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어상용화정책은 사대주의적 발상"


"이명박 시장은 새로운 시내버스 도색 작업을 즉시 중단하라"
한글문화연대가 서울특별시에 전달한 항의서 전문

이명박 서울시장의 취임이후 서울시청은 구호와 상징을 “Hi-Seoul"이라는 영문으로 바꾸고, 각종 공문에 암호나 다름없는 로마자를 섞어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 서민의 주택보급을 담당하는 서울도시개발공사의 이름을 ”SH공사“라는 뜻 모를 이름으로 바꾸고, 서울 시민의 편익을 위한 버스 체계를 개편하면서, 정작 버스의 모양은 대다수 서울 시민들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G', 'B', 'R', 'Y'로 대문짝만하게 붙여 놓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청 교통국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 7월 1일까지 8100대, 2005년을 더하면 모두 8534대의 버스를 도색할 예정입니다. 또한 버스정류장 안내표지판도 아래의 사진과 같이 "B"(Bus의 약자)로 표시한 모양으로 5200개소를 교체 할 예정이며, 운전기사의 겉옷과 모자에도 ‘G','B','Y','R'을 표시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서울시청 교통국이 2003년부터 준비한 “버스 관련 체계 개편”은 “서울 시민의 편익”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걸맞지 않는 버스 모양 때문에, 벌써부터 서울 시민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특별시의 버스에 외국 글자인 로마자로 도안하는 것은 다음의 문제가 있습니다.

1. 주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 한다.

새로운 노선 종류를 구분해 주는 B(Blue), G(Green), R(Red), Y(Yellow)등의 로마자 대문자 도안은 버스 색깔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것일 뿐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영문을 전혀 모르는 주민에게 혼란을 주고, 일반 시민들에게도 몇 번 생각해야 하는 불편을 일으킵니다. 그 노선의 종류를 분명하게 알려 주는 우리 말로 바꾸는 것이 주민의 편의를 일차적으로 생각하는 행정 기관의 자세일 것입니다.

2. 서울의 미관을 망친다.

8천대가 넘는 버스들이 뜻 모를 영어 대문자를 크게 붙이고 서울시 전역을 누빈다면, 그렇지 않아도 국적 불명의 영어식 간판으로 난잡해진 서울의 미관을 한층 더 훼손하는 결과를 빚을 것입니다.

3. 시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멍들게 한다.

버스를 항상 이용해야 하는 대다수의 서민이나 학생들에게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이의 세계화를 위한 고민 대신 외국 것이면 무조건 좋다는 식의 문화적 사대주의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기 때문에 서울 외의 지역에 대한 파급력이 이루 말 할 수 없으며, 외국인에게도 한국 문화에 대한 경시 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습니다.

4. 한국민의 언어 환경을 파괴한다.

버스 도안에 영문 대문자를 넣은 것은 서울시의 영어 상용화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상입니다. 이러한 영어 남발과 우리 말 파괴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왜곡시켜, 지식 정보화 사회의 핵심 경쟁력인 의사소통 능력을 떨어뜨릴 위험성이 높습니다. 자연 환경처럼 언어 환경도 파괴는 쉽지만 복원하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을 망각한 졸속 행정입니다.

한글문화연대는 새로운 서울 시내버스 모양의 문제점에 대하여 지난 3월부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1. 2004년 4월 1일의 공문을 보내, 버스 모양의 시정 요구
2. 서울시 누리집(홈페이지)에 시내버스 모양과 관련한 민원 제기
3. 2004년 4월 27일 서울시청을 방문하여 해당 책임자를 모두 만나 버스의 모양에 대한 서울 시민과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여, 바로 잡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서울시청은 버스의 모양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 모양 그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서울시의 거리 풍경은 무질서한 외국어 간판과 더불어 차도 마저 8534대의 버스가 하루 20시간 동안 커다란 로마자를 달고 질주하는 이국적인 모습이 될 것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을 세계 일류 도시는커녕 국적불명의 우스운 도시로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서울 시민들은 버스에 새겨진 로마자가 뜻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며, 뜻을 안다 해도 버스를 이용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서울시는 이를 강행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8534대의 버스를 도색하는데 총 42억원의 국민의 피와 땀이 묻은 세금이 소요됩니다. 정작 버스를 이용하는 서울 시민들의 의견과 불만사항은 거들떠보지 않고, 서울 시민의 세금을 헛되이 낭비하는 서울시는 그 댓가를 반드시 치러야 합니다. 이에 한글문화연대는 이명박 시장과 서울시에 다음 두 가지 사항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1. 서울 시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강행하고 있는 버스 도색 작업을 즉시 중단하라.

2. 서울 시민과 시민 단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버스 모양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라. / 한글문화연대

"로마자 디자인 대신 한글이나 우리 고유 문양으로 바꿔야"
한글문화연대에서 제시한 '로마자 시내버스의 대안'

서울 시민이 이용하는 버스에 로마자를 새겨 넣는 황당한 발상은 이명박 시장과 서울시의 “영어 많이 쓰기” 정책과 그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시장은 취임이후 경제논리를 앞세운 “영어상용화” 정책을 부르짖으며, 우리말을 죽이고 병들게 하는데 앞장 서왔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과 그를 따르는 서울시는 서울 시민의 발과 다름없는 시내버스에까지 영어 알파벳을 대문짝만하게 새겨 놓으려는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명박 시장과 서울시가 추진하는 “영어상용화” 정책이 서울 시민의 편익과 서울시의 세계 일류 도시로의 발돋움을 위한 정책이 아닌 자신들의 잘못된 취향을 반영하는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백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이명박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진정 서울 시민이 바람이 무엇인지 길거리로 나와 서울 시민에게 물어 보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서울 시내버스(로마자 표시) 문제에 대한 대안]

한글문화연대는 어처구니없는 시내버스 모양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더불어 여러 가지 개선안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 전문가에 의뢰하여 대문짝만한 로마자를 대체할 방안을 찾고 있으며, 서울 시민의 편익을 가장 우선하는 버스의 모양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하고 있는 모양은

1. 'G', 'B', 'R', 'Y' 부분을 없애는 방안

'G', 'B', 'R', 'Y' 부분이 서울 시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이 부분을 없애고 대신 버스 노선 또는 노선번호를 강조한다. 로마자가 써진 부분을 없앨 경우 버스의 모양은 훨씬 깔끔하게 보이며, 각자의 색만으로도 충분히 버스를 구별할 수 있다. 사실, 버스 이름도 처음부터 ‘그린버스’, ‘블루버스’니 하는 것부터 잘못되었다. ‘녹색버스’, ‘파란버스’라는 이름과 버스 전체에 입힌 색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바로 서울 시민이 이해할 수 있다.

2. 'G', 'B', 'R', 'Y'를 대체할 상징물 -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양, 서울의 문양

버스의 상징으로 로마자를 쓴 것이라고 서울시는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상징을 꼭 로마자로 만들어야 했는가? 상징의 개념으로 만들었다면, 서울시의 고유한 문양 또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양으로 만들었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양을 바탕으로 만든 상징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오히려 강한 인상으로 남게 될 것이다.

3. 'G', 'B', 'R', 'Y'를 한글로 대체하는 경우

우리나라 버스에 우리나라 글자를 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글자의 모양과 단어의 선택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봐야 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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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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