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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우리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좀더 깊이 있는 분석과 대안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매주 2차례에 걸쳐 [대안칼럼]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대안연대회의 소속 국내외 학계와 연구소 전문가 20명이 칼럼진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참여정부 2기 개각과 폭을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진시원 부산대 교수는 탄핵 기각이후 노무현대통령의 귀환을 ‘노대통령 집권 2기’가 아니라 ‘국민과 대통령 공동의 책임1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 교수는 국민들은 진정한 개혁을 원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정치는 ‘노대통령 1인 참여정부’가 아니라 ‘진정한 참여정부와 참여 민주주의’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생환했다. 그러나 탄핵정국 이후의 노대통령은 탄핵정국 이전의 노대통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책임감과 반성이 다르고 마음 먹은 바도 다르다. 또한 개혁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이 다르고 국민의 증폭된 기대와 예의 주시하는 매서운 눈초리 또한 다르다. 이렇게 본다면 노대통령은 무사귀환한 것이 아니라 허리가 휠 정도의 짐과 책임감을 가지고 귀환한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전 영역에 걸친 변화와 개혁 없이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현재는 불확실하고 미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개혁의 방법과 속도 및 강도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를 둘러싸고 사람 간의 힘겨루기가 마치 소싸움처럼 거세다.

사람들은 이념이나 지역, 혹은 세대 등으로 모자이크식으로 분열되어 있고, 그래서 대한민국은 분열민국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분열을 극한적으로 부추기는 원천적 요인은 분열민국을 극복하기 위한 치유책마저 제각기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개혁을 둘러싸고 진보-자유주의, 보수-수구 갈등

한 개혁만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주장과 기존의 제도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주요전선을 형성하며 맞부딪히고 있고, 여기에 점진개혁을 요구하거나 개혁피곤증 혹은 개혁혐오증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들이 뒤얽혀 관찰되고 있다. 한마디로 개혁을 둘러싸고 진보세력과 자유주의적 개혁세력 그리고 보수와 수구세력이 치열한 갈등을 연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권 2기를 맞은 노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다시 개혁이라는 거친 벌판으로 유도해야 할 지상과제를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것인데, 문제는 그 개혁의 방법과 속도 및 강도 그리고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서는 합의된 요구를 받은 바 없다는 것이다.

즉, 개혁을 하라는 국민적 요구는 있으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대통령 스스로 유추하고 판단해서 추진하라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탄핵기각 이후 노대통령은 더욱 버거운 짐을 짊어졌고, 그래서 두 달 기간의 유폐를 끝내고도 다시금 긴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탄핵정국 이후 바뀐 점은 노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과 국민들도 탄핵정국에서의 국가혼란을 야기하고, 탄핵기각 이후 노대통령에게 개혁추진을 위임한 책임이 있는 만큼 향후 추진될 국가적 변화와 변혁 과정에 대하여 과거와는 다른 책임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대통령 집권 2기가 아니라 국민과 대통령의 공동 책임 1기

그래서 정확하게 표현하면 노대통령 당사자 뿐만 아니라 노대통령의 귀환을 둘러싼 국민적 주연과 정치적 조연들 또한 집권 2기를 맞은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고, 따라서 대한민국은 ‘노대통령의 집권 2기’가 아니라 ‘국민과 대통령 공동의 책임 1기’로서 탄핵 기각 이후의 개혁일정을 준비해야 할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노대통령 1인 참여정부’와 ‘국민 방관자 민주주의’에서 ‘진정한 참여정부와 참여 민주주의’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은 일회성으로 혹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미 일방적이고 소수세력 중심의 개혁이 실패한 경험을 한국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문제는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그리고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필자는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들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언급하고 싶은 점은,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직렬구조가 아닌 병렬구조적 사고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렬구조적 사고를 통한 개혁추진은 강력한 추진력에 있어서는 효율적일지 모르겠으나 추진세력과 반대세력 간의 극한 대립을 통한 혼란과 개혁의 후퇴로 귀결되기 쉽다.

예를 들어 탄핵정국 이전의 노대통령은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의 산적한 개혁과제들 중에서 정치개혁 특히, 정당개혁과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하여 올인했다. 그 결과 정치개혁을 제외한 경제와 사회 및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개혁은 사실상 실종되었으며, 정치개혁에 대한 직렬구조적 추진은 결과적으로 탄핵국면이라는 초유의 국가불안 사태로 귀결되었다.

