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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전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회원 들이 대전국립묘지 정문에서 '친일군인 김창룡 묘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있다.
나는 일제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을 통한 일제잔재 청산과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민족문제연구소(www.minjok.or.kr)의 운영위원이며 대전지부장으로서 작년과 올해 현충일, 그리고 광복절을 앞둔 지난 8월 9일 대전국립묘지에서 '친일군인 김창룡묘 이장 촉구' 집회를 주관한 바 있다.

김창룡은 일제치하 만주의 일본군 헌병대의 밀정으로서 우리 독립운동 조직을 적발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대가로 일본군 헌병오장(지금의 하사관)이 되어 일본군에서 승승장구하였으며 우리의 독립운동에 심대한 타격을 가한 장본인이다.

이러한 그의 반민족 행위로 인해 그는 해방후 북한에서 전범으로 체포되어 두 번이나 사형선고를 받았으며 그 때마다 탈출에 성공하여 남하, 우리 군에 투신하였다. 그의 우리 독립투사를 잡아들이던 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한국전쟁 당시에는 무고한 많은 시민을 용공, 부역자로 몰아 학살에 가담하였으며, 당시 이승만의 눈엣가시 같았던 김구선생의 암살을 사주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저지른 그가 국립묘지에 묻혀 있다는 것을 우리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 회원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으며, 우리의 집회시위는 많은 시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노력으로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여론화되고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민단체와 시민의 여망과는 달리 정작 관할기관인 국방부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이장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국방부의 입장은 "유가족의 이장 요청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러면 김창룡의 반민족행위는 인정하는가. 그런데도 관계법령에 "유가족의 요청이 있어야만 이장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어 안 된다는 말인가? 일단 묻어 놓으면 나중에 어떤 결격사유가 발견되도 유족이 아무 말 없으면 이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인 모양인데, 그것을 노리고 저지르고 본 것인가? 무슨 법이 그런 법이 있는가?

우선 김창룡의 과거 행적을 모를 리 없는 국방부가 유족이 요청했다 해서 국립묘지에 안장을 결정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그것이 국방부의 첫 실책이다. 국방부는 스스로 엄격한 심사를 통해 거부했어야 했다. 설사 법조항의 기계적 해석으로 김창룡을 국립묘지에 묻는데 하자가 없었다 하더라도 국민의 법감정과 민족정기라는 더 큰 것을 고려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김창룡을 국립묘지에 묻기로 결정함으로써 스스로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군의 얼굴에 먹칠을 하였으며 국립묘지에 오명을 남겼다. 이는 또한 국립묘지에 묻혀 있는 다른 장교와 사병들, 애국지사,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그 유족들도 그렇다. 아무리 김창룡이 자신의 남편이고 아버지며 친척이라 하더라도 그의 죄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가 북한에서 두 번째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그를 고발한 것은 그의 친척이었다.

그를 고발했던 사람은 김창룡이 아무리 친척이라 할 지라도 그의 친일 반민족행위를 도저히 그대로 볼 수 없어서 그를 고발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를 국립묘지에 묻어달라는 소리가 나오는가.

국방부에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방부는 평소에도 국민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수십 년 걸친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총칼과 군화로 국민 위에 군림하던 때의 그 버릇이 아직도 남아 있는가. 문민정부에 이어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에 이르렀는데도 아직도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고 있다.

악질적 반민족행위가 명백히 드러나 있는데도 "유가족의 이장신청" 운운하며 이장을 거부하는 국방부는 지금 국민을 우습게 보고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국방부는 겸허하게 뒤돌아보기를 바란다.

국방부의 실책은 한번으로 족하다. 그리고 잘못된 것은 즉시 시정하는 것이 군인정신에도 부합한다. 더 이상 대전 국립묘지의 김창룡묘를 그대로 둠으로써 애국지사들을 욕보이고 민족정기를 훼손시키는 과오를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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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족 친일군인 김창룡 묘 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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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철 기자는 카이스트의 감사와 연구교수를 지냈습니다. 친일청산에 관심이 많아 오래 민족문제연구소 지부장을 지내고, 운영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지금은 장준하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장준하부활시민연대'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출강하면서 '코칭으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와 '에듀코칭'을 통한 학교교육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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