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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영어 상용화 사업' 계획을 밝힌 데 대해 한글학계에서 "사대주의적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달 26일 오는 7월부터 공고·공시문 등에 한글과 함께 영문을 사용하고, 외국어를 잘하는 공무원에게 인사 가산점을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2006년부터 영어로 간부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영어상용화 정책을 실시할 예정이다.

▲ 서울시는 외국인들이 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기 위해 버스영문표기를 실시하고 있다.
ⓒ 지혁배
이에 앞서 시는 '국제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명분 아래 버스에 B, G, R, Y 등의 영어문구를 사용하고 택시에는 서울광장 개장 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Hi Seoul'이라는 영어 표어를 사용해 한글관련 단체들로부터 항의를 받아왔다.

영어 상용화 정책은 서울 광장, 청계천 사업과 함께 이명박 시장의 3대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공약사항으로 이미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옮겨지고 있어 한글학계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미디어다음>에서 4월 26일부터 '서울, 영어로 세계일류도시 만들 수 있나"라는 인터넷 즉석투표를 실시한 결과 5월 4일 현재 투표자 1만1636명 가운데 69.3%가 "반대"("우리말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대주의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다")에 표를 던져,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러한 비판에도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지난 5월 1일 한글문화연대 부대표 고경희 시인을 만나 서울시의 '영어상용화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언어침략은 정체성 위기 초래할 수도 있다"

고경희 시인은 이 문제와 관련, 한 마디로 요약했다.

"영어 상용화 정책은 자칫하면 우리의 정체성 혼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고 시인은 시의 영어 상용화 정책을 '사대주의적 발상'으로 평가한 뒤 "식민지였던 과거를 청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나라 외에 인위적으로 다른 언어를 공용어 또는 상용어로 정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용화든 상용화든 국어를 안 쓰고 영어를 쓰면, 국어를 위축시키며 결국에는 정신적, 물질적 가치관을 장악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그러면 국어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의식까지 혼란하게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동북아 중심도시 발전을 위해서라는 논리에 대해 고 시인은 "지나친 단선적 논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상용어와 공식언어의 선을 그어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에 "그렇다면 왜 그렇게 영어를 무리하게 일반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맞받았다.

그는 "국제 교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면 한정된 영어 사용 엘리트를 양성하면 된다"며 "모든 국민이 영어 구사자가 된다는 것은 논리로나 현실 상황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그런 정책으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혼란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잊게 되는 모든 것들은 마침내 영원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거듭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버스영문표기, Hi Seoul, 영어마을 너무나 단순한 논리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시는 영어 상용화 정책의 일환으로 버스영문표기, 영어마을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광장의 축제이름도 공모를 통해 'Hi Seoul'이라는 영문 표어를 사용하는 등 본격적인 채비에 나섰다.

심지어 서울이라는 한문표기에 대해 '한성(漢城)'으로 표기하는 여부도 논의되고 있어 우리 말의 멸시정책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경희 시인은 이런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단순한 논리에 불과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버스영문표기와 관련, 고 시인은 "쉽고, 편하고, 익숙한 것만을 찾아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며 "어느 나라든 그 나라 고유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고, 그것으로 느끼는 삶의 다양성에서 방문국과의 정서적 만남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질적이든 정신적이든 거리조정의 적당한 긴장과 흥미가 오히려 새로운 관심을 갖게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아름다운 우리 언어를 놔두고 굳이 영어로 표기해야 하는 이유가 너무나 단순한 논리"라고 언급했다.

영어마을 건설에 있어 고 시인은 "모든 가치를 물질적 가치로 계산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며, 또 그 논리에 신중한 생각 없이 따르는 무리"라며 "지금 언어의 침략과 우리 문화에 대한 외세의 공약은 우리가 뚜렷한 신념을 갖고 있지 않으면 지켜내지 못할 만큼 심각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그는 "이런 상황은 자칫 그럴 듯한 논리에 의해 우리 정신을 국적 불명으로 만들 것이며, 그렇게 잃어버린 것들은 다시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영어상용화 정책 등 이런 일련의 지배적 논리들이 대다수의 국민들의 판단력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고경희 시인은 "마비가 돼가는 우리의 문화적 인식을 일깨워야 하는 일종의 전쟁"으로 비유하며 "좀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고 시인은 "서울시는 합리적인 행정, 고유한 문화창달, 우리나라의 관문으로서의 개성을 가지고 차원 높은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글을 조금 더 일반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은 무엇인가?

우리말 사랑의 방법에는 일상의 방법, 문화적 방법, 정책을 통한 방법, 시민 운동의 방법, 그리고 정치적 방법이 있다.

1. 일상의 방법

1) 평소의 일상 생활에서 외국어 대신 한국어를, 비속어 대신 올바른 말을 쓰도록 노력한다.

2) 어휘나 맞춤법을 잘 모를 경우에는 사전이나 참고서적을 찾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문의하는 습관을 기른다.

3) 우리말 사랑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격려하거나 후원한다.

4) 일반인 모두가 할 수 있는 우리말 사랑의 방법이다.

2. 문화적 방법

1) 글쓰기나 말하기에서 우리말글 사랑을 실천한다.

2) 좋은 우리말을 가려 쓰고, 우리말 개념과 표현을 개발한다.

3) 외국 말글을 번역하고, 외국어에 적합한 번역어를 찾거나 만든다.

4) 이를 통하여 국민 일반에게 영향력 있는 좋은 작품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5) 국민들의 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우리말 사랑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문화 운동을 펼친다.

6) 문필 종사자, 방송인, 학자, 교사, 문화 운동가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3. 정책을 통한 방법

1) 우리말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한다. 예를 들어 국어기본법을 만들거나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는 것이다. 또, 외국어 남용에 대한 언어 부담금을 물리는 방법, 학교에서의 국어 교육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2) 우리말을 죽이는 정책을 피한다. 예를 들어 경제 특구에서의 영어 공용어화 같은 것이다.

3) 관료나 정치가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4. 시민 운동의 방법

1) 집회, 방문, 전화하기, 편지 쓰기, 성명서 발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책 결정자, 언론, 방송, 기업들에게 압력을 행사한다.

2) 토론회, 강연회, 공연 등의 방법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우리말 사랑의 중요성과 방법을 계몽하고 동참하게 한다.

3) 다른 분야의 시민 단체들과 협력하여 우리말 사랑 운동의 저변을 확대한다.

4) 시민 단체나 적극적인 관심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5. 정치적 방법

1) 우리말 사랑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에 호의적인 정치세력을 형성하거나 지원한다.

2) 외세 의존적, 사대적인 정치세력을 비판한다. 낙선 운동도 한 방법이다.

3) 호의적인 정치세력과 협력하여 우리말 사랑의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실현한다. / 고경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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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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