병렬 구조적인 개혁 추진 자세가 필요

그리고 17대 총선은 절반의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한나라당이 영남지역에서 공고한 지역주의 아성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실패요, 한국정당사 초유로 자유주의적 개혁세력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정치개혁에 대한 절반의 성공은 나머지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과 같은 분야에서의 개혁의 실종이라는 커다란 희생 위에서 얻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위축된다.

따라서 이제는 병렬구조적인 개혁추진 자세가 필요하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분야 등 모든 분야에서 개혁은 동시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병렬구조는 직렬구조에 비하여 추진력은 떨어질지 모르나 대립전선을 다각화하고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교차시켜 추진세력과 반대세력 간의 양극적인 갈등을 분산시키고 이에 따라 극한 대립을 방지할 수 있다.

더욱이 직렬구조적 개혁추진(올인방식)이 일회성 이벤트로 귀결될 가능성이 큰 반면, 병렬구조적 개혁추진은 다방면의 산적한 개혁과제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고, 따라서 개혁의 상시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개혁이 병렬구조를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말은 개혁의 범위는 예외없는 모든 분야를 다 포함한다는 의미이고, 개혁의 강도와 속도는 다소 떨어지고 더디더라도 중단없이 상시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병렬구조는 개혁에 대한 조급함과 그에 따른 개혁 실패율 증가를 해소하고 개혁의 항상성과 생활화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지, 개혁의 만성적 지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 민주주의를 둘러싼 시민사회내의 전쟁

다음으로 지적될 사항은 개혁의 목적은 국가와 시민사회 공동체가 퇴행하거나 정체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발전해 나아간다는 데 있다는 단순한 원칙이 망각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재 분열된 대한민국의 근본적 원인은 각종 정치집단과 사회경제집단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마치 국가와 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오해되었거나 거짓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있다. 1987년 6.29 선언 이전 한국에서의 일차적인 대립각은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사회 간에 형성되어 있었다면, 6.29 선언 이후의 한국은 시민사회 내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적 시민사회 간의 대립과 갈등은 6.29를 통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도입을 통하여 비교적 단시간 내에 종결되었지만, 시민사회 내의 전쟁은 실질적 민주주의(참여 민주주의와 경제 민주주의)를 둘러싸고 그 끝을 예측하기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시민사회 내의 전쟁은 국가적 지도력과 비전의 부재와 연계되어 한국의 현재와 미래는 나침반을 잃고 칠흑 속을 헤매고 있는 듯 하며, 더욱 비관적으로 본다면,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한 이기적인 시민사회 내의 전쟁은 서로의 몫을 모두 잃고 나서야 끝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차피 치러야 할 전쟁이라면 개혁을 둘러 싼 이념과 이해관계의 대립을 낱낱이 드러내 놓고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워 신속하게 전쟁을 치르자는 주장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번지는 마른 들불에 휘발유를 뿌리는 격이지, 종기에 고약을 바르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개혁의 원칙과 목적에 대한 국가 사회적 협약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원칙과 목적은 국가와 시민사회 집단 간에 합의하기 쉬운 것이어야 하고, 일단 합의되었다면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서 지켜져야 한다는 신사협정도 필요하다.

대한민국과 노 대통령의 현재와 미래

한마디로 제2의 6.29 협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87년 6.29 협약이 군부와 자유주의 세력 간의 형식적 민주주의를 매개로 한 다소 보수주의적 협약이었다면, 이제는 진보와 사회적 약자 그리고 자유주의적 개혁세력과 합리적 보수세력이 함께 참여하는 ‘개혁적 사회협약’을 도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지속가능 개혁추진위원회(가칭)’를 조직하여 협약체결과 추진을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사항은 위와 같은 개혁의 추진은 시민의 참여를 제도화시키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탄핵정국은 시민들의 높은 정치참여 의사와 실질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사실 지난 기간 추진되었던 개혁이 미완의 과제나 실패로 귀결되었던 원인은 소수세력에 의한 일방적 개혁추진이었다는 점 이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시민과 여론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개혁은 다양한 이해관계의 표출과 경합으로 사회통합과 사회협약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참여와 책임감의 증가로 사회통합이나 협약을 촉진시킨다는 사고의 일대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1987년의 6.29도 광범위한 시민참여로 이루어진 것이었다는 역사적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시민은 이미 그만큼의 참여와 책임감을 소화해낼 만한 역량과 성숙함을 탄핵정국 내에서 보여주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어떻게 하면 개혁을 죽지 않게 할 것인가?"

대한민국과 노대통령의 현재와 미래는 이 질문에 의하여 절대 부분 규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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