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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최근 특별감사 결과, 경기도 교육청이 지난 2002년 3월 문을 연 실업계 특성화학교인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이하 미디어고)의 법인 및 학교 설립 인허가 업무를 태만하게 처리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지난 10월말 경기도교육청에 관련 공무원 31명에게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교육부는 또 학교법인 2명, 미디어고 10명에게도 징계 등의 조치를 내릴 것을 지시했다. 특히 교육부는 미디어고 이사장을 학교비 7억9927만원을 교사 건축비 등으로 불법 집행한 건과 교원을 채용하면서 3000만원을 수수한 건으로 고발 조치할 것과 행정실장을 파면 조치할 것 등을 지시했다.

▲ IT 특성화고등학교이면서 IT 교육을 등한시했다. 기자재가 전무한 실험 실습실. 서랍 안도 텅 비어 있다.
ⓒ 성낙선
교육부는 지난 10월 1일부터 14일간 미디어고를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교육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경기도 교육청이 지난 2000년 4월 4일 미디어고의 설립 계획을 승인하면서 그 소요 경비와 그 경비의 조달 계획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을 밝혀냈다.

특히 학교측은 학교 설립에 필요한 경비로 13억9천만원의 예금이 준비되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잔액증명서'를 경기도 교육청에 제출한 뒤 다음날 곧바로 이 예금을 해지해 버렸는데도, 경기도 교육청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예금 잔액증명서만으로 학교 설립 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감사에 의하면, 교육청은 또 학교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수익용기본재산이 '학교법인 설립' 허가 기준에 미달하는데도 2000년 6월 28일 인가를 내주었다. 그리고 또 사실상 수익용기본재산이 전무한 상태에서 '2001년 12월 31일까지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겠다는 이행 각서'만을 받고 2001년 10월 25일 '고등학교 설립' 인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하여 미디어고의 문정의 신임 교장과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1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교육부 감사 결과를 인정하고 지시 내용에 따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 관계자는 특히 "(교육부 지시대로) 이민상 이사장이 교비 불법 집행과 수익용 기본재산 등 법인이 부담했어야 할 19억여원을 반환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민상 이사장은 지난 10월 2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일전에 있었던 학교 내의 공청회를 통해 말했다시피 국정감사의 결과에 대해 승복하고 따를 것을 다시 한번 약속한다. 그 결과가 퇴진이라면 억울함이 있더라도 깨끗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 정신 못 차리는 교육청, 책임질 일을 해야 한다

▲ 오전 6시 기상, 새벽 1시 취침. 기숙사형 학원을 방불케하는 하루 일과표. 특성화 교육에 반해 입시 위주의 학습을 진행한 흔적이 보인다.
ⓒ 성낙선
미디어고가 이렇듯 설립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여러 가지 조건에서 기준에 미흡한데도 학교 설립 인가를 받고 '영재교육'을 내세워 우수한 학생들을 전국적으로 모집할 수 있었던 것은 경기도 교육청이 직간접적으로 조력한 결과였다.

교육부 특별감사를 통해 이 특성화 학교의 각종 불법과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고 난 뒤에도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과학 교육 및 외국어 교육 지원 등 교육지원 사업에 1300여억원을 투자하여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며 "과학, 외국어뿐 아니라 실업계·특성화고 육성 등 우수 인재 양성 기반조성에 2006년까지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의 미디어고를 놓고 봤을 때, 경기도 교육청의 '계획'은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사립학교 제도 하에서 교육청이 아무리 바람직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학교를 설립하는 법인과 이사장이 교육청의 뜻에 따라 어떤 식으로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디어고와 같이 학교 건물을 짓는 데 학교 법인이 돈을 대지 않고, 정부가 보조하는 돈과 학생들이 낸 등록금 등으로 충당하는 한, 경기도 교육청의 계획은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일과는 달리 학교 건물 등 학교 법인의 재산을 증식하는 데에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IT 특성화고인 미디어고는 IT 관련 실험실습 자재마저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학생들을 받아들여 학교를 설립하던 그 해 30여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전학했다. 또 올해에는 2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났다. 이 학교 재학생은 1, 2학년 모두 240여명 정도다.

▲ 기숙사 내부. 침대만 있고 책상이 하나도 없다. 오른쪽은 학생들이 학교에 8만원 정도의 돈을 주고 산 이불.
ⓒ 성낙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이사장과 학교를 믿고 애를 맡겼는데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도 "아이를 자퇴시키려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학교를 떠난 아이들은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대체 미디어고에서는 그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안산시에 소재한 실업계 특성화고등학교인 미디어고가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30일.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교육부 국정 감사 현장에서 미디어고의 설립 과정에서 현재의 학교 운영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이 학교의 재단 법인이 저질러온 비리의 전모를 폭로하면서부터이다.

당시 이미경 의원이 국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이 학교의 학생들은 등록금으로 국립대학보다 연간 100여만원이나 더 많은 180만원을 납부하고, 기숙사 비용, 급식비, 학교운영비, 세탁비, 특기적성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1년에 12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을 지출했다. 그 동안 학교를 떠난 학생들 중에는 한 해 1000만원이 넘는 학비를 견디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사는 학생들조차 기숙사 생활을 하게 함으로써 대부분의 학생들이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도록 만들어 놓고도 이 학교는 기숙사 한 방을 6인이 사용하도록 하면서 각 방별로 책상 하나 지원하지 않았으며, 실험실습실 기자재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이다.

▲ 교육청 보고용 통장. 교사마다 2개의 통장을 만들어 한 통장에는 정상적인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하고, 다른 통장에는 실제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의 월급을 지급했다. 이중으로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나머지 차액을 횡령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 성낙선
그뿐만 아니라 미디어고 법인은 교사들에게 두 개의 통장을 만들게 해서, 그 중 한 통장은 정상적인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위장해 교육청 보고용으로 사용하고, 다른 통장으로는 실제 금액보다 훨씬 적은 110여만원 정도의 월급을 지급하는 등 이중으로 급여를 지급했다. 현재 그 차액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외에도 미디어고에서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많이 벌어졌다.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를 교장으로 임용하고, 학교 돈을 불법으로 집행하고, 교원을 채용하면서 금품을 수수하고, 편입학생 학부모부터 찬조금품을 징수하고, 일부 교과목의 성적을 조작했으며, 특성화 학교로 지정한 목적에 반해 입시 위주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그러나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가 나온 뒤 미디어고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감사 결과가 통고된 후, 현재 이 학교는 실험실습실에 기자재를 가득 채워넣는 한편, 교사들의 월급도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들도 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찌됐든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가 침체에 빠진 이 학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